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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수필가, 소설가 - 작가가 되는 길 — <서정문학>의 상반기 등단식에서

작성자부천이선생|작성시간26.06.15|조회수77 목록 댓글 4

시인, 수필가, 소설가 - 작가가 되는 길

<서정문학>의 상반기 등단식에서

 

 

약속을 잡을 때에는 내 일정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겹치지 않게 조정을 하는데

그래도 겹치는 경우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흔히 가족, 일(직업), 친목, 취미~~ 등의 순서를 정하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족과의 약속을 깨고 직장에 출근해야 될 때도 있다.

나이가 들며 그런 일이 빈번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사회활동을 하고 있기에

종종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두 달 전부터 동창회에서는 상반기 단합대회 일정을 잡았다.

6월 13일 토요일 오후에 고양시에 있는 '장어사냥'이란 곳에서 장어를 먹기로 약속을 했다.

동창회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어 일정을 안내하고

단톡방에 링크를 걸어 동창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날짜가 다가오며 동창 산악회에서도 매달 둘째 일요일에 진행하던 산행 일정을 조정했다.

바로 전날 동창 단합대회를 하고

다음날 산행을 하는 게 참여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기에

둘째 일요일이 아니라 하루 앞당겨 오전에 둘레길 산보를 하고

곧바로 동창 단합대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산악회 운영위원이지만 주로 뒷풀이에만 참여를 하니

나는 그냥 '장어사냥'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편집고문으로 있는 격월간 <서정문학>에서

상반기 등단식 및 화합의 장을 바로 1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개최한다는 것이다.

축사도 해야하고 시상도 해야 하기에 빠질 수 없는 행사이다.

 

동창회에 갈 것인가 아니면 등단식에 가야 할 것인가.

망설일 것도 없이 나는 종각역 인근, 등단식에 갔다.

동창들 간의 친목, 우애를 다지는 것보다는

아직은 내 직업상 일에 더 치중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동창들이야 한 달에 한 번 만날 수 있지만

서정문학의 등단식은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한 번뿐인 행사이다.

편집고문으로서 당연히 참석하여 시상하고 축사를 해야 한다.

 

아직도 나는 일정을 잡을 때에 가족이나 우정보다는 내 직업(일)이 우선이다.

가족이래야 아들,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가 있지만

크게 겹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렇기에 더욱더 동창이나 친목 혹은 취미 활동보다는 일에 매진한다.

그래서 동창회보다는 등단식이 먼저다.

 

그렇다고 동창회와 산악회 단톡방의 공지에

이러저러해서 못간다고 알릴 필요까지는 없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동창은 아니지만

못간다는 댓글은 그만큼 분위기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산악회 총무와 동창회 사무국장에게 개인적으로 사정을 알렸다.

당연히 행사 잘 마치라는 인사까지 온다.

 

13일 토요일, 뻔히 아는 곳이지만 조금 일찍 나섰다.

약속시간만큼은 철저하니까.

 

부천역으로 와 전철 1호선으로 종각역에서 하차.

4번 출구로 나가면 빠르지만 계단을 올라야 하기에

부러 건너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평지를 걷는다.

물리적 거리로는 200m 정도 더 멀지만

평지 200m 걷는 것이 계단 오르는 것보다 수월하니까.

 

종각역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려 가는데

종각타워 앞 화단에 꽃들이 참 많다.

친구들이 얼굴 내밀고 있는데 그냥 갈 수 있겠는가.

하나하나 들여다 보며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이게 뭔 일?

화단에 <노루오줌>이 피어 있다.

몇 장은 손전화에 담았다.

 

뿌리에서 지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인데

하필이면 화단에 이 꽃일까.

하기야 땅 속에 있는 뿌리에서 나는 냄새이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것을 못느끼리라.

그저 분홍 솜사탕 가늘게 펼쳐 놓은 것으로 생각할 테니까.

 

그렇게 꽃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강혜숙 시인 - 교수님, 어디쯤 오세요, 묻는다.

전철에서 막 내렸다고 둘러댔다.

행사 때마다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보신각 앞이 오랜만이라 손수찍기로 한 장 담았다.

 

그리고 도착한 대왕빌딩, 11층 누구나 카페로 들어선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많이들 와 있다.

 

들어서자마자 접수대에서 김은희 시인이 내미는 주머니.

안에는 프로그램과 <서정문학>, 떡과 음료수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회원 둘의 시집도 들어 있었다.

내가 인사해야 할 사람에게 다가가 왔다고 인사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하러 오는 분들과는 반갑게 손 잡고.

앞 줄 구석자리로 가 앉았다.

 

갓 출간된 <서정문학> 109호와 오늘 행사의 프로그램.

 

프로그램에는 내가 맡아야 할 일이 적혀 있다.

축사와 시상 - 늘 하던 일이다.

 

신인상 상패와 수여할 꽃다발들.

운영진의 준비가 꼼꼼하다.

 

앞줄 오른쪽 끝자리.

언제부터인지 중앙에 앉거나 서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모임에 따라 예우하느라 자꾸만 중앙 자리를 권하는데

그런 게 몸에 익숙하지 않다.

