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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장대비를 맞으며 감을 주웠다

작성자고든|작성시간26.06.17|조회수165 목록 댓글 12

2026-06-12 / 68세


장대비를 맞으며 감을 주웠다

어린 시절, 예산 속리골
우리 집은 낡은 초가집이었다.

우리 집과 아래 집 사이에는
감나무가 서너 그루 있었다.

그 나무들은 우리 것이 아니라
아래 집 것이었다.

늦여름,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하늘이 열린 듯 비가 퍼부었다.

나와 작은형은
양은 세숫대야를 들고
감나무 아래로 나가
바닥에 떨어진 감들을 주웠다.

물러진 감들은
툭 떨어지며 터지고,

딱딱한 감들은
떨어지며 깨졌다.

작은형이 감나무에 올라
가지를 흔들었다.
한 개라도 더 얻으려고.

새로운 감들이 떨어져 내렸다.
정신없이 감을 주웠다.

말랑한 감은
흙이 묻지 않은 부분을 골라
조심조심 먹었다.

딱딱한 감은
당장 떫어 먹을 수 없었다.

소금물도 아까운 시절이라
부엌에서 나온 구정물에 담가 두면
떫은맛이 조금씩 가셨다.

떨어진 감도
버릴 수 없는 감이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감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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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고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감잎 장아찌가 있군요.
    변영로씨의 명정40년이란 수필 집에 보면 술취해서 실수한 일들만 쭉 나오는데 그중에 아주 어렸을 때 술독에 있는 술 퍼먹고 너무 많이 먹어서 쓰러졌는데 눈을 뜨니 감잎으로 덮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감잎이 아니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 작성자제라 | 작성시간 26.06.17 그 시절엔 먹거리가 귀해서
    땡감을 물에 담궜다가 우려 먹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비위생적 ㅋㅋ

    그리고 떫은 생감은 된장을 찍어 먹었어요.
    떫은감은 목구멍에 얹혀서 넘어가질 않는데
    된장을 찍어 먹으면 꿀떡꿀떡 잘 넘어갔어요.
    감 먹다 체하면 된장이 약이라는 말도
    그때 어른들에게 들었지요.

    고든님 덕분에
    추억소환 잘 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된장에 땡감을 찍어 먹었다구요? ㅎㅎ
  • 작성자푸른비3 | 작성시간 26.06.18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나도 감꽃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감을 주워 소금물에 담궈 삭혀 먹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아하. 감꽃목걸이를 한 소녀. 예쁜 그림이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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