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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사랑방

크면 보이는 것들

작성자김포인|작성시간26.05.13|조회수230 목록 댓글 25

조그만 어촌 마을.

시내라고 해봐야 보잘 곳 없는 곳에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설탕을 불에 녹이고 소다를 섞어 부풀리는 "달고나"의 좌판과..

칡뿌리를 도마 위에 제멋대로 펼쳐 놓고 파는 아저씨도 있었고..

소위 야바위라고 하는 눈 속임 도박판도 기억이 난다.

 

야바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고 환호와 탄성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한참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자주하는 사람은 돈을 따고 어쩌다 들린 사람은 영락 없이 돈을 잃는데

그게 모두 짜고 치는 것이라는 걸 머리가 한참 큰 뒤에 알게 되었다.

 

문득 드는 생각.

누가 알려 주면 금방 잊고 스스로 알아 내면 평생 동안 머리 속에 남게 되는 경험들.

그래도 알려 주시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꾸역 꾸역 귀 기울이며 버틴 덕에

밥이라도 먹고 살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역시..학교에서 배운 것은 온데 간데 없고 스스로 체험한 경험,시도,모험 같은 축척치로

이 세상은 날 평가 한다.

입에 바른 칭찬도..건조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질투들 모두를 더하고 나누면..

"넌 잘해 봐야 50점 짜리라고"..난 그리 생각하며 살고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역설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 보지 못한 이가 내려다 보며 "세상은 이렇다"라고 하는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경험하지 못한 일을 늘 경험하며 살고 있다고 한들 동의를 얻기는 커녕 객관화 부재의 인간으로

치부되기 안성 마춤인 세상인데 말이다.

 

나이가 들면..아니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경험을 시도 할 수 없고 굳은 결심이나 이념 따위에 매몰 되는 것은 사치가 되고..

더 나아질 필요도 없고 부풀려 포장할 필요도 없는 일 일테고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살아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과거의 살아 온 흔적이라는 꼬리표가 그림자 처럼 따라 붙어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해 봐야 세상의 평가는 그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일꺼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세상에 내 보이는 것이고..관종이라는 평가에 시기,질투까지 유발되게 하는

부담을 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겸손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 써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며 그래야 "넌 50점짜리"라는

그나마의 평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유년 시절 야바위를 구경하다 형에게 들켜 호되게 야단 맞은 기억이 있다.

바둑의 사활 문제를 푸는 것이였는데 몇일을 몰입하며 구경하다 보니 속임수의 실체를 알게되어

야단 맞는 중에도 어렵게 알아냈다는 뿌듯함에 입가엔 미소가 흐른다.

 

내가 여러 과목 중 유독 수학을 좋아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부터 였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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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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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포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별일 없으신가요?
    어릴 적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죠.

    논산 이라고 하시니..
    그 곳에서 딸기 농장을 하는 친구가 생각이 나는군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피터 | 작성시간 26.05.13 김포인님 시니어방에 등장하셨군요.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그런대로 봐주겠는데, 자기자신을 다섯배, 열배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대 가만히 보면 그들 자신이 자신을 대단하다고 믿고 있는것 같아요. meta 認知가 결여된 탓이지요. 게다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식견이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 하지요.

    해발 300m 앞동산을 올랐다고 세상에서 아주 높은 산들을 올랐다고 스스로 착각하지요. 김포미남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포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너무 과하게 생각하진 마시고..
    여러 사람과 섞이며 사는 곳에선..
    조금 겸손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박사님..토요일에 뵙겠습니다.
  • 작성자리진 | 작성시간 26.05.13
    어떤 젊은이의 인생 목표가 51점 이라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반은 넘었으니 희망적이니까요.

    좀 다르긴해도
    스스로 50점은 너무 야박하십니다.
    성공한 사업가로 인생 갈무리 잘 하신분이
    본인에겐 엄격하십니다.
    늘 소박하고 겸손하시면서도
    책임감은 또 모두
    본인 몫이시고.

    원래 빈수례가 요란하잔아요.

    글도 참 잘쓰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포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4 49점과 51점이 의미하는 것이 있긴 합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이고..
    기회와 선택의 차이 이기도 하죠.
    아주 미세하게 갈리는 게 우리의 삶 같습니다.

    글 잘 쓰시는 리진님의 댓글..그리고 칭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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