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은 두 가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하나는 이 세상, 우주의 구성 원리입니다(法界緣起).
우리 눈에는 이 세상이 갖가지 차별의 세계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차별이 서로 대립, 투쟁하는 차별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차별입니다. 가령 우리 몸은 각종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사람처럼 모두 오래 존재하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맡은 역할이 다르기에 수명도 다릅니다. 그런 각자의 다른 세포들이 모여 장기를 이루고 기관을 이뤄 마침내 우리 몸으로서 그들은 함께 존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다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사실은 똑같은 존재입니다. 심장을 구성하는 세포라서 더 대접 받아야 하고 피부를 구성하는 세포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되는 세포는 아닙니다. 모습은 다르고 하는 역할을 달라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똑같은 세포들입니다. 따라서 똑같이 존중받고 모셔져야할 존재입니다.
또 이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들이므로 몸의 건강은 이들 세포 하나하나를 떠나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의학이 발달될수록 하나를 보면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고, 또 우리 몸 전체를 보면 하나하나의 세포의 상태를 알 수 있기도 합니다. 다른 것 같지만 하나가 여럿과 다르지 않고, 하나 속에 여럿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화엄에서 흔히 말하는 일중다(一中多, 하나 속에 여럿이 있음) 다중일(多中一, 여럿 속에 하나가 있음), 상즉상입(相卽相入 서로가 포함되고 다르지 않음) 사상이요, 더 크게 말하면 법계연기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차별로 존재하지만 실상은 모두가 동체(同體), 동일(同一)의 원리로 존재한다는 것이 화엄에서 알려주는 이 세상의 존래 원리입니다. 인간도 개개인은 다르지만 가족으로 하나가 되고 사회 구성원, 국민 국가로 하나가 되고 인류로 또 하나가 되듯, 세상 존재가 다 그러한 것입니다.
그래서 화엄에 익숙해질수록 다른 줄 알았던 세상 사가 모두 사실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줄 점점 알게 됩니다(이를 事事無碍라 함). 종교, 피부가 다르면 다른 줄 알았던 인간들이 사실은 모두가 오래 오래 행복 속에 살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 특정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을 참수할 수가 없습니다. 남녀가 다른 것 같아도 똑같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할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 걸 알면 어느 나라에서처럼 성(性)이 다르다고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나아가서 다른 생명에게도 적용됩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해서 축생이나 미물을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음식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나무, 강, 흙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엄이 알려주는 또 하나의 가르침은 세상 삶의 원리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를 보현행원이라 부릅니다.
앞서 우리는 이 세상의 존재 원리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고, 다르지만 한 몸을 이루는 동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대립하지 않고 다르지만 한 몸으로 존재해 나갈 수 있느냐,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보현행원입니다.
보현행원은 열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공경, 찬탄, 섬김, 회개 등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공경, 찬탄, 섬기면, 그리고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면 이 세상은 대립, 투쟁이 사라지고 조화롭게 되며 우리 모두는 어떤 존재이든 있는 그 자리에서 모두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행복하게 이 세상에 도움 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서로를 멸시, 비난하고 대접 받기만 원하며 잘못을 해도 뉘우칠 줄도 사과할 줄도 모르면 우리는 서로 대립하게 되고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생겨나고 이 세상은 거칠고 포악하게 될 것이니, 부디 서로를 공경, 찬탄하며 섬기며 살아가라는 것이 보현행원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삶의 지혜입니다.
이렇듯 화엄은 우리에게 크게 두 가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세상(우주)의 구성 원리, 그리고 세상 삶의 원리로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은, 차별 속에 함께 살며 차별 그대로가 사실은 진실한 평등 그 자체임을 알고 일상에서 보현행원을 실천하면 완벽한 아름다운 세계(華嚴)가 이 땅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화엄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2023.8.4. 아침
* 화엄의 뛰어난 점이 이렇듯 깨치지 않아도 수행하지 않아도 바로 이 자리에서 바로 밝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것입니다.
그런 길을 알려줍니다.
다른 가르침은 밝고 조화롭게 되기까지 숱한 조건을 요구합니다.
수행해야 하고 깨쳐야 하고 뭘 해야 하고 뭘 바쳐야 하고 뭘 받아야 하고...
