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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R1200F

작성자꿈꾸는 여행자|작성시간13.08.27|조회수2,793 목록 댓글 8

지난 7월 2012년식 박스 까서 벌써 4000 Km 탔네요.

 

저는 시승기를 쓰기에는 너무 경험이 적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워낙 레어한 바이크라 저 같은 초보의 시승기도 도움이 될까해서 적어봅니다.

 

우선 2010년 정말 오랫만에 등장한 혼다의 V4 플래그쉽 모델로 2009년 스파이 샷이 떠돌아다닐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저도 그 때 그 스파이 샷 보면서 지름신이 작두위에 올라서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2010년 물건이 풀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예상 외로 반응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그 이유는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2010년에 출시된 바이크인데 전자 장비라고는 ABS 하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전자 제어 장치하고는 친하지 않을 것 같던 두카티 마저 multistrada 1200을 출시하면서 트랙션 콘트롤에, 전자식 써스펜션까지 달고 나왔는데, 첨단을 달려야 할 것 같은 혼다의 플래그쉽 바이크가 새로운 거라곤 딸랑 slipper clutch 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 실망스러웠던겁니다. combined ABS는 이미 2008년식 CBR1000RR부터 달려 나왔고...

 

출시 당시 비교 대상도 참 애매했었는데, 하야부사나 ZZR-1400 하고 비교하기에는 출력이 딸리는데다가 샤프트드라이브가 달려 있고, 투어러와 비교하기에는 기름 탱크가 작고 자세가 불편하고...

 

외국 사이트들 보면 결국 BMW K1300S 와 주로 비교가 되는 것 같습니다. BMW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옵션도 적은 혼다 바이크가 K1300S 보다 비싸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분위기도 있더군요. ABS 만 달린 K1300S 가격이 15500 불, VFR 1200 이 15990불로 우리나라 돈으로 50~60 만원 더 비쌉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출시되는 옵션 많이 달린 K1300S  premium version 도 미국에서는 17500 불로 크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Gear Shift Assistant, ESA II, Heated Grips, TPM, ASC 등을 추가 하는데 240만원 정도면 된다는 겁니다. 영국에서는 ABS 포함한 각각의 옵션을 따로 추가할 수도 있답니다. 우리나라 출시 가격은 2012년 식 기준으로 VFR1200은 2260만원, K1300S는 2700만원이지만 BMW는 10%의 쿠폰을 받는다고 하니 큰 차이는 안나는 것 같습니다.

 

VFR 1200은 2012년 version에서야 TCS를 탑재했고 그것도 단지 on - off 만 가능한 것으로 달렸습니다. 두카티 디아벨도 6단계 조절 가능한 TCS가 달려 나오는 마당에, 전자 제어 장비에나 의존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바이크가 아니라는 의도인지 ㅎㅎ ...

 

그리고 무게는 267kg ( 장비 중량 ) ... 건조중량 228 kg (장비 중량 255kg)의 K1300S 보다 좀 많이 무겁죠? 게다가 표시를 장비중량으로 했으니 더 무거워 보입니다.

 



또 엔진의 필링도 이전의 V4와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VFR 800 오너들 마저 이 바이크를 외면합니다. YouTube 에서 들어보면 idle 시 VFR 800의 경우 2기통 같은 소리가 나는데 1200은 약간 돌돌 거리는 병렬 4기통 소리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요즘 혼다는 신제품의 컨셉을 잡는데 있어서 엔지니어들의 영향이 너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잘 예측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VFR 1200 은 여러 가지 기술적 혁신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엔진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어 VFR 800 보다 작아졌습니다. 오프로드 바이크인 CRF 450에 쓰던 unicam 기술을 사용해서 4 valve SOHC로 크기도 작아지고 잡소리도 거의 없으면서 DOHC 와 같은 성능을 낸다고 합니다. ( 일반적으로 SOHC는 2 valve에 단순하고 잡소리 적고 저속에 유리하고, DOHC는 4 valve에 복잡하고 잡소리 많고 고속에 유리한 거 맞죠? )

 

샤프트드라이브와 모노 스윙암이 따로 놀도록 설계해서 샤프트드라이브의 이질감을 많이 줄였다고 합니다. 저는 체인과의 차이를 잘 못 느끼겠습니다.



