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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삿갓 풍자시모음 ★

작성자별 둘|작성시간24.04.19|조회수235 목록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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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사회의 세태를 풍자한 방랑 시인 '김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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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 삿갓 노래

 

 

 

떠돌아다니는 나의 삿갓이 빈 배와 같으니

우연히 한번 쓴 것이 사십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볍게 소 먹이러 나갈 때에 쓰고,

어부는 고기잡이 나갈 때에 쓰는 것이라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누각에 올라 달을 보네

 

속인들의 사치스런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나의 삿갓은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걱정이 없네... ★

 

 

 

 

 

 

 

 

 

 

 

 

 

 

 

                  [ 2 ] 가난이 죄

 

 

 

땅 위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게는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라네

 

가난한 자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말게

가난한 자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지네...★

 

 

 

 

 

 

 

 

 

 

 

 

 

 

 

           [ 3 ] 죽 한 그릇

 

 

 

네 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노니네

 

주인은 무안하다 말하지 마시라

나는 물에 비친 청산을 좋아하네... ★

 

 

 

 

 

 

 

 

 

 

 

 

 

 

 

          [ 4 ] 돈

 

 

 

천하를 두루 돌아다녀도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 너

 

나라와 집안을 일으키니

그 세력이 가볍지 않구나

 

갔다가 오고 왔다가 가며

살리는 것도 마음대로네... ★

 

 

 

 

 

 

 

 

 

 

 

 

 

 

 

                [ 5 ] 장기

 

 

 

술친구와 글친구가 의기투합하여,

방 한가운데 앉아 전쟁판을 벌리네

 

가볍게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굳세지고,

사나운 상이 앉으면 진세가 웅장해지네

 

쏟살같이 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

날쌘 말은 옆으로 달려들어 궁을 엿보네

 

병졸들이 없어지고 연신 장군을 부르자,

겨우 남은 두 사가 견디지 못하고 손드네... ★

 

 

 

 

 

 

 

 

 

 

 

 

 

 

 

          [ 6 ] 바둑

 

 

 

흑백이 종횡으로 진을 치며 에워싸니

승패는 집을 점령하고 못하고에 달렸네

 

한나라 나의 은사가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나뭇꾼은 바둑을 보다가 도끼 자루가 썩었네

 

우연히 속임수가 생겨 중요한 점을 얻기도 하고,

잘못 두었을 때는 물러달라 손을 흔들기도 하네

 

한나절이나 승부를 다투고도 또 싸우니,

바둑알 놓는 소리에 저녁 해가 넘어가네... ★

 

 

 

 

 

 

 

 

 

 

 

 

 

 

 

            [ 7 ] 개성의 나그네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는가

산 이름이 송악인데 땔나무 없겠는가

 

황혼에 나그네 쫓음이 사람 도리 아니네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는 도리 모르네... ★

 

 

 

 

 

 

 

 

 

 

 

 

 

 

 

          [ 8 ] 스무나무 아래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마흔 집안에서 시은밥을 먹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집으로 돌아가 서른밥을 먹으리... ★

 

 

 

 

 

 

 

 

 

 

 

 

 

 

 

          [ 9 ] 금강산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가 모두 희고,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 깊네

 

등불은 켜고끔으로 밤과 낮을 구분하고,

산은 남북으로 음지와 양지를 구분하네... ★

 

 

 

 

 

 

 

 

 

 

 

 

 

 

 

          [ 10 ] 묘향산

 

 

 

평생에 하고 싶은 욕망이 무엇인고 하니

언젠가는 묘향산을 유람하는 것이었네

 

산은 첩첩 천의 봉우리가 만 길이나 되고,

길은 층층 열걸음에 아홉은 쉬어야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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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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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골바다 | 작성시간 24.04.20 내삿갓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삿갓해학(諧謔) 시(詩)
    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별 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0 예 그러시군요! 삿갓에 용도가 다양합니다~

    속인들의 사치스런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나의 삿갓은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걱정이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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