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방 군복무를 마치고 1년 남은 석사과정을 끝내려 대학원에 복귀한 1994년에, 박상언 선생님은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대 통계학과에서 시간강사를 시작하셨다.
박상언 선생님의 출현으로 대학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공부 잘 하던 나의 대학원 동기들은 모두 공부에 흥미를 잃고 취업해 버렸는데, 박상언 선생님이 오시자마자 난데없이 유학 붐이 일어난거였다.
돌이켜보면 드디어 대학원생들에게 로울모델이자 멘토가 생긴 것이다..
이전에도 박사학위 받고 귀국해 과에 임시로 머물고 있던 선배들은 종종 있었는데 나이 차이도 있었고 내성적인 분들이 많아 친해지기 쉽지않았다.
그런데 박상언 선생님은 권위주의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고 친화력도 좋으셔서 대학원생 팬들을 줄줄 달고 다니셨다. 혼기를 놓친 노총각으로 자기 운명의 상대는 삼풍백화점에서 죽었나보다고 한탄하곤 하셨는데, 우리는 소개팅도 열심히 시켜드렸다.
단 한사람이 과 분위기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놀라왔지만, 더 놀라왔던건 박상언 선생님의 교수 임용과정이었다. 교수사회가 이모양인지 우리는 진정 몰랐었다.
박상언 선생님이 임용되는데는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특히 두번째 해에는 JASA 단독저자 논문을 가지고 한 단독지원이었음에도 교수님들의 이해 집산으로 다음 해로 미뤄야했다.
나는 박상언 선생님이 교수가 되면서 많은 게 바뀌리라 기대했다. 미국에서는 학과장이 권력의 핵심이어서 정치력있는 중진급 이상 정교수가 하지만, 한국은 임용된지 몇년 안된 신임교수를 시킨다. 학과장은 일이 많아 교수님들이 다른 보직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합의제로 운영되는 교수회의에서 소수의 원로 교수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뭉치자 개혁은 가능하지않았고, 그 적폐님들이 은퇴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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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ASMaster 작성시간 20.05.20 저는 왜 유명한 프로선수가, 가수가, 배우가, 또는 교수나 한분야에만 잘아는 박사들이 세상일들을 다 잘할수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NBA 선수라도 공부도 제대로 않했으면서 바이러스가 이러니 저러니 떠들고 하는것을 볼때마다 너무 우습더라고요. 또 한분야에만 공부에 몰두해서 세상 돌아가는것도 모르는 교수들을 어떻게 "신격화"해서 모든것을 다 잘하리라고 생각하는지도 우습고요.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있듯이 자기가 아는것만큼 모르는것도 모른다고 할수있는 사람이 세상을 제대로 사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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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heewoolee 작성시간 20.05.20 자기가 아는것만큼 모르는것도 모른다고 할수있는 사람이 세상을 제대로 사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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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되는 사람은 정신적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앉은 사람.
바람직한 모습. -
답댓글 작성자SASMaster 작성시간 20.05.20 heewoolee 아주 일찍 일어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