 

 


그리고 외관은 많은 리뷰어의 지적대로 정말 깔끔합니다. 바이크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마감이 잘 되어 있는 바이크입니다. ( 이 부분은 K1300S와 좀 비교되죠. 제 개인적으로는 K1300S는 가격 대비해서 외관이 좀 헐렁하단 느낌입니다. ) 외국 싸이트 보면 도색이 정말 잘 되어 있다고 칭찬이 많던데 저는 눈이 막눈이라 그런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점들은 소비자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아니죠.

 

제가 혼다의 경영진이었으면 가격을 좀 더 올리더라도 BMW 같은 옵션을 넣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하야부사만큼 출력이 좋으면서 제동력이나 컨트롤이 좋게 만들든지...

 

어쨌건 혼다는 작고 다루기 쉬운 V4 엔진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샤프트드라이브를 만들었다는 건데, 저는 다른 바이크라곤 간간히 짧은 시승을 제외하고는 두카티 공랭 2기통 바이크인 GT1000, MTS1100 만 타봐서 뭐가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큰 덩치에 무거운 바이크지만 그에 비해 다루기는 정말 쉽습니다. 풋페그가 높게 달려 있어 체중이동도 아주 쉽고, 고속에서나 저속에서나 안정감 좋습니다. 시트도 낮아서 정차 시에도 부담 없습니다.

 

스로들을 열면 아주 빠르게 RPM이 올라가고 오버리터급인 만큼 힘은 남아 돕니다.

 

차체가 무겁다보니 바람 많은 악천후에도 안정적입니다.

 

브레이크는 앞 쪽은 6 port, 뒷쪽은 4 port 이고 combined ABS 로 앞 브레이크 잡으면 뒷쪽도 2 port 가 작동하기 때문에 그리고 샤프트드라이브도 엔진 브레이크 걸어도 이질감 없어 주로 엔진브레이크를 이용하다보니 저는 뒷 브레이크는 잡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ABS도 아주 잔 진동 정도로만 느껴지고 아주 자연스런 느낌이어서 눈길에 미끄러지는 자동차의 ABS 처럼 덜덜 거리지 않아 당황할 일도 없습니다.

 

단점은 최고 속도에 리밋이 걸려 있다는 점 ( 제일 빠르다는 게 계기판상으로 267 정도인 것 같습니다. 외국 싸이트에서는 리밋 해제해 보려고 궁리하는 사람들 많더군요. )

 

2010년에 시승해 봤을 때는 분명히 기어 들어갈 때 철컥거리는 소리가 아주 컸었는데 2012년 식은 너무 조용하네요. MTS 1100은 소리도 적당하고 확실한 느낌인데 비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프레임 슬라이더 달 자리가 마땅치 않네요. 제품은 있지만 어울리지가 않네요...

 

샤프트드라이브의 사이즈가 커서 바이크가 왼쪽으로 넘어지면 손상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작년에 시승해 본 Crosstourer 에 비해서 시내 주행은 좀 둔하네요. ( 크로스투어러 또한 비운의 바이크가 아닐지... 이건 뭐 dual purpose 라기 보다는 잘 나가고 편한 네이키드 같았습니다. 시내에서만 타봤는데 정말 경쾌한 주행감이더군요. 네이키드로 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탈이지만... ) 분명히 크로스 투어러는 스팩상으로는 정말 무거운데도 타보면 정말 가볍습니다. VFR1200F 도 시내 주행시 참 편한데 크로스투어러는 그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다른 바이크를 많이 타 봤어야 장단점을 말 할 수 있을 텐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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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일목/이범학 | 작성시간 13.08.28 저도 관심 가진 기종인데 "엔지니어들의 영향이 너무 크고 시장 반응을 잘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 옵니다. 하세가와 요스케 같은 어린 아이(?) 에게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맡긴 혼다의 경영진의 오만함(?)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저는 낡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전설의 야마나카씨가 개발한 더블엑스를 그대로 타고 있습니다.ㅎㅎ
  • 답댓글 작성자꿈꾸는 여행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8.28 7세대 V4는 정말 더블엑스의 업그레이드 버젼이어야 했는데 아쉬운 점이죠...
  • 답댓글 작성자일목/이범학 | 작성시간 13.08.28 정말 아쉬워요. 혼다사가 유럽에서 잘 나가던 더블엑스는 단종시키고 애매모호한 새 컨셉에 도박을 걸은 셈이죠.ㅎㅎ
  • 작성자IRIS | 작성시간 13.09.23 저도 전자장비가 많이 없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자장비가 많이 달리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전자장비 많아지면 고장날 확률도 높고 운전자가 자유롭게 운전하는것에 방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ㅎㅎ
  • 작성자yconan | 작성시간 14.09.12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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