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글은 좀 깁니다.)
뭘 말하고 싶은 거니?
— 영화 <군체> 관람 모임 후기
지난 5월 21일에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영화 <군체>.
눈길을 끈 것은 이번 제7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이란다.
군체(群體)라~~~
영어로는 colony라 하는데, 유글레나와 같은 편모충류의 무리가 세포분열한 다음
각각의 세포가 분리되지 않고, 원형질의 일부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좀비 영화?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칸 영화제 초청작이라니~~~
그래? 그럼 함 봐야지, 했다.
평소 잘 들여다보지 않던, <영화 아름 동호회>에서 올라온 글이 눈에 뜨였다.
<영화 공지 올립니다 >는 글 - <군체>를 함께 보자는 것.
반가왔다.
마침 보려던 영화이니까.
그런데 5060에 가입하여 영화방은 처음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댓글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걱정이었다.
참여 예정자 명단을 보니 아는 회원이 한 사람도 없다.
하긴 카페 가입 초짜니까.
그냥 부딪혀봐야지, 했다.
그나마 공지 내용을 보니 어찌해야 할지가 떠올랐다.
단체 영화관람이라면 총무에게 관람료를 입금하여
한꺼번에 예매를 해야 좌석도 한데 어우러질 수 있을 텐데~~~
개별 예매였다.
인터넷으로 경로우대 1 명을 예약하고 댓글에 밝혀두었다.
11일, 조금 일찍 나섰다.
미리 가서 예매한 표도 찾아야 할 것이고,
지팡이를 짚는 몸이니 워낙 걸음이 느려 가능하면 여유 있게 움직인다.
종로3가역 2-1 출구로 가면 곧바로 CGV 피카디리1958로 연결이 된다.
자주 다니던 종로통 - 쉽게 영화관으로 찾아 들어갔다.
장애인과 경로를 위한 키오크스가 따로 있었다.
익숙하게 예매한 표를 출력하고.
긴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한쪽에 몇몇이 모여 앉는데, 아무래도 영화방 회원들로 보였다.
잠시 기다리다 다가가 '영화아름동호회'냐 물었다.
의자까지 내주며 반갑게 맞아주는 회원들.
조금 기다리니 방장 <볼매>님이 오시고 곧바로 인증샷부터 찍는단다.
영화보러 온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전체가 다 함께 찰칵.
이러면 이제 나도 <영화 아름 동호회> 회원이 되는 건가~~~
기다리는 동안, 혹은 상영관에 가지고 들어가 먹으라고 <유일모> 님이 커피와 팝콘을 쏜다.
'고맙습니다.'
아직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는 내 몫으로 콜라 하나를 사 왔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늘 그랬듯이
내 명함을 건네며 나를 밝혔다.
흔히 사이버를 익명의 바다라고 하지만, 내게는 또 다른 현실이기에
사이버에서 만났더라도 우선은 내가 누구인지를 직업과 실명으로 밝힌다.
모두들 명함을 받아들며 의외(?)라 했지만
그래도 문학인이라는 데에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자, 상영시간입니다. 들어갑시다.
경로이니 출입구에서 민쯩 보여 65세 이상이라는 것 밝히고~~
내가 예약한 좌석을 찾아갔다.
그러고 보니 나만 혼자 앉은 것 같은 기분.
아무렴 어떤가.
영화 보러 왔지 옆 사람에게 수작 걸러 온 게 아니니까.
언론에 보도된 영화 소개를 보면,
새로운 진화의 시작, 새로운 종(種)의 탄생,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라고 했다.
(이하 영화 줄거리를 비롯한 구체적 내용은 직접 보실 것.)
전공이 소설창작이기에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흔히 말하는 명작은 외국 영화건 국내 영화건 거의 다 봤지, 싶다.
내 지식 자랑 한 가지.
영화와 소설의 서술기법은 똑같다.
한 가지만 빼고.
소설은 문자로 서술하기에 두 개 이상의 여러 동작을 동시에 서술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A가 커피를 마시는데 앞에 앉은 B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그 순간에 C가 들어왔다고 치자.
소설의 서술에서는 이 세 사람의 행동에 순서를 둬야 한다.
예를 든 상황처럼 서술하던가, 아니면 순서를 바꿔서
C가 들어섰을 때 B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A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처럼
세 개의 동작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A, B, C 세 사람의 행동을 어느 것을 먼저 쓰느냐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
소설에서는 이를 선조성(線條性)이라 칭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세 사람의 각기 다른 행동을 한 화면에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영화와 소설의 서술 기법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창작 강의를 할 때에 나는 영화감상을 권한다.
.
.
.
이제 지극히 주관적인 <군체> 감상 평이다.
하나. 배우 전지현의 캐릭터가 어색했다.
전지현이 누구인가.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말괄량이, <도둑들>에서의 섹시미 그리고 <암살>에서의 액션이
어쩌면 그녀의 진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군체>에서는 그러한 그녀만의 매력이 전혀 살아 있지 않다.
교수, 과학자, 이혼녀~~~라는 캐릭터와 전지현이 어울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를 모르고 본다)
그녀의 연기를 보며 어디서 많이 본 여배우구나, 했다가
엔딩 크래딧이 올라 갈 때에야 그녀가 전지현이란 것을 알았으니까.
