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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대전 이야기

휴머니스트님 작품 고증 - PaK 35/36. "똑! 똑!" 노크만 하는 대전차포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작성시간14.01.03|조회수924 목록 댓글 15

 

(휴머니스트님 최근 작품 타미야 1/35 PaK 35/36 대전차포 키트)

 

 

(휴머니스트님 작품 : 타미야 1/35 PaK 35/36)

 

우리 카페에 회원이 되신지 얼마 안되어 정말 짧은 기간 동안 고수를 향한 길을 걷고 계신 휴머니스트님을 보면 참 내가 게으른 인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우리 카페의 "라이징 스타" 중에 한분이신 휴머니스트님의 작품을 고증 들어가보겠습니다.

 

Pak????

 

저도 고등학교때 독일어 조금 배워본 수준이라서 2차대전 독일 무기들의 명칭을 처음 대했을 때 대문자, 소문자가 섞여있는 약어를 보고 어리둥절했습니다. 어쨌든 우리 그냥 지나갈 수는 없으니....  일단 "Pak"의 원어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anzerabwehrkanone

 

"Panzer"가 탱크를 의미한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고, "Panzerabwehr"가 되면 "對전차"의 의미가 됩니다. (왠지 EBS 독일어 강좌 비슷한 분위기가 됩니다만....) "Kanone"는 대충 스펠링만 보고 때려 맞춰도 "대포"라는 것 금방 아실 것입니다. 즉, "대전차포"를 의미합니다.

 

1차대전때에는 주로 말을 수송수단으로 사용하여서 대포를 끌고 다녔습니다. 따라서 마차와 같이 나무로 만든 바퀴가 달려있었습니다. 비록 1차대전 중에 최초의 탱크들이 영국과 독일에서 등장했지만 당시 탱크는 빈번하게 전투에 투입될 만큼 넉넉한 숫자가 아니었고 적에게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주는 역활이 더 많았던 희귀한 "신무기"였습니다. 그런 탓에 당시 대포라 함은 문자 그대로 "인마(人馬)" 살상의 의미가 더 컸고 참호나 바리케이드의 파괴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이 가까워지면서 나치 독일은 37mm 구경의 Pak 35/36을 개발하는데 바퀴도 금속휠에 고무 타이어가 끼워진 차량 운송용으로 만들어집니다.(참고로...물론 1차대전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2차대전도 상당 부분의 무기와 물자의 운송을 말에 의존하였습니다.)

 

 

(1차대전 중에 사용된 대포의 모습)

 

하지만 1939년에 2차대전이 시작되면서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을 침공하면서 보여준 전격전이 혁신적인 전술로써 속전속결의 놀라운 결과를 거두자 세계 열강들은 향후 전쟁의 판도를 바꿔줄 중요한 변수가 바로 강력한 탱크 전력임을 조금씩 실감하게 됩니다. 이것은 전격전의 주인공인 나치 독일 역시 탱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구자적인 발상을 가졌던 독일의 유능한 지휘관들조차 향후 어떤 탱크가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예측하지는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줄지어 진격하고 있는 독일 탱크들의 모습, 전격전의 기원은 나치 독일이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첫 사례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부터였습니다. 먼저 부시고, 뚫고 지나간 후에 보병부대가 뒤쫓아와서 점령해간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탱크는 제대로 탱크 전력을 갖추지 못한 적 보병들의 소총이나 기관총 사격에도 까딱없으면서 빠른 속도로 적의 방어선을 일단 뚫고나가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빠른 속도를 방해하는 두꺼운 장갑보다는 총알 정도가 뚫을 수 없을 정도의 장갑을 갖추고 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력한 것이 전쟁 초기 1호,2호,3호전차들의 개념이었습니다. 독일은 적국들도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오판을 했고 그런 탓에 탱크의 주포 화력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쟁터에 가지고 갈 이동식 대전차포 역시 1차대전에서 사용되었던 수준인 37mm 구경의 포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편 영국이나 프랑스의 "보병탱크"(Infantry Tank)의 개념은 속도는 중요하지 않고 대신 적의 소총이나 기관총 사격은 물론 왠만한 포격에도 어느 정도 견뎌줄 수 있는 두꺼운 장갑의 탱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장에서 진격중인 보병들의 일종의 "움직이는 엄폐물"정도의 소극적인 개념이었습니다.

