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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들장미'의 어린 추억

작성자콩꽃|작성시간26.06.18|조회수186 목록 댓글 20

 

 

짙어가는 나무 잎사귀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햇빛 맑은 유월의 아침이다.

새봄을 반기던 그날은 가 버렸고, 벌써 유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어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거늘,

내 마음이 푸른 하늘을 떠도는 흰구름에 비유해도 될까마는...

 

며칠만 계속 사람을 만나면 혼자이고 싶고,

혼자서 사흘만 가면 또 어디 갈 곳을 찾아본다.

그 변덕스러움이 한 길로만 간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때로는 뒷걸음질 치고 싶은 그런 날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어린 시절에는 없는 것이 너무도 많았는데,

마음이 부푸른 풍선이었는지 그때는 그것이 부족한 줄을 몰랐다.

여중 1년, 처음 영화 단체관람이 빈소년 합창단이 나오는 <들징미>였다.

단축 수업으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시내 극장가로 갔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헝가리 난민소년 토니를

다뉴브강 여객선 선장이었던 할아버지가 토니를 친손자처럼 먹여주고 재워주며,

토니와 함께 교회를 방문했다가 빈 소년합창단의 미사곡을 듣게 되고,

토니는 그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토니를 오디션을 보게 하려고 그와 함께 비엔나로 여행을 하고,

토니가 빈 소년 합창단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인 것 같다.

 

하얀 세일러 복에 스쿨버스를 타고 들장미 노래를 합창하며,

측백나무가 울창한 숲 속 길로 달리는 그 장면을 아직까지 나는 기억한다.

'들장미'와 '보리수'등 빈소년합창단원들의 합창도 있은 것 같았지만,

자연과 어울린 생활과 노란색 미니스쿨버스를 탄 단원들의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요즘 이른 아침, 운동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면서,

아파트 담장에 예쁘게 핀 넝쿨장미와 눈 맞춤 인사를 하고 옆 공원으로 간다.

나는 들장미 영화 속에서 본 넝쿨장미를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학창 시절이든 지금이든, 장미 피는 계절이면 언제나 그렇다.

 

넝쿨장미가 담장을 넘어 온 집이 있으면, 선망과 눈호강을 했었다.

곳곳에 빈터는 있었지만 공원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은 없었고

공원이라는 말 자체가 고급스럽고 먼 이국땅의 선진 문화로 생각되었다.

있었다한들, 시설물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고 관리가 제대로 되었을지 의심스럽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한 젊은 아빠가 한 손에 2인분 커피홀더를 들고

귀여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을 지나 집으로 가는 모습이 생경스럽다.

어떤 아가씨는 이쁜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그냥 강아지 가는 곳으로 따라다니면서,

귀에는 이어폰이 끼어져 있어 음악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들장미를 보고 엄청 부러워했던 오스트리아의 숲과 마을 풍경이

이제는 별 부럽지 않은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풋풋했던 시절은 기억 속에 있는데, 내 젊음은 멀리로 희미해져 간다.

느림의 미학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아야 하는 마음을 곱게 다잡아 본다.

 

<저 밝은 햇빛은 온누리 비치니 우리는 항상 즐겁다.

내 비록 슬픔을 지녔을지라도 햇빛은 밝게 비치네.

오 나의 안식처 일세 햇빛은 지지 않으니

오늘도 날 위해 저 밝은 햇빛은 가득히 비치네>

                                        - 영화, 들장미의 주제곡 가사 중에서 -

                                                                                      2026 .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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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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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콩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0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으로 단체관람한 영화였기에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도 빈소년 합창단의 내한 공연을 보면,
    매우 감명 깊을 음악회일 겁니다.

    댓글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그산 | 작성시간 26.06.20 방장님 사시는곳 정원이 참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장미터널이 있어 가끔 지나갑니다
    얼때 배운 들장미 노래가 생각나 올려드립니다
    ~웬아이가 보았네 들에핀 장미화~

    https://youtu.be/s_-hrFfW3NE?si=mENf-MPPpxCIb9CO
    첨부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 작성자콩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1
    그산님, 참 오랜만에 듣는 노래입니다.
    초등 어린시절을 벗어나,

    교복을 입게되고
    통학을 하게되고

    처음으로,
    마을 바깥을 구경하던,
    호기심과 사춘기의 추억 어린 시절입니다.
    동요에서 벗어나는 시절에...

    참 예쁜 노래였는데,
    독일어 가사는 왜 그리 어려운지요^^

    그산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지언 | 작성시간 26.06.24 new 저 영화는 못 봤습니다.
    그 시절 단체 관람 영화는
    파계,벤허가 생각납니다.
    이해를 못 하고 봤으니까
    제가 많이 늦되었습니다.

    맑은 수필 한 편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콩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4 new

    지언님, 반갑네요.
    요즘 수필방이 한산해졌습니다.
    이럴 때,
    글 한편 올라오면
    엄청 반갑습니다.

    다 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며,
    댓글이 오고 감은 좋은 소통이 이루어 지고

    글의 소재를 떠 올리며,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의 움직임, 맞춤법등을 생각하며
    여러가지로 노후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새로 받아들여야 할 정보도 있지요.

    지언님,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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