 

상을 받은 신인들과 축하객들로 행사장이 가득 찼다.

다른 때보다 인원이 좀 많은 듯~~

 

사회자의 개회에 이어 내빈 소개, 약력 보고~~~

그리고 발행인 이훈식 시인의 인사

그 다음이 내 차례이다.

 

등단식에서는 신인상을 수상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매번 축사를 하는데

오늘은 대왕빌딩까지 온 길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4번 출구 계단으로 나와 곧바로 오는 좀 가까운 길과

계단이 힘들어 건너편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먼 길.

누구는 택시로 아니면 자가용으로 건물 앞까지 왔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곳까지 오는 길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은 없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길이다.

 

신춘문예나 공모전 입상 그리고 문예지의 신인상.

그 차이를 말해주며

오늘 신인상을 받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높이 산다고 하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꾸준히 쓰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시낭송이 있었고, 축하 합창 공연도 했다.

 

이어지는 신인상 시상.

먼저 발행인이 시상자로 나섰고, 그 다음 내 차례.

 

지난 108호에 시 부문 신인상으로 당선된 박희래 시인에게 시상하고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축하객들이 올라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 사진을 찍을 때에 나는 슬쩍 자리를 비켜줬다.

 

그렇게 비켜 선 내 모습을 강혜숙 시인이 사진으로 담았다.

 

차병찬 님도 이런 사진을 만들어주셨다.

 

같은 108호 시 부문 신인상 수상자인 배용호 시인에게 시상하고

둘이 기념사진 찍고,

 

벌써 안면이 있는지 많은 서정문학 식구들이 함께 섰다.

 

이렇게 시상이 끝나고 이어지는 시집 발간 기념회.

 

유임순 시인과 허병찬 시인의 갓 출간된 시집.

 

격월간 <서정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첫 시집을 출간했단다.

이를 기념하여 기념패를 전달하며 축하를 한다.

 

행사를 시작하며부터 내 차례에는 무대에 올라갔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시집 두 권을 후루룩 살폈다.

두 분 다 예사롭지 않다, 내공이 상당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블로그에 연재하는 <내가 읽은 시>에 몇 작품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서정문학 식구들과 수상자들이 단체로 기념사진.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오늘은 수상자들을 앞줄에 앉혔다.

다리가 부실하다고 나는 그 옆에 앉으란다.

 

뒷풀이 음식점으로 이동한다는데

그 막간을 이용해 무대에서는 여러 사진들을 찍는다.

 

오늘 시집 출간 기념패를 받은 유임순 시인에게 다가갔다.

 

시집 날개에 적힌 그의 이력을 보고 참 좋은 인연이란 느낌이었다.

그가 활동했던, 상을 받았던 <문학시선>.

<문학시선> 초창기에 나도 거기서 활동했고,

그곳 박정용 회장은 나를 많이도 아껴주는 형인데

유임순 시인이 거기 출신이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지난 번 봄 나들이 때에 얼굴 봤기에 구면이지만,

그가 <문학시선> 출신이라는 사실에 더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둘이 나란히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튿날, 부산의 박 회장에게 서정문학 행사와 함께 소식을 전하니

마치 자신의 일인양 좋아한다.

인연이란 게 이렇다.

문학판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면 또 만나게 된다.

 

행사장을 나오다가 차영미 대표와 배동칠 시인에게 붙잡혔다.

차 대표는 두 남정네의 팔을 휘어잡았다.

 

미리 건물 밖으로 나와 니코틴을 보충하는데 회원들이 한꺼번에 내려오더니,

음식점으로 간다는데 방향이 다르다 - 그쪽이 아닌데~~

거리 한복판이라 뭐라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것을 보며 찾아오기는 하겠다, 싶었다.

늦게 출발한 내가 먼저 음식점에 도착해 기다렸다.

지름길을 놔두고 빙 돌아서 오는 회원들.

그래 뒷풀이 장소로 오는 길도 여러 가지이다.

혼자서 그냥 웃었다.

 

이집의 대표 메뉴 - 직화구이이다.

차돌배기, 쭈꾸미, 콩나물, 치즈 그리고 야채들과 양념.

 

계란찜과 나중에 부추전도 나왔는데 사진에는 없다.

 

소주와 맥주잔이 오갔지만, 나는야 늘 흑맥주(콜라).

앞에 앉은 강혜숙 시인이 나 먹을 것을 접시에 챙겨줬다.

 

나중에는 이렇게 볶음밥까지.

뭐든지 잘 먹는 나, - 맛나게 먹었다.

 

홀에 가득찬 서정문학 식구들이다.

 

주해숙 주간과 수필가 심재순 님이 양쪽에서 내 팔을 차지했다.

서정문학 행사 때에 내 팔은 이렇게 공용이 된다.

 

몇몇 작가들과 기념 사진도 찍었고, 셀카놀이도 했는데

많은 사진들이 아직 내 손에 도착하지는 않았다.

문학행사에 가면 이렇게 모델이 되어주곤 한다.