 

 

(프랑스 점령 전에 프랑스 기갑부대 주력 탱크중에 하나였던 Char 탱크만 해도

Pak 35/36 대전차포가 격파하기에 부담스러운 장갑 두께였습니다.)

 

2차대전 발발 전에 일종의 연습 게임 목적으로 히틀러가 독일군을 스페인 내전에 파견하였을 때 지상군이 함께 가지고 갔던 Pak 35/36 대전차포는 가벼운 무게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였고 주로 보병을 상대로 교전을 하는 경우 37mm 화력으로 충분히 전술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어서 매우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여 프랑스군과  프랑스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영국군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을 때 영국이 가지고 온 마틸다 II의 두꺼운 장갑은 독일군의 37mm 대전차포 (이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Pak 35/36)의 포격에 타격을 입지 않자 매우 당황하게 됩니다. 당시 독일의 기갑부대 주력 탱크는 1호,2호,3호 전차들이었고 4호전차는 극히 적은 숫자였습니다. 그나마 화력에서 번듯하다고 하는 3호전차의 당시 화력은 Pak 35/36을 전차 주포로 개조한 Kwk 36이었는데 결국 37mm 구경 포였다는 것입니다. (훗날 3호전차의 주포는 70mm까지 강화되지만 아직은 37mm였던 시절입니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이동 중인 Flak 88mm 포, 대공포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연합군 탱크들을

잡는 무서운 대전차포로 거듭나게 됩니다. 앞에서 끌고가는 트럭은 8톤 세미 트랙 Sd. Kfz7 트럭

입니다. 타미야 키트로 유명한 모델이지요.)

 

이미 앞에 글들에서 설명했듯이 영리한 롬멜 장군이 88mm 대공포를 사용해서 영국군 탱크들을 격파하기는 했지만 정작 대전차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37mm Pak 35/36은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마틸다II 이외에 프랑스의 허접한 경전차들은 Pak 35/36으로 넉근히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만....)

 

 

(프랑스 공방전(1940년)에 투입된 독일 2호전차)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은 프랑스가 점령된 후에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동부전선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의 전투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동부전선에서 애초에 전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소련이 끌고 나왔던 T-26과  같은 경전차는 독소전쟁 초기에 독일 탱크들과 Pak 35/36과 같은 대전차포에 의해 1000m 밖에서 정면에 피탄을 당해도 쉽게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있어서 전선에 투입된 KV-1과 같은 엄청나게 강력한 장갑을 갖춘 탱크는 물론 독소전쟁 최고의 영웅 탱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T-34 탱크가 등장하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이 두 종류의 소련 탱크들을 파괴하려면 100m 이내의 거리에서 비교적 장갑의 두께가 얇은 뒤쪽을 향해 포격해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Pak 35/36의 화력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적 탱크가 등을 보여주지 않으면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전투 중에는 거의 파괴할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 탓에 Pak 35/36을 가리켜서 탱크를 파괴하지는 못하고 밖에서 노크만 하는 대포라 하여 "도어 노커"(Door Knocker)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가 됩니다.

 

 

(T-34 탱크는 단순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의 최강 탱크들(예를 들어 타이거 1이나 판터)과도 정면 대결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연합군 탱크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스페인 내전과 폴란드 침공에서 성공적인 전과를 올린 Pak 35/36 대전차포, 하지만

불과 2년 후에 프랑스 공방전에서 제대로 장갑을 갖춘 영국 마틸다 II를 만나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도 이미 프랑스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던 마틸다 II가 등장하자 88mm 대공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결국 3호,4호전차가 70mm 주로로 무장하게 되고 더 많은 숫자의 88mm 대공포가 북아프리카로 지원되자 가뜩이나 속도가 느려서 장갑 두께말고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던 "보병탱크"  마틸다 II는 뒷전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타미야 1/35 독일군 75mm 대전차포 Pak 40 : 물론 75mm 대전차포가 공급되면서 대부분의 연합군 탱크들을

파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75mm 대전차포는 충분한 숫자가 전선에 공급되지 못했고 여전히 넉넉히 보유한

탱크는 애물단지 "Pak 35/36"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다면 Pak 35/36은 일찌감치 1941년 중반에 전선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그 뒤를 50mm와 75mm 대전차포들이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독일의 대포 생산보다 전선에서 필요한 수요가 훨씬 많게도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천에 버려진 Pak 35/36을 다시 사용하여 부족한 대포의 수요을 충족하게 됩니다. Pak 35/36의 수명을 연장해준 아이디어란 것은 "Stielgranate 41"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포 발사용 수류탄인데 이 수류탄을 발사하면 상당수의 적 탱크들의 철갑을 뚫을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에도 매우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수류탄의 포에서 발사된 후에 날아가는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약 300m가 넘으면 명중률이 현격하게 떨어져서 매우 근거리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결점은 수류탄은 포신 앞으로 가서 구멍에 끼워야 하다보니 적에게 포병이 그대로 노출되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므로 이 방법은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Stielgranate 41"가 장전된 Pak 35/36의 모습, 주변에 전시품들을

보면 아프리카 군단 버전인 것 같습니다.)

