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게시판

마부(馬夫)와 농부(農夫) 이야기

작성자자하|작성시간24.05.07|조회수132 목록 댓글 8

마부(馬夫)와 농부(農夫) 이야기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미쳐서 죽었다
그의 말년 모습은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1889년 겨울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휴가를 보내던
"니체"는 집을 나선다.

우체국으로 편지를 부치러 가다 광장에서 매를 맞는 늙은 말을 발견한다.
무거운 짐 마차를 끌고 가던 말은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그만 발이 얼어붙고 만다.
겁먹은 말은, 마부가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부는 화가 나서, 더욱 세게 채찍질을 한다.
그 광경을 본 "니체"는 마차로 뛰어들어
말의 목을 감고 흐느낀다. 이웃이 그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침대에서 이틀을 꼬박 누워 있다가
몇 마디 말을 응얼거린다. “어머니, 전 바보였어요”
그 후로 11년 동안 정신 나간 상태로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는다.

"니체"가 늙은 말을 부둥켜 안은 것은
존재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짐마차를 끌고 가는 말과
삶의 등짐을 지고 가는 자신을 같은 처지로 여기고
감정이입(感情移入) 을 했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지도 못한 채
채찍을 맞아야 하는 삶이라면 얼마나 고달픈가.
그것이 가죽의 채찍이든, 세파의 채찍이든 말이다.
"니체"가 눈물샘이 터져 울부짖은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1960년 방한한 미국 소설가 "펄벅"은 "니체"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그녀는 늦가을에 군용 지프를 개조한 차를 타고 경주를 향해 달렸다.
노랗게 물든 들판에선 농부들이 추수하느라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차가 경주 안강 부근을 지날 무렵,
볏가리를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보였다.
그 옆에는 지게에 볏짐을 짊어진 농부가 소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신기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펄벅"이 길을 안내하는 통역에게 물었다. “아니, 저 농부는 왜
힘들게 볏단을 지고 갑니까? 달구지에 싣고 가면 되잖아요?”
“소가 너무 힘들까봐 농부가 짐을 나누어 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펄벅"은 그때의 감동을 글로 옮겼다.

"이제 한국의 나머지
다른 것은 더 보지 않아도 알겠다". 볏가리 짐을 지고 가는
저 농부의 마음이 바로 한국인의 마음이자,
오늘 인류가 되찾아야 할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이다.
내 조국, 내 고향, 미국의 농부라면 저렇게 힘들게
짐을 나누어 지지 않고, 온 가족이 달구지 위에
올라타고 채찍질 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갔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농부는 짐승과도 짐을 나누어지고 한 식구 처럼 살아가지 않는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생명체는 자기 삶의 무게를 지고 간다.
험난한 생을 견뎌내는 그 일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하물며 같은 종의 인간끼리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SNS에는 오늘도 비수 같은 말들이 홍수를 이룬다
당신은 늙은 말에 채찍질하는 마부인가,
등짐을 나눠지는 농부인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자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7 일의 본말을 잘모를땐
    침묵하고 패씽하는 것도 미덕입니다.

    작금의 시대에 종신 친구
    찾기는 힘들어요.
    그저 남한테 민폐 안끼치고
    각자도생이 정답이겠죠.

    기만용용 선배님
    활기 찬 한주일
    잘 열어가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시골바다 | 작성시간 24.05.07 좋은글 읽으면서 나를 생각해보네요
    저는 제가 힘 들어도
    등짐을 나누어 지고 가는 농부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출근길 아직도 비가 내리네요
    편안한 화요일 되시고요~
  • 작성자지 인 | 작성시간 24.05.07 니체의 아픈마음
    펄벅의 감동의 마음~~~

    글의 설명이 이리도 지적이고 감동적 이다니요-!!!
    좋은글속에 인간의 내면까지 엿보이는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작성자혜전2 | 작성시간 24.05.0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기만용용,시골바다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몸부림님도,
    지인님도,
    자하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시겠지요.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던가요?
    그런데
    그 말은
    당시 세태가 악으로 물들어 가기에
    '신은 죽어가고 있다'라고 한 말인데
    후세 사람들은
    편하게 그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의한 최승갑 | 작성시간 24.05.07 동물 복지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