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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사랑방

잘 견뎌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작성자나 이화|작성시간26.06.08|조회수317 목록 댓글 9

늘 딸이 하는 말 졸업 하면 엄마아빠 자기가 먹여 살린다고 한다.
(돈 작살 내는 귀신이라는거 저도 아는 갑다.)

허구헌날 효도효도 해 놓고
졸업장 한장 받는게 뭐 그리 대수라고
엄마아빠 꼭 와야 된다고...
이런저런 이유들어 거금 들어가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날아갔다.
큼직한 아파트 얻어 부잣집 딸 흉내 내며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당했다

무튼
딸이 보름정도 여기저기 데꼬 돌아
다니다 지겨워졌는지..

헬렌 조지아가 좋고 좋고 좋으니
휴양지에서 3박 4일 지내라고
꼬드긴다.
헤~ 넘어갔다.

옷가지 챙기라 했을때 의심 했어야 했다.
뭣도 모르고 따라 나섰다.

뻥 뚫린 고속도로 몇시간 달리니
한국처럼 자그만한 산과 계곡 나온다.

여긴가?
좋다야~
그냥 지나친다.

와~
여기도 좋다야~
또 지나친다

와~여기는
동화속 나라 같다야~
이쁜 가게들도 많고...
좋다야~
개무시하고 그냥 달린다.

더 깊은 산속으로 계속 달리고 달리고
구불 구불 달린다.

나는
말 없어지고 우울해진다.
폰에선 그때 유행하던 아델의 ( Rolling In The Deep)의 노래가 가슴을 적신다.

한참을 산속으로 달리니 통나무 집(프론트)이 나온다.
여긴가?
음습함에 한 숨 나온다.
딸이 들어 가더니 키만 들고 나온다.

아닌가벼~
안도의 한 숨 나온다.

또 달린다.
더 깊이 쑥 쑥 들어간다.

숲은 울창하고
하늘도 안보이고
사람도 없고
적막하고
무섭다.

숲을 비집고 한참을 달리니 숲에 가리워진 커다란 통나무집 한채 턱하니 가로막고 서 있다.

침묵 긴장 우울해진다.
제이슨 시카고 톱살인 사이코 뭐 그딴 살인마들이 여기저기서 노려보고 있는거 같다.

도망 갈 자동차 없고,
도움 요청할 전화 없고
사람 그림자도 안보인다.

엄마 아빠 휠링하며 푹 쉬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미친 짓이다.

5년만 젊었어도
지겹지 않을 수 있다.
징글징글 지겹게
살아온 남편하고 단둘이?
.
.
.
최고 잘난 남잔줄 알았다
최고 똑똑한 남잔 줄 알았다
살아보니 바보 멍청이다.

바보 멍청이 같은 남자를 최곤줄 알고
하늘처럼 모시고 좋아 죽었던것이 억울해 미치겠는데 이런 남자랑 숲속에서 단둘이 있으라는건 죽음이다.

죽어도
절대로
무조건
안~~~~돼
버럭 버럭 버럭 했다.

제이슨 나온다고
무섭다고 못있겠다고(사실 남편이 더 무섭다)

우겨서 환불하고 나와 버렸다.

딸은
번화한 동화속나라 호텔 얻어주고
3일 후에 보자며 가버렸다.
.
.
.
야 호
침대가 두개다
한 침대에서 안자도 되니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관광지인 이곳은 오후 6섯시면 모든 가게들 문 닫는다.
거리엔 사람도 없고 썰렁하다.
.
.
커다란 객실 눈동자 4개 멀뚱멀뚱 시선 둘곳 없다.

옛사랑
분위기 잡고 수작 부린다.

됐거든~
인터넷 하니깐 방해 하지마.
톡 쐈다!

머쓱해진 옛사랑
봉숙이 틀어 놓고 홀짝 홀짝 와인만 들이킨다.
.
.
.

미국 유학 중이던 딸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엄마 아빠 고맙다고
푹 쉬라고 마련해 준 휴양지에서 벌어진, 50대 초반의 웃지 못할 이야기다.

그때는 남편이 정말 싫었다.
지금 생각하니 묵묵히 내 투정을 다 받아주고 잘 견뎌줘서 고맙고, 괜히 미안해서 코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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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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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8 잘 하셨습니다.

    저희는
    시댁 7남매중 한국에 사는 사람은 막내인 저희밖에 없어요
    다 미국과 독일에 살아요.
    해서 가족모임으로
    수없이 왔다리갔다리 합니다.
  • 작성자봉 봉 | 작성시간 26.06.08
    실루엣이 흐릿하지만
    옛사랑님이 축구선수 베컴 닮으셨네요
    출중하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8 그런가요?
    같이 사는 사람은 몰라요 ㅎ
  • 작성자도마소리 | 작성시간 26.06.09 아주 오래된 흐릿한 사진 이지만...
    분위기상 두분 다 상당히 세련된 모습 입니다.
    집안 식구들이 참으로 글로벌 하십니다요.
    왔다리 갔다리~~~
    돌아댕기는거 완죤 좋아하는...내 스탈인데.... 완죤 촌스럽게 수도권 한곳에서 40년 이상
    살고 있습니다.
    근처 시장만 왔다리 갔다리.... 쩝
    오늘도 사이다 같은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남편이 여행 좋아하니 따라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시댁이 독일과 미국에 살다 보니 왔다리 갔다리 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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