그러나 화엄은 일체 그런 것이 없습니다.
바로 부처되고 바로 화엄정토로 가는 것이 화엄입니다.
단지 이 가르침을 믿기만 하고 실천하기만 하면...
*화엄 세계는 모두 저마다 주어진 시간 공간을 머물다 갑니다
그런데 그 머묾이 전혀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사무애요 화엄 세계가 이룩되는 겁니다
화엄 세계가 이룩 되려면 사사무애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문 글에서는 '행원'의 願에 관해서는 언급 안했는데 글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현행원은 행마다 원을 發합니다 그래서 찰나 발심 입니다
초기 화엄종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발심에서 찰나 발심이라 하는데 보현행원을 하게 되면 저절로 찰나 발심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화엄경은 노래 입니다
정각을 이루신 불보살님에게서 중생을 향해 저절로 흘러나오는 끝없는 노래 진실 생명의 노래
그리고 차안 저 편의 가여운 중생들이 부르는 끝없는 부처님 사모의 노래 그리움의 노래
이 두 노래가 끝없이 울려퍼지는 것이 화엄경 입니다
그리고 이 두 노래는 모두가 일승법계 일진법계에서 하나가 됩니다 차안과 피안에서 들려오는 두 노래는 사실은 둘이 아닌 것 다른 것이 아니었던 거죠
모두가 그리움의 노래요 따라서 두 노래는 그리움에서 마침내 하나가 됩니다
부처와 중생이 부르는 두 노래는 그렇게 하나가 되어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 끝없이 불려집니다 그 노래를 모은 것이 화엄경 입니다
*화엄경은 한편 모든 존재의 참 모습을 기술하고 있지요 그걸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산하 미물 너와 나 모두가 부처님'이 되겠고 일반 언어로 표현하면 '모두가 진리 생명'이 될 것입니다
하늘 구름 산 물 티끌 하나
그리고 눈앞의 벌레 꽃 하나까지
그리고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사실은 진리 생명 그 자체다, 신이나 부처와 똑같은 무한 존재들이다, 이겁니다
진리 생명!
이게 기존 상식을 제거한 화엄경이 보는 존재의 참 모습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보문 작성시간 23.08.04 화엄과 보현행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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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05 화엄 세계는 모두 저마다 주어진 시간 공간을 머물다 갑니다
그런데 그 머묾이 전혀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사무애요 화엄 세계가 이룩되는 겁니다
화엄 세계가 이룩 되려면 사사무애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06 원문 글에서는 '행원'의 願에 관해서는 언급 안했는데 글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현행원은 행마다 원을 發합니다 그래서 찰나 발심 입니다
초기 화엄종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발심에서 찰나 발심이라 하는데 보현행원을 하게 되면 저절로 찰나 발심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06 화엄경은 노래 입니다
정각을 이루신 불보살님에게서 중생을 향해 저절로 흘러나오는 끝없는 노래 진실 생명의 노래
그리고 차안 저 편의 가여운 중생들이 부르는 끝없는 부처님 사모의 노래 그리움의 노래
이 두 노래가 끝없이 울려퍼지는 것이 화엄경 입니다
그리고 이 두 노래는 모두가 일승법계 일진법계에서 하나가 됩니다 차안과 피안에서 들려오는 두 노래는 사실은 둘이 아닌 것 다른 것이 아니었던 거죠
모두가 그리움의 노래요 따라서 두 노래는 그리움에서 마침내 하나가 됩니다
부처와 중생이 부르는 두 노래는 그렇게 하나가 되어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 끝없이 불려집니다 그 노래를 모은 것이 화엄경 입니다 -
작성자普賢.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06 화엄경은 한편 모든 존재의 참 모습을 기술하고 있지요 그걸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산하 미물 너와 나 모두가 부처님'이 되겠고 일반 언어로 표현하면 '모두가 진리 생명'이 될 것입니다
하늘 구름 산 물 티끌 하나
그리고 눈앞의 벌레 꽃 하나까지
그리고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사실은 진리 생명 그 자체다, 신이나 부처와 똑같은 무한 존재들이다, 이겁니다
진리 생명!
이게 기존 상식을 제거한 화엄경이 보는 존재의 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