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쓰는 심사평
모 청소년 백일장 심사 볼 때다
대상을 두고 심사자들끼리 서로 날 세우는데
답 없는 삶처럼 답 없는 시(詩)
그 와중에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의 시제 중 하나였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나를 두들기는 대장장이”
라고 첫 줄을 일갈하고
문장은 덜 영글었지만
자신을 정련해가는 이야기를 쓴 아이가
눈에 띄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늦게나마 그 아이를
무명의 내 시詩에 불러내는 것은
K 선생님이 내 일기장에 써놓은 한 줄,
그 붉은 주문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부디, 시(詩) 때문에 아프지 말고
시(詩) 안에, 시인(詩人) 안에, 시집(詩集) 안에 갇히지 말며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생의 고랑을 파는
시(詩)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첫 줄에 좋은 시인이 될 자질을 내가 믿은 것처럼
산책길 팥배나무 잎에 초고 잡은 이 시(詩)를
어느 오지랖 넓은 새가 물어다
그 아이 창문 앞에서 명랑하게 읽어줄 것도 믿는다
- 장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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