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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사랑방

예쁜 여자 이야기 (5) 꺾어진 삶

작성자나 이화|작성시간26.06.05|조회수287 목록 댓글 19


그 사건 이후로 각방을 쓰기 시작한다.

남편은
수연이가 쓰는 안방에는 값비싼 침대를 넣어줬다.

쓰던 침대는 서재로 옮겼고 남편은 서재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 안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연은
깊은 밤이면 너무 쓸쓸하고 외로웠다.
남편 품속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자존심 꾸욱 누르고 서재에서 자고 있는 남편 품으로 파고들었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더니
"무슨 짓이고?"
"나가라!"
냉정하게 밀쳐냈다.

수치심과 모멸감에 혀를 깨물었다.
가슴속 분노는 점점 쌓여갔다.
두 번 다시 남편을 찾지 않았다.

대신 찾아간 곳이 품바 난장이였다.
현란한 장구 소리와 구성진 노랫가락은 모든 시름을 잊게 했다.

눈에 확 띄는 귀부인의 방문은 품바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갈 때마다 두둑한 지갑을 싹싹 비우고 푸짐한 간식거리를 한아름씩 안겨줬다.

그 당시 꾸러기 공연단, 버드리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인기가 치솟고 있었다.

꾸러기 단장 춘삼이는 비명횡사했고, 인형 같던 버드리도 디룩디룩 살이 쪘다.
화려했던 영광은 희미한 옛추억이 되어버렸다.

무튼,
첫 모임에서 수연이를 만나고 홀라당 반했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수연이는 아이들에게 이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들도 엄마를 이해한다며 그러라고 했다.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외롭게 방치됐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그러나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여전히 설레고, 여전히 가슴 뛴다고 했다.

또 가슴속에는 화가 가득 차 있다고도 했다.

차근차근 이혼 준비도 했다.
하루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타로점을 보러 갔다.

점쟁이 말이,
"절대 이혼 못 합니다."
"남편이 예순 넘으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삽니다''

사람은 고쳐 못 쓴다는데~
변할 것 같지도 않은데~
코웃음 치고 돌아왔다.

이혼 준비는 완벽했다.
남편 도장만 받으면 끝이었다.
.
.
.
그날 밤도 남편은 들어오지 않았다.
수연은 또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동틀 무렵,
기다리던 남편 소식은 없고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모님!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사장님이 쓰러지셨습니다."

늦도록 술을 마시고 사무실에 갔다가 넘어졌는데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쾅~

야간 순찰 돌던 직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곧바로 수술했지만 생명이 위태롭다고 했다.

뇌에 금이 갔다.
두개골을 열고 철심을 박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한 달 넘게 의식불명이였다.

그때 수연은
남편의 안위보다 자기 가슴에 쌓인 한을 쏟아내며 울부짖었다.

"하나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내 가슴에 맺힌 화는 어쩌라고요."
"이 응어리는 어쩌라고요."
"데려가실 거면 내 화부터 풀어주고 데려가세요."
"하나님, 절대로 못 보냅니다."
"보낼 수 없습니다."
수연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병원이 들썩였다.
영문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렁그렁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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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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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수연이도 이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갔고
    지금은 공인이 되어 있는데
    조심스럽죠.

  • 작성자은빛꽃 | 작성시간 26.06.05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올려주시는 나 이화님의
    멋진 글솜씨 즐감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선배님 오셨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살아 온 삶을 풀어 놓으면 한편의 드라마더군요.

    예전 친정 아버님도
    또 우리 남편도 살아온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하시는데 들을때 마다 처음 듣는것 처럼 감동하고 아파했었지요.

    성격이 강한 사람은 더 드라마틱 하지요.
    세상과 쎄게 부딪치니 말입니다.

  • 작성자올랜도 | 작성시간 26.06.05 글을 읽다보니 애독자가 되었네요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캄솨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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