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의 블루스 ]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다 보니 터줏대감이 되었다 어쩔 수 없는 고물이 되었다 좋은 시절도 있었다 젊은 남녀가 입을 맞추고 장래를 의논하더니 이듬해에 아기를 업고 왔지 다음 해에는 걸음마를 보았다 내 손주 같아서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교대도 없이 철야 근무를 하니 많이 힘들었다 소장이 봄이라고 페인트도 새로 칠해주고 팔걸이도 만들어 주었다 폼이야 그럴싸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은 풍경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와서 지친 몸을 기대고 잠시 쉬었다 가는 그 모습이 좋았다 때로는 한숨 섞인 푸념과 술을 마시고 지르는 노래도 정겹게 들렸다 어느듯 색칠도 벗겨지고 볼품이 없어진 지도 꽤 되었다 머지않아 창고로 갈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야 하는데 눈 내리는 밤을 버티기에는 너무 힘이 들텐데 이 가을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다 낭만도 저물어 가는구나 함께 시들어가는 꽃들아 잘 있거라 낙엽이 머물다간 손바닥만큼의 체온으로 사는 오늘이라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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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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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 이화 작성시간 26.06.09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삶,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기쁨,
늙어감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모든 존재의 유한함
"낙엽이 머물다간 손바닥만큼의 체온으로 사는 오늘이라
내년은 기약하기 어렵다"
생의 끝을 예감하면서도 오늘의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온기를 주는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호 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9 작가보다 더 깊은 생각을
받고 보니 그저 고마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나 이화 작성시간 26.06.09 호 태 마음을 건드리는 글은 보약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호 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9 아름다운 풍경에 어울리는
멋진 벤치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