이런 것도 다 인연이다.

 

뭔 얘기를 저렇게 열심히 했을까.

분명 문학, 소설 이야기일 것이다.

내 전공이니까.

 

이 테이블에서 부르고 저 테이블에서 부르고,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그냥 이야기로 답한다.

최주식 주간의 핀잔 - <교수님이 술을 좀 하셔야 하는데~~~>

<평생 마실 술 다 마셨답니다. 총량불변의 법칙 아시죠.> - 내 대답이다.

 

커피숍으로 간다 해서 따라나왔는데,

음식점 앞 골목에서 사진 찍기 놀이가 한창이다.

이들을 누가 50대 아낙들이라 할까.

시인들이어 그런지 참 순수하다.

 

세 시인이 사진찍는데 얼떨결에 뒤에 내 얼굴이 찍혔다.

 

도착한 커피숍.

큰 마음 먹고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갔다.

 

이럴 수가, 여성 작가 10 명에 나 혼자다.

테이블마다 정겨운 이야기가 오가고.

그야말로 대화 삼매경 -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대화 중에 문득, 전화기가 떨었다.

무음으로 해놓은 전화기를 켜니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이다.

<장어사냥>에 있는 동창들 - 어디쯤이냐, 왜 안오냐는 문자도 있다.

 

동창들 행사에 빠지지 않던 운영위원이니 더 궁금했으리라.

총무나 사무국장이 말을 안했을 터이니~~.

그렇게 궁금해 하는 동창들 - 그들은 동창이 아니라 바로 내 친구들이다.

 

커피숍에서 나와 먼저들 가라고 했다.

지팡이를 짚으니 걸음이 느린데다가 30m도 쉬어 걸어야 하는 내 몸

그래서 가능하면 함께 걷지 않으려 한다.

피해를 주니까 - 그냥 먼저 가라고 했다.

 

그렇게 회원들과 헤어져 골목에서 니코틴 또 보충하고.

아직 날이 훤하다 - 해가 긴 6월이니까.

 

다시 종각사거리 화단으로 갔다.

 

<노루오줌> 사진 다시 찍었고,

 

<쉬땅나무>와도 인사를 했다.

 

얘네들이 화단에 있다니~~~, 또 그 생각이다.

그런데 있을 수도 있잖은가.

꽃과 나무, 풀 들이 반드시 한 가지 목적에만 유용한 게 아니니까.

 

서정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이름에 '서정'이 있다고 반드시 '서정'만 담을 수는 없지 않은가.

뒤집어 생각하면 서정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어느 문학 갈래이건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요

마음에서 나왔다면 그 마음을 노래한 서정이 아니겠는가.

 

이념이나 정치적 경향에 매몰되지 말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작품.

그런 자유로운 영혼의 절규와 같은 작품을 쓰라고 했다.

우선은 나부터 그런 작품을 써야 한다.

 

신인상을 시상할 때마다 드는 생각.

내가 상을 줄 만한 사람인가,

나부터 제대로 된 작가여야 하지 않을까, 란 걱정이다.

 

작가가 되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작가가 되는 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작품을 발표하는 길이다.

 

그래, 나부터, 지금까지 보다 더,

제대로 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이고 싶다.

 

— 늦게 쓴 6월 13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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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풍백 | 작성시간 26.06.15 바쁜 일정에도 후덕한 인품으로 양띠방 뒤풀이까지 왕림하심에 반가웟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이 행사 때문에 동창 산악회에 못갔는데, 동창들 산행이 하루 앞당겨지며 우연찮게 둘째 일요일에 시간이 났답니다.
    얼씨구나, 하고 <호부월선>에게 빚 갚으려 뒷풀이에라도 부러 참석했답니다.
    반가왔습니다.
    ^(^
  • 작성자시니 | 작성시간 26.06.15
    6월 13일 늦은 일기를 하루지난 15일 새벽에 올려주시니
    정성에 1차 감동입니다.

    어쩌면 이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리 형식을 잘 갖추어서
    정성스런 글을 마련하셨습니다.

    원래 글쓰기가 직업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년없는 직업이지만
    참 잘 관리하시고 환영받고 계십니다.
    이것은 원래 덕목을 잘 관리하신 결과라 생각합니다.

    내용도 사진도
    아주 잘 표현하시고
    내용이 머리속에 잘 들어오도록 잘 쓰셨고
    주위분들의 이야기
    사진들로 비록 걸음은 잘 걷지 못하셔도
    인생 잘 사시고 계십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가도
    실제 예로 잘 보여주십니다.

    어느 글을 쓰고 싶으면
    준비기간과 본글과 결론까지
    간간이 만나는 꽃이야기까지 곁들여서
    더욱 정성이 가미된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친구들과 즐거움도 크지만
    직업이 우선이지요.
    어느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은 없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길이다."

    늘 글이 전문이신 분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글 쓰는 것이 직업인지라, 구상하고 쓰고, 정리하고 다듬고~~~ 난 후에 게시판에 올린답니다.
    내 글은 내 얼굴이니 좀 화장을 하고 내보내지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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