 

Pak 35/36의 장점으로는 비록 화력은 떨어지지만 무게가 매우 가벼워서 공중 투하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장점은 독일 공수부대 작전에 공수부대원들과 함께 투하되어 작전에 투입될 수 있어서 공수부대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무기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무게(327kg) 덕분에 포병들이 서넛이 붙어서 밀고가도 될 정도였습니다.

50mm Pak 38 대전차포만 해도 무려 830jkm로 두배가 넘었습니다.)

 

 

 

 

 

(하노마그 Sd.Kfz 251/10에 장착된 Pak 35/36의 예(타미야 키트 박스 커버), 정말 가벼웠던 포 였습니다.)

 

 

 

휴머니스트님 작품 고증

 

 

(휴머니스팀의 역작! Pak 35/36 디오라마)

 

 

(노란색 포의 도장과 아프리카 군단의 노란색 군복의 예, 하지만 전쟁 후기에도

이런 원칙이 꼭 지켜졌을까?에는 의문을 갖습니다.)

 

타미야 완성 도색 작례를 보면 포 전체가 짙은 회색으로 칠해지는 것이 프랑스 공방전과 동부전선에서의 일반적인 도색이고, 북아프리카 전역에서는 노랑색을 적용하였고 이는 지상군 군복 색깔과도 일치하였습니다. 휴머니스트님 작품의 포는 노랑색이고, 포병들의 군복 색깔은 회색인 것을 보아서 유럽 전역에서의 전투 장면이라 판단되는데 그러면 포의 색깔도 꼭 짙은 회색이 되어야 했느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1943년 레닌 그라드 전투에 투입된 타이거 1 얼리 프로덕션, 짙은 회색 도색이

적용된 예입니다.)

 

 

(위에 판터 탱크는 절대 아프리카 군단 소속이 아닙니다. 1944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참전했던 버전입니다. 분명히 동부전선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 도색에 위장 무늬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동부전선이나 서부전선에 등장하는 독일 탱크들이 온통 노랑 도색을

한다면 당시에 사용하던 대전차포 도색을 노랑색으로 도장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냐하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2차대전 말기에 나치 탱크들의 도색과 위장 무늬를 보면

정말 원칙도 없고 들쑥 날쑥입니다.)

 

 

 

(1944년 가을 동부전선에 노란색 바탕에 갈색 위장의 타이거 1)

 

그점에 있어서 단언을 못하는 이유는 2차대전 초기에는 탱크들도 유럽 전역에서는 철저하게 짙은 회색으로 도장되었고 북아프리카 전역에서는 노란색으로 도장되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전역에서 운용되는 나치 탱크들에도 노랑색과 위장 도색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렀다면 Pak 35/36이 상당수는 1944년 이전에 50mm와 75mm 대전차포들로 교체 되었다고 해도 남아있던 포들이 당시 탱크들과 유사하게 노랑색이 적용된 경우가 없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타이야의 본 키트는 매우 다이나믹한 포즈의 인형들이 인상적인 걸작 빈티지 키트입니다. 멋진 디오라마 만드신 휴머니스트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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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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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05 감사합니다. 현재 준비중인 스핏파이어 고증에는 한꺼번에 네분의 작품들을 고증할 예정입니다.
  • 작성자JLPicard(정갑수) | 작성시간 14.01.06 88mm 포와 타이거의 주포등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해서 들은 이야기가 좀 있었는데,
    PaK 35/36 의 파괴력과 역사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되었네요.
    '도어노커'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06 조만간 4호전차 계획중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길.....
  • 작성자유빈아빠(강정석) | 작성시간 14.01.06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읽으려 아껴두었던 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스핏파이어 이야기 보러 ㄱㄱㄱ~! ^^
  • 답댓글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06 하하하 아껴두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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