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천리가 끝이 났으니 이젠 그만 잠을 자야 할 시간.
겨울밤을 더듬으면 사그락 사그락 풀 먹은 솜이불 빼놓을 수 없지.
들어갈 때 느낌은 파삭 거리고 나올 때 느낌은 폭닥거리는...
사랑방엔 벌써 아버지 코 고는 소리, 설마 천장 내려앉진 않겠지?
늦게까지 공부하는 큰히야는 참말로 불쌍타.
불쌍해서 하느님이 귀 어둡게 하셨나?
나랑 작은히야랑 큰누부랑 작은누부야는 큰방에서 잔다.
어? 한 명 빠졌네?
아하! 젤로 중요한 엄마가 빠졌구나.
엄마는 내 왼쪽, 작은히야 오른쪽, 중간에서 주무신다.
누부야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듣다가...
누부야들이 부르는 동요 따라 부르다가...
눈꺼풀 차츰 무거워지면 엄마 향해 슬그머니 돌아눕는다.
얇게 뜬 눈으로 엄마 눈치 살피면서
꼼지락꼼지락...
엄마 가슴에 몰래 손 하나 넣는다.
키 작은 엄마 가슴이 왜 이렇게 깊을까
키 작은 엄마 가슴이 왜 이렇게 넓을까
키 작은 엄마 가슴이 왜 이렇게 포근할까
더 어릴 적엔 그 가슴으로 배가 불렀다는데
이젠 그 가슴 더듬으면 스멀스멀 어깨에 날개가 돋는다.
꿈길 힘차게 날아갈 날개가 돋는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날아보자꾸나~ 막 잠들 참인데,
어라? 이 무슨 낯선 느낌?
보나 마나 세 살 터울로 막내자리 빼앗긴 작은히야 손이다.
여긴 내 구역이야. 내 땅이라구~
아무 때나 칼부터 뽑으면 무사가 아니지.
먼저 주의를 주자.
톡톡! 형의 손등을 검지로 두드린다.
물러가~! 여긴 내 땅이란 말이야~
움츠리는 느낌. 하~ 겁먹었구나.
그래도 몰라 주변을 더듬으니, 그럼 그렇지 요기 숨어 있었구나.
엄마 겨드랑이 밑에 숨어 있는 히야 손을 찾았다.
주의를 무시해? 여긴 내 땅인데. 감히?
엄지와 검지 손톱 날을 세우고 에랏! 꼬집기 공격이닷!
후퇴가 늦었나? 금세 내 손등이 따끔 아프다.
아하~ 좋다 이거야. 이쯤 되면 함 해보자는 거지?
난데없는 골육상쟁, 형제의 전쟁터로 변해버린 엄마 가슴 위에서는
후다닥후다닥 손들이 날고...
"야들이 잠 안 자고 뭐 하노~ 얼른 자~!"
손을 털어 내는 엄마.
"히야 니 땜에..."
더 말 잇지 못하고 설움에 겨운 나.
"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죽었어~"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는 작은히야.
돌아 누워버린 엄마 등을 보면서 칭얼대다 잠이 든 날은
꿈을 꾸지 못했다.
꿈나라로 갈 날개가 돋지 않아서...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푸른비3 작성시간 26.06.21 엄마의 젖무덤이 최초의 형제간의 골육상쟁.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마음자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그때는 평범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희귀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ㅎ -
작성자제라 작성시간 26.06.22 이쩌면 이렇게 천진스러울까요.
맘자리님은 동화작가로 사셨으면
대박 나셨을듯요.
엄마의 그 가슴이 그리우실듯요.
그런데 엄마젖은 동생들한테
다 뺏겨서 저는 차지해보지 못했었답니다. -
답댓글 작성자마음자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ㅎㅎ
막내라 욕심이 많았던가 봐요.
작은형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
작성자지언 작성시간 26.06.24 new
비둘기 가족같아요.
키작은 어머니라
어머니가 더 커 보이십니다.
가슴 속 전쟁마저 포근합니다.
형제가 많으셔서 추억도
많으시겠습니다.
다복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