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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4.15 중복이 되겠지만 요약 겸해서 따로 다시 말해보면, 화엄경은 불교의 다른 경전과 달리 독특한 내용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 불교 용어로는 불이(不二, 둘이 아님) 또는 불이(不異, 문자 그대로 다르지 않음)라 부른다. 다르지 않다는 증거(?)를 화엄경이 대표적으로 든 것은 먼저 공간이다. 하나가 여럿과 다르지 않고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사실은 하나다(一中多, 多中一), 하나에 여럿이 있고 여럿은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또 시간도 그러해서 찰나가 사실은 영원이고 영원이 바로 찰나다(一念卽是無量劫 無量遠劫卽一念), 이렇게 말한다. 이때까지 하나와 여럿은 다르고, 찰나와 영원은 다르다고 알고 살아온 그 당시 사람들에게 화엄경의 이 문구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이는 어리석을수록 더 그러한데, 사람이 모자랄수록 모든 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람이 점점 현명해질수록 다른 줄 알았던 것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릴 때는 백인 흑인이 다른 줄 알죠. 그런데 커가면서 백인 흑인도 같은 인간인 줄 알게 된다. 어리석으면 종교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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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4.15 어리석으면 종교가 다르면 다른 사람인 줄 안다. 그렇지만 사람이 성숙해질수록 종교가 다르다고 사람이 다른 건 아닌 걸 알게 된다. 정의로운 사람은 밥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평범한 사람만 밥 안 먹으면 배고픈 게 아닌 것도 알게 된다. 과학도 그러해서 과거에는 전기력 자기력이 다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같은 것이었다(그래서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역시 같은 것일거라 생각해서 만물의 이론, 또는 통일장 이론을 만들려고 했지만 아직까진 무리). 생물도 마찬가지라 과거에는 식물도 동물도 다른 존재인 줄 알았으나 이제보니 모두 세균에서 유래한 겉모습과 기능만 다른 같은 생명임을 알게 되었다. 강아지 돼지 소 호랑이랑 인간이 다른 줄 알았지만 사실은 하나의 생명에서 가지치기로 나온 존재임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화엄경은 노인과 청년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여자 남자도 다르지 않고. 그래서 어떤 아주 큰 방이 있는데 그 속에 노인이 들어가면 나올 때는 청년으로 나오고 남자가 들어가서 여자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화엄 관점은 청년과 노인이 다르지 않다, 이것이다. 우리는 늙으면 여러 병에 걸리는데, 예를 들어 통풍도 오고 손목도 아프고 녹내장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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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4.15 통풍도 오고 손목도 아프고 녹내장도 생기고 하는데, 화엄 관점으로 보면 통풍이 와도 안 온 것과 같고 손목이 지금 아프지만 안 아픈 것과 같고 녹내장이 와도 안 온 것과 같다, 는 말이다. 말도 안되는 궤변 같지만 화엄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화엄 세계에서는 늙어도 늙은 게 아니고 병이 들어도 병이 든 게 아니고 인생을 실패했다 해서 실패한 게 아니고... 이렇게 된다. 심지어 죽어도 죽는 게 아니고 죽는 거나 사는 거나 다른 게 아니다... 이렇게까지 비약(?)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병이 와도 병이 없는 곳을 알게 되어 병이 아니라 병이 없는 곳에서 살게 된다. 또 늙어도 늙지 않는 세계를 보고 늙었는데 늙지 않는 곳에 살게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아니, 분명히 병이 와서 눈도 안 보이고 몸도 안 움직이는데 그런 말이 어딨느냐? 지금 당장 숨 넘어가는데 안 죽는다고? 이렇게 항의할 수 있겠지만 화엄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엄적으로 살게 되면 병이 와도 마음은 늘 건강하다. 몸이 뭉글어져 죽어가는데도 죽지 않는 세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임종이라 목숨이 딸깍 넘어가는데도 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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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4.04.15 분명히 임종이라 목숨이 딸깍 넘어가는데도 안 죽는다(?), 이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도 그런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광화문연가에서는 그렇게 노래한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사라졌지만 덕수궁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아직도 볼 수 있고, 언젠가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겠지만 언덕 밑 정동길에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은 아직도 남아있다고.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세계,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세계에 대해 광화문연가는 그렇게 말해준다. 그래서 가슴을 울리고 명곡이 됐는지 모르겠다.
-요렇게 오늘 바꿔서 장차 나올 보현행원품 책에 각주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