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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혜 작성시간24.07.24 학창 시절에 공부 잘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3년 내리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각종 경시대회 수상은 도맡아 하던 아주 스마트하고 똑똑한 친구였어요.
저같이 어중간하게 공부하던 친구들은 그 친구가 참 부러웠습니다. 어떻게 공부하길래, 얼마나 머리가 좋기에 저렇게 공부를 잘 할까?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항상 그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눈으로 쓱 보고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 친구의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이미 제 수준을 한참 넘어 있던 친구이니 자기 수준에서 설명하니 이해가 될리가 있었겠어요? 또다른 절망감만 느끼곤 했었지요.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현선생님께서 늘 노심초사하신다는 말씀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현 선생님 가르침에는 분명히 불교의 정수, 화엄의 정수가 담겨져 있음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겁니다.
선생님의 열정과 안타까움, 진리에 의한 법열과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나 상 또는 지식과 선입관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요.
그런데 기성 불교에 젖은 분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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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 법혜 작성시간24.07.24 그리고 또 한가지, 가르침대로 실천하지 않는 분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여기서도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두번째에 해당되고 실제로 십수년간 겪어온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불교에 젖어들게 된것은 대행 큰스님의 인연덕분인데요.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주인공 관법은 광덕 큰스님의 마하, 보현행원과 닮아있음을 느낍니다.
용광로에 쓸어담듯이 일어나는 모든 경계를 주인공에 맡기고, 놓고, 지켜보라...
주인공이 마하반야요, 체이며, 불이며, 공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대행큰스님 가르침에는 용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보현행원이 강조되지 않으니 제자분들과 신도들은 오로지 주인공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지요. 일상의 문제 해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커요.
그런 부분에서 광덕 큰스님의 반야,화엄 가르침이 뛰어난 부분이고, 보현 선생님의 안목이 대단한 겁니다.
방점이 보현행원으로 찍혀있고, 보현행원으로 반야로 들어가게 하는 가르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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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 법혜 작성시간24.07.24 그런데 이게 가장 뛰어난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너무 밝은 빛에는 눈을 뜨지 못하듯이 너무 뛰어난 가르침엔 중생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범부들은 무언가 잡고 의지하길 원합니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성취를 원하지요. 절, 독경, 참선, 주문...무언가 쌓아가길 원하고 성취감을 원합니다.
삼매도 그렇고 선정도 그렇습니다. 깊은 삼매, 선정에 들어야 아, 내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성취가 있구나 하는 거거든요.
그에 반해 보현행원은 시시하고 허무합니다. 아무런 잡을 것이 없기때문입니다.
원인이 뭘까요?
저는 그 원인이 믿음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전에 숱하게 나오고 스승님들의 법문에도 많이 나오지만 일체가 공한것이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내가 곧 부처다,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이다....하면 참 좋은 말씀으로 끝나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겁니다.
내가 부처라는 강력한 믿음을 내지 못하니 또 다른 수행을 찾아 삼만리를 가야하는 겁니다. 일상의 경계에는 경계대로 휘둘리고, 또 뭐 그럴듯한 수행은 없나...기도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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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 법혜 작성시간24.07.24 신해행증이란 말이 나오면 보현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있지요?
믿음이란게 그냥 증장되는 것이 아니다. 행을 통해서 오는 것이다. 행 없이 믿음아, 생겨라 한다고 생겨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흔히 말하는 수행이란 차제적인 성격을 띈다기보다 이 믿음을 확인하는 작업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알아차리는 것, 화두를 성성하게 드는 것,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주인공을 관하는 것, 마하반야 염송을 하는 것....이 모든 것은 나의 부처자리, 진여불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현행원은 이 믿음을 증장시키는 공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현행원 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작업은 이 믿음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확인시켜줄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보현행원을 찬탄하고 실천하기엔 알아들을 수 있는 상근기가 너무 적을걸요.
사실 이 작업은 스스로 해야하는 과정이긴 하지요. 스스로 책도 읽고, 실천도 해보고, 고민도 하고...해야합니다만 주지하다시피 범부중생들은 게으르고 근기가 약해요. 저역시 최근에도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보현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찬탄 올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