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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3.12.04 화엄경을 읽을 땐 기존 경전과 좀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가령 각 품을 앞 품과 이어서 읽으려 하면 안 돼요. 따로 읽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화엄경이 집성경전, 즉 하나의 일관된 경전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불교의 경전이 그런 게 많은데, 따로 비슷한 가르침을 담은 책들이 먼저 발간되었다가 그걸 하나로 합친 것들이 꽤 있어요. 법화경도 대표적인 집성 경전이지요. 이런 집성경전들은 이야기가 사실은 품마다 전혀 다릅니다. 연속성, 소위 스토리가 없어요. 그런데 경전 편찬자들이 흩어진 경전을 편집하는 가운데 이야기가 되게끔 스토리가 있게끔 배열을 하고 또 사이사이 보충(?)을 하지요. 화엄경은 그런 편집의 대표 중의 대표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기존 정통 중국 화엄의 7처 8회, 7처 9회식의 화엄경 해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부처님이 보광전에서 몇 번을 설하셨고 또 수미산 도솔천 야마천 이런 천궁에 가서 또 설하시고 다시 사바로 내려와 또 몇 번을 설했다... 이런 건 화엄학으로서는 몰라도 화엄경의 가르침을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겐 걸림돌이 되기 쉬워요. 왜냐? 화엄은 분별을 금하는 가르침인데 그런 접근은 오히려 분별을 잔뜩 일으키거든요? -
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3.12.04 화엄경은 화엄이라는 세계가 알려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품마다 나름대로 화엄 사상 전부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 따로 유포된 화엄경류의 편찬자들은 나중에 대본 화엄경이 나올 걸 몰랐기에 작은 경전 하나에 화엄 세계 모습을 나름대로 어떻게든 전하려고 한 거지요. 그래서 화엄은 각 품의 길이에 상관없이 일중다 다즉일 등의 소식을 하나라도 담으려고 편찬자들이 몸부림친 흔적을 볼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화엄학으로 알았던 화엄 소식들이 질서있게 차례로 나오지 않고 여기저기에 양자 도약하듯 불쑥불쑥 나오는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화엄을 알기 위해 교과서 정독하듯 그렇게 화엄경을 읽지 않아도 된다, 는 뜻입니다.
앞에 거 안 읽고 뒤에 거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물론 각 품 자체는 끊지 말고 읽는 게 좋습니다. 그건 저자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한 거니까요. 그러나 앞에 걸 모르니까 뒷 품을 못 읽고 이런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