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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四월의 눈물 속에 피는 꽃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4.16|조회수136 목록 댓글 12

슬픈 일기처럼.

색 없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다시.

가슴 아파해야 되는 날로 돼 돌아가야 되는 곳

가슴 한견에.

슬픈 나무 한그루 아직 자라고 있었다

눈 떠.

내가 사람도 아니었던 군생활

인격도.

인간의 존엄성까지

존재되지 않았던 졸병생활

처얼석. 파도소리

엄마 생각에 눈물짓고.

순검 끝 취침소리에

고향생각 절로 나지만

작은 불 앞에

선임수병들의 편지를 대필하고 있었다

 

pan pell로 시작하여

제대하면 끝나버리는 짧은 여독....

여자분 들은 거의

영등포 가리봉동에 밀집된 가발 회사와

봉제공장. 

일주일 내내 편지를 기다리는

선임 수병들의 마음도.

들뜬 마음으로 내 편지를 읽는 여자들에게

살점을 에리는 애절한 그리움과

바위처럼 정직함

봄 향기처럼 향기로운 글을

내가 그 여자분들의 남자인듯

편지지를 꼭꼭 채워 보내고 있었다

많은 여자분들 속에

마치. 내 여자처럼. 정성을 담은 분이 있었다

그 분의 사랑을 동봉한 편지가 밤새 달려

선임수병 손을 거쳐 다시 내손에 쥐어졌다

 

**별빛 내리는 하늘밑에

작은 새 내가 되어

입 벌려 나 온소리

하나 되어 공허 하지만

내가 정한 임이기에

이 밤 물고 당신께 갑니다

내가 바친 사랑으로

낯을 닦고

내 정성 모아 모아

당신 길 앞에 뿌리니

편한 미소 입에 물고

발 재촉 하세요..**

 

그녀의 애틋한 편지는

이틀이 멀다 하고 내 손에 쥐어졌지만

당사자인 선임수병은

이미. 아들 딸이 있는 기혼자

길 옆에 핀 코스모스를 따 입에 물고

후 ``불고 버스에 오르는...

 

그 선임수병이 전역을 했다

그가 버리고 간 사연을 사랑을

내가 짐처럼 지고 가야 했다

가급적이면 위로가 되는 글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편질 그녀에게 보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그녀의 답장은

항상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녀의 글을 읽을수록 내 마음이 괴로웠다

사실을 말하기엔 너무 늦은 까닭에

슬픔의 날들은

전역을 앞둔 나의 가슴에 빈둥지의 아픔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얼마나 아팟을까..

하루 만에 달려온 그녀의 편지에

긴 밤을 새워 글을 보냈다

개나리 만개한 어느 봄날

이젠 내가 그녀의 편질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나의 고갈된 마음을

그녀의 사랑으로 채우고 있었지만

하지만 나 엮시

제대 날자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었는 것을...

전역을 앞둔 늦은 겨울

위병소 앞을 지나가다

애타게 발 동동 구르는 여인을 보았다

그녀였다

면회가 단절된 내무실에서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인적도 없는 비 포장길로

흘쩍 뒤 돌아보며 그녀가 가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절며 걷는

소아마비인 그녀는....

그녀는..

그녀는.

만삭이었다.

두 손으로 배를 감 쌓며

자꾸. 자꾸만 뒤 돌아보고 있었다

슬픔이 격해저 울 수도 없었다

나를 스스로를 자책하며

더이상 숨을곳이 없어 

살점을 파내는 유격 훈련도. 완전무장 구보도

미친놈처럼 꺼억꺼억 소릴 질러 댔다

날 혹사하고 싶은 죄책감 때문에

등이 오싹한 공수훈련의 수송기 속에서

죽고 싶어 환장한 놈처럼 뛰어 내렸다

그 가슴. 해이는 겨울을 그리 보냈다

그리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글과

더 감당지 못할 애절한 글로

사랑했었다는 편질 끝으로

그해 전역을 했다

눈물로 적은 그녀의 편지가 수 없이 나를 찾았으련만..

그랬으련만..

겨울이.

다 기억도 할 수 없는 겨울이

품에 안겼다 사라졌다

마음은 항상 슬픈 교향곡 처럼 두드렸지만

몸은 세상과 싸워 가며

먹고 살기에 연연 했다

겨울은

소복한 여인처럼 길을 막았지만

봄은.

여린 베일을 벗기며 찾아 왔다.

비 개인 어느 날

허름한 책방에 몸을 밀어

손에 쥔 책을 펼칠 때

갑자기 내 입에서

까마귀 울음 같은 괴성이 터져 나온다

군에 있을 때

밤새워 내가 쓴 글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반 명함판 사진과 함께...

그녀는 이미

이름만 내밀어도 알만한

시인이며.

방송 작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엔

돌아 올리 없는  군 선임수병을 기다리며

내 편지를

책 갈피 속에 간직한 잎새 처럼 보관하며

망울 슬픈 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질 손에 쥐고...

남루한 책방에 글이 되어

슬프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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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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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 둘 | 작성시간 24.04.17 기다리던 님은 안왔지만,
    명품 문장은 남아있네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7 감사드려요 별 둘님
    일기장을 들추다가 먼 그날이 오늘 이기에 올려 봤습니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큽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오~
  • 답댓글 작성자별 둘 | 작성시간 24.04.18 시골바다 
    시골바다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오~
  • 작성자능성 | 작성시간 24.04.19 가슴아푼 사연이네요
    그시절 70년대 는 유행처럼 팬팔을 마니들 했던 기억이~~~~
    저도 그시절 포천 금주산 언저리 에서 군생활을 했었는데 휴가 귀대 술 먹다 안주로 비상식량 별사탕 봉지 에서 나온 쪽지에 적힌주소 서울답십리 최 ㅇㅇ 이라는 분과 편지를 나누기 시작 했지만 졸필이라 그랬는지 오래가진 못한 사연이 있었지요

    이른 새벽 뒤척이다
    글 잘보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9 그 시절에는 펜팔이 군생활에 큰 위로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훈련이 힘들었지만
    그 얼굴 모르는 그 여자 분의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 ..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능성님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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