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책을 내며
어머니 떠나신 지 올해로 딱 20년. 젊었던 막내 아들도 벌써 내년이면 칠순이 되고 이제는 어머니 기억도 가물가물, 어머니 은혜도 잊혀질만 한데 날이 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사무칩니다. 나이가 든 탓인지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추억은 아스라한 과거 생 일인양 희미해지고, 그래서 불효 아들은 20주기인 올해는 그냥 보내도 되겠지 하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떠나신 첫 해도 기념했고, 십 년 째도 기념했으니 20년째인 올해는 쉬어도 되지 않겠나(?) 하는 불손한 마음이 든 것입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 막상 어머니 떠나신 20년이 다가오니 불현듯 어머니 은혜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20년간 이자를, 그것도 복리 이자를 친 것처럼 더 커진 어머니 은혜. 그 은혜 앞에 어찌 제가 아무것도 아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자책이 크게 듭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책을 다시 내 봅니다.
제가 20주년을 맞아 이 책을 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는 많은 분들이 부모, 특히 어머니 은혜를 좀 더 많이 느끼셨으면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를 비롯한 저희 형제들이 힘들고 외롭게 떠나신 어머니께 좀 더 많은 감사와 참회를 했으면 하는 이유에서입니다. 세상에 효자 아닌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자식 효도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고 끝이 없는 법. 그런 면에서 저희 형제들의 효도 역시 제가 볼 때는 아쉬운 점이 좀 있습니다. 뇌졸중 오신 아버님 곁을 17년간 수발하신 어머니. 환자 간병을 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머니가 계신 덕분에 저희 형제들과 며느리들은 아버님 병환 17년을 아무 어려움 없이 저희들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님을 떠나 보내시고 그리움과 아쉬움에 사무치시던 어머니를 좀 더 이해하고 잘 모시지 못했던 듯합니다. 더구나 마지막 2년여 동안 병상에 누워 지내실 때는 더욱 그러했던 듯합니다.
이 말씀은 제가 20년간 한번도 드리지 않았던 말씀입니다. 어머니 일주기 및 십주기 책을 낼 때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벌써 이십년이 흐르며 그동안 이미 떠나신 형제도 있고 저도 하마터면 몇 년 전 떠날 뻔도 했던바, 이제는 조금이나마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머님이 저희들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그리고 아무도 당신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정말 제가 보기엔 아버님 포함하여 한 분도 없으셨던 듯) 아버님과 저희를 위해 허물을 굳이 지으시며 또한 모든 허물은 당신이 안으시며 얼마나 대비(大悲)로써 저희들을 키우셨는지를 모두 알고 함께 이번 생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 또한 철없고 불효막심하기 그지없던 자식이었던지라 거북하고 내키지 않는 말씀이지만 용기를 내어 허물을 무릅쓰고 굳이 드려 봅니다.
제가 보기에 조금만 더 지혜롭고 조금만 덜 고집 부리셨어도 착한 자식들의 효도를 훨씬 더 받으셨을 어머니. 그러나 당신 사랑만 고집하셨기에 부질없는 오해와 갈등을 서로에게 심어주고 떠나신 어머니기에 제 마음은 더욱 아파옵니다. 어머니를 위한 작은 변명이라도 이렇게 늦게나마 해 드리고 싶습니다. 더구나 건강이 썩 좋지도 않은 제가 언제까지 있을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갑자기 떠나면 누가 어머니를 위해 변명을 해 드리겠습니까.
자식 사랑도 끝없고 부모 효도도 끝이 없는 법. 우리 모두 끝없는 곳에서 와서 끝없는 곳으로 갑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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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5.08 어머니 떠나신 지 올 6월이면 딱 20년이 됩니다.
20주기 기념으로 지은 글인데,
오늘 올려봅니다. _()_ -
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5.08 어머니 떠나신 지 30년 되면 그때 제 나이가 거의 80에 가까워집니다.
요즘은 백세 시대라 하지만 사람 삶은 장담할 수가 없지요.
더구나 술 많이 먹고 여러 대사 질환 유전자 가진 저같은 사람은요. -
작성자보문 작성시간 23.05.08 끝없는 부모님 사랑, 그 사랑 한 없는 감사!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
작성자청정수1 작성시간 23.05.09 높고높은, 깊고 깊은 이란 수식어가 모자람을 느낍니다. 때론 한숨도 깊어집니다..더 철들기를 바래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효심가득 담아 매번 주기에 맞춰 책 내시는 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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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반스 작성시간 23.05.09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