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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사연....

작성자리디아|작성시간24.04.17|조회수533 목록 댓글 40

아버지와 함께 산 지가~8년6개월 되네요.

25세 가을에 결혼하면서~
난~ 부모님 곁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며 살기 시작.
살림도 서투르고 몸도 허약한 나를 안스러히 보시고...큰 애 낳고 일년반 같이 친정에 들어가 같이 살다가...작은애 낳으면서는 몸도 튼튼해지고...그동안 신랑이 번 돈으로 자그마한 아파트를 사면서~
홀시어머니랑도 같이 살게 되었어요.
어머님과 우리 부부와 두 아들 다섯식구가.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자애로우신 어머님과 믿음직한 남편과 똑똑한 두 아들과 행복하게 살았죠.
30년을....

그러다~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그 2년전에는 86세로 어머님이 심근경색으로 서울대 병원에서 돌아가시고)
난~ 사람들과 벽을 쌓고 우울히 지내면서~종교도 취미생활과 봉사활동도 다 그만 두고...내 보호자가 된 아들들의 반강제로 20년 넘게 산 집을 떠나서~서울 동북쪽 끝에서 서울 서북쪽 끝으로 완전 멀리 이사왔어요.
울면서.....
"엄마 울지 마세요.아빠 안계신다고~오래 산 집 이사 간다고 울지 마세요.
저희가 잘할께요..못다한 몫 까지 두배로 잘사심 되잖아요"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곳으로 이사 오기 일주일전~ 췌장암으로...엄마가 아산 병원에서 ~ 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으시다고....내가 이사오기 일주일전에~울집에서 400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옮기셨어요.
난 이사 준비로 바빴고~ 이사오고나서는~
아침에 출근하는 애들과 같이 나와서는 엄마 계신 병원으로 갔고~ 밤샘 엄마 돌보신 아버지를 울집으로 주무시라고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오후에 아버지 오시고. 두아들 퇴근 하면서 나도 집으로 같이 가고....

그러길 12일 되던 날~
엄마가 내게
"오늘 애들 병원에 들르니?"
"응. 엄마. 오늘도 와요"
"그래. "
퇴근하고 두 아들이 같이 만나서는 같이 병원에 왔지요
엄마는 울애들을 보시더니...
"너희 엄마 혼자됬으니...너희가 잘 보살펴 주렴"
"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우리가 잘 모실께요"
"그래. 이젠 너희 엄마 걱정은 안하마..."
그러시고는~쳐다 보시면서...말소리는 안들리고 무언가 말씀하시듯이 입만....
"엄마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끄덕이시면서도 말씀은 안하시고 눈물만...
그.때~ 울애가...
"할아버지가 걱정되세요?"
그 말에.엄마는 눈물을 흘리시면서 고개만 끄덕.
울애가 다시.
"할머니...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도.혼자이신데...저희랑 같이 사시면 되죠."
"고맙다."
엄마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며 ..
입술은 꾹 다무신 채...
눈물만 흘리셨어요.
그리고~그.이후로는 아무런 말씀도 안하시고~ 이틀 후 눈을 감으셨어요
아버지도.잠드신 깊은 밤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엄마 따라 가시겠다고 잘 드시지도 않는 술을 드시고. 몸은 더욱 허약해지시고....엄마 삼년상 지나면~엄마 모셔 놓은 곳으로 매일 다니시면서..엄마 곁으로 갈 날만 기다리시겠다고...
가끔~조카의 전화.
"고모~할아버지 또 술 드시고 우세요"

엄마 3년상 지나고~
울 큰애는 남편 사후 5년 되는 달에 결혼했어요.
큰 아들을 끔찍이도 좋아했던.그 사람 생각에...
난~ 큰애 결혼식 때..눈물로 범벅..
입은 억지로 웃고 눈물은 나고. ..
눈 화장은 다 지워지고 얼굴도 얼룩.
당시 모습.

큰 애 결혼하고~작은애는 약혼(1년후에 결혼식)
난 지금 사는 인천으로 이사 왔고
큰애는 결혼 때 분가.작은애는 일년 후 결혼할거니~출퇴근도.힘드니..직장.근처로.미리 살 신혼집 얻어서 나가라고....
난~할아버지랑 살거라고.....

이사 오고~1달 후~작은애 따로 집 얻어 나가고 ...
아버지에게 같이 살자고 했어요.
아버진 처음엔 난색을....
"내가 너에게.줄게 하나도.없는데..."
(평생 월급으로 생활하신 아버지가 남은 건 집 세채 이었는데...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같이 사시던 집은 큰남동생네로~그 몇달 후는 월세 받던 아파트를 반발하는 작은 남동생네로.~
그리고 또 다른 월세 받던 아파트는 팔아서 생활비와 엄마 두번의 암 병원비로 다 썼지요.)

같이 안사시겠다고....버티시길래...
할수 없이 엄마 이야기 했어요.
엄마가 그때. 그런 말씀을 하시고 이틀 후 눈을 감으셨다고....
"엄마가 떠나시면서도 홀로 남게 되실 아버지 걱정되셔서...
먼저 혼자된 딸에게는 차마 말씀 못하시고~울애들에게 그나마 눈물로 부탁하신거니~
엄마 걱정 더이상 안하시게 저랑 같이 사세요."
그제서야 ~ 아버지는 우시면서 내 손을 잡고서는...
"난 딸이 있어 이리 좋은데..넌 딸이 없어 어쩌니?"
" 그래요..난 딸이 없어도.되요.
대신 아버지가 제 곁에 오래 함께 계시면 되요"

아버지랑.파주에.매운탕 먹으러 갔다가....ㅎ

당시에는 아버지가 넘 쇠약해지셔서 얼마 못 사실 것 같아서..후회될까봐 하루라도.빨리 같이 살자 했었는데..
세월이 8년 6개월이 지났네요
지금 94세 .
앞으로도 몇년은 무난히 사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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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리디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8 우웅님의 자작시에
    마음이 울컥~~

    저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나면~
    어찌 살런지....
    가끔~ 불현듯
    생각나면....
    겁이 납니다
  • 작성자피터 | 작성시간 24.04.18 우여곡절 많이 겪으셨는데
    그래도 잘 사신듯 합니다
    꽤 긴 세월 아버님 모시고
    사셨고, 앞으로는 福 많이 받으실겁니다~^^
  • 답댓글 작성자리디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8 이미 복은 받은 것 같습니다
    두 아들이 잘 살고 있으니까요.
    그 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좋은사탕 | 작성시간 24.04.18 이미 갖은 것을, 받은 것을 행복이라니
    행복하게 사실 일만 남았네요~^^
  • 답댓글 작성자리디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8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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