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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사랑방

치뤄야 할 값

작성자김포인|작성시간26.05.25|조회수213 목록 댓글 12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잡기에 능한 것은 아마도 술 마실 기회가 비교적 없으므로 바둑,당구,볼링,탁구..

그리고..심지어 도박에도 능하다.

대충이 없이 어느 것 하나 고수가 아닌 게 없을 정도로..

 

먹는 것도 주로 단 것을 좋아 한다.

쓴 소주를 못 먹는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한데 그게 바로 나다.

도박은 예외로 해야 겠다.

 

그래서 집에는 항상 팥이 듬뿍 들은 찐빵이 항시 준비되어 있는데..

특별 맞춤으로 "이천"에서 공수되어 온다.

 

유년 시절..

누구에게도 아픈 전설 하나쯤은 있겠지만 난 찐빵에 엃힌..

그러니까 자다가도 갑자기 생각나고 일하다가도 생각나고..

심지어 북적이는 모임을 할 때도 번쩍하며 소환되는 아픈 추억이다.

 

배고픔에 찐빵 집에 들어가 찐빵을 먹었다.

주인이 한 눈 파는 사이 줄행낭을 쳤는데 아마 10살 즈음이었을꺼다.

머리가 휘날리는 뒷편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는데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눈물인지..콧물인지..주머니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찐빵 값의 동전 짤랑 거리는 소리.

안도,기쁨의 감정이 먼저 였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따라 다니는 비굴,죄책감은 6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림자 처럼 날 따라 다니고 있다.

 

나이에 상관 없이 사람은 누구나 아둔하고 미련한 결정을 할 때가 있다.

아무리 고결하고 투명한 삶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갑자기 찾아 오는 사고에서도..지인과의 급작스런 갈등에서도..

이권이 개입된 비즈니스에서도 원칙에서 벗어 난 결정의 오류를 누구라도 범할 수 있다.

 

다만..우린 그런 추악함을 감추고 합리화 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읽는다.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하여..

멋진 가면 뒤에 숨는 법을 터득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학습한 결과.. 반듯하고 믿음직스러운 척할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구라다.

 

심심하지만 좋은 사람.

튀진 않지만 뭔가 내공 같은 게 있을 법한 사람의 이미지로 보여 지는 건 순전히 나의

노력 때문이다.

항상 눈은 네개쯤..귀는 여섯개쯤..달고 다니며.. 어쩌면 찐빵 집에서 주인의 동태를

한 없이 살폈던 그 때 그 소년의 심정으로 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오래 달려 온 탓에..

눈과 귀는 닫히고..입은 점점 열리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댓가를 치뤄야 한다.

잘못 산 값이다.

건네지 못한 찐빵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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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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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포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저도 겁이 많습니다.

    예전 산업의 역군이셨는데..
    저 역시 비슷한 일을 했었습니다.

    가난했지만..좋은 추억들도 많은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건 안 좋은 것 뿐인지..
  • 답댓글 작성자낭주 | 작성시간 26.05.25 new 김포인 글의 맥락을 보니
    그런것 같아요
  • 작성자수샨 | 작성시간 26.05.25 new 다들 우리는
    그런 시절을
    살아 나 왔겠지요...

    가난했던 한국에서
    모질고도
    힘들게 살아 남으려면

    최선을 다해서!!
    눈 열고,
    입닫고,,,

    마음 다칠까
    고심하며....

    다들
    잘 통과 하신듯..

    공부,연구,노력의
    결과를 이루신듯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포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이젠 다 지난 일이죠.
    70을 바라 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빠져나온 것 같네요.

  • 작성자제이입니다 | 작성시간 26.05.25 new 읽는 순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 소년의 마음이 느껴져서...

    소중한 고백,
    김포인님 감사합니다.

    그 아이에게 전하고 싶어요.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나날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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