즉, 내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에 권세정 교수와 전지현이 매치가 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현실에서 전지현을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편견인지 몰라도, 경비원 최현석 역의 지창욱,
권세정의 전 남편이자 교수 한규성 역의 고수,
이 둘은 배역에 비해 너무 잘 생겼다.
그래서 이질감이 든다.
둘,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니?란 의문이 들었다.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본은 시나리오요 그 다음 연출력 거기에 촬영기술과 편집기술이다.
각기 예술적 의도가 따르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의문이 든다.
시나리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연출자(감독)은 어떤 메세지를 주려고 했을까.
편집자는 너무 많은 장면을 생략한 것은 아닐까.
영화 <군체>는 과학기술을 바탕에 깔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보여준다.
소통의 부재가 강조되고 있지만
고위직 공무원의 책임회피(경찰청장과 장관) 혹은 과잉 행동(형사반장) 등이
우리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지 않은가.
영화 속에 담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자면 참 많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을 무수히 드러냈지만 마지막에 남는 게 없다.
게다가 왜 권선징악과 해피앤딩이어야만 할까.
우리들 삶 곳곳에 악이 승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그냥 열린 결말로 놔두면 안될까.
그래서 나온 의문 - 뭘 말하고 싶은 거니?
셋, 이 영화를 5,6,70대 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굳이 추천하라면 2, 30대,
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만하다는 느낌이다.
(조금 가벼워지자고 했는데, 내 글이 또 진지해지려 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뒷풀이 식당으로 갔다.
송해길을 잘 알고 있으니, 먼저들 가라고 했다.
걸음이 느리다는 핑계였지만 실은 니코틴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해 보니 <볼매>님이 문 앞에서 손짓을 한다.
'별난고기집'이라 해서 오늘 메뉴는 고기를 굽는 줄 알았는데 김치찌개였다.
두 테이블에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참치 김치찌개.
나야 뭐든 가리는 게 없으니 앉은 자리에 놓인 참치로.
여러 모임 때문에 종종 왔던 이 집, 밥이 참 좋다 - 돌솥밥이다.
밥을 퍼 그릇에 담고 물을 부어 숭늉 - 누룽지를 만든다.
앞에 앉은 <청라서현> 님이 이렇게 찌개를 떠 줬다.
찌개뿐이 아니다 - 밥도 남겨줬다.
어느 모임엘 가건 늘 이렇게 예쁜 아낙이 나를 챙겨준다.
(부러운면 지는 겁니다.)
먹는 것에는 진심이니까 - 사진 찍을 때 브이까지 해 보이며 맛나게 먹었다.
이디야 커피숍으로 이동.
먼저들 가라고 하면서 <볼매> 님에게 내 카드를 맡겼다.
<커피는 오늘 처음 온 제가 쏩니다.> 했는데,
뒤늦게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카드를 그대로 준다.
<청노루> 님이 계산을 했다고 - 그럼 나는 폼만 잡은 건가.
주문한 커피와 음료가 나오고, 마침 뒷풀이에만 참석하겠다던 <덕승>님이 도착.
영화 감상 평들이 이어진다.
5060 카페 어느 게시판보다 <영화 아름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크게 번창할 수 있는 여지가 바로 이 점이다.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가 아니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
그 다음 밥 먹는 것이야 같지만, 식후에는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공동관심사(영화감상)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소통도 잘 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 수 있다.
서로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을 들으며 자신이 배울 수 있다는 기회를 갖게 된다.
비록 사이버에서의 만남이지만,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그 영화 감상을 말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귀한 시간이 될 것이고
나아가 서로를 알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리라.
두 테이블에 앉았기에 서로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래도 '대화' - '소통'이 있었다는 것 - 그러니 귀한 시간이었다.
커피숍에서 나와 송해길에서 부러 <청라서현>님과 인증샷을 찍어달라 했는데
고맙게도 <청라서현>님도 응해주었다.
왜 <청라서현> 님이냐고?
궁금하면 오배건.
먼저들 가라 하고는 잠시 서서 다시 니코틴 보충하고
올 때 역순으로 부천 집으로.
아마도 다음 영화 모임에도 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시간만 맞는다면야~~
이 즐거운 시간을 마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영화 아름 동호회> 영화관람 후기 끝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3 저와 이미지가 비슷한 회원이 우리 카페에 있는 모양이군요.
<도ㅇ> 님이 누굴까~~~
반가왔어요. 챙겨줘 고맙구요.
종종 뵈요.
^(^ -
작성자덕숭 작성시간 26.06.13 부천 이선생님.
좋은 이야기 .
푸짐한 덕담
감사합니다'
자주 뵙기를 기대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3 푸짐한 덕담이라니요. 과찬이십니다.
종종 영화관에서 만나요.
^(^ -
작성자덕숭 작성시간 26.06.13 방장님.
좋은 자리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좋은 영상 관람에 초대 바랍니다.
사과 음료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볼매 작성시간 26.06.13 치과 치료 때문에
늦게 라도 오셔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저녁도
못드시고 가시게 되어
씁쓸 했어요 ~~ 😢
다음
영화 모임 에는
영화도 보고
저녁 뒤풀이도 가고
그리 합시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