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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나온 반달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7.09|조회수111 목록 댓글 5
국민학교 시절
학교 근처 동산에서 5학년 전체 야유회

어머니가 싸준 김치 반찬이 싫어 맨몸으로 간 그날
점심시간 전 선생님에게 조퇴를 말씀드리자
야유회 때 무슨 조퇴냐고 날라온건 머리에 군밤 
눈치채신 옆 반 여선생님이
"다들 주목 지금부터 이 친구가 노래를 부를 거예요
노래 부르는 동안
싸 온 도시락밥을 한스 픈 씩 모으라고..."
친구들이 손뼉 치고 깔깔거릴 때
저는 어덕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나를 보여줄 기회
처음에는 하찮게 여긴 친구들이 잠시 후 조용하였고
고요하고 슬픈 나의 노래가
언덕 밑으로 메아리쳐나가자
바라보던 친구들이
기도하듯 손 모으고
나의 노래를 듣고있었습니다

노래를 마치자 친구들이 나를 에워 쌓며
처음본것처럼 반겨주었고
선생님들도 나의 등을 두드려주셨습니다.
처음 노래를 시켰던 옆 반 여선생님이
나의 노래가 마치 기도처럼 들렸다 하시며
저를 꼬옥안아 주셨습니다.
그 말씀이 저에겐 행복이었고 큰 기쁨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의 이름은 기억 못해도

내가 부른 낮에 나온 반달 동요는 기억하고 살겠지요
그 시절이 그리워
아무도 없는 집에서 불러 보았어요

청하하고 곱던 목소리는 도둑맞고
그 자리에 노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트로트인지 판소리인지
어이가 없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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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리디아 | 작성시간 24.07.09 판소리가 맞을수도 있어요.
    트롯트도 노랫말이 우리네 정서이지만...
    판소리는~노래라기 보다 소리이죠.
    우리네 삶의 애환이니...
    우리네 소리..
  •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9 꿀꿀한 날씨의 장맛철에
    괜시리 생각나는 지난날의 그리움이었네요
    제가 판소리 배우기는 너무 늦었죠?
    감사드려요
    좋은 오후 보내시고요~
  • 작성자천둔산1 | 작성시간 24.07.10 지금은 세상이좋아저 이런장면을
    볼수가 없지요 이사람도 점심때는
    보리밥 도시락창피해 학교옆 내가에
    혼자먹는데 친구가 찿아와 쌀밥하고 [경상도말]
    바꿔먹자 하더군요 친구부친 장례식장에
    다라다처 입원중이라 목발집고 식장에 간적이있읍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0 어려웠던 시절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작성자문형식 | 작성시간 24.07.28 귀한 자료 감사히 보았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짠하네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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