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누님댁으로 한 번 찾아간다는게...
이 땅에서 너와 지키지 못한 마지막 약속이 되어버렸구나.
보고싶다. 무량아!
수동요양병원에서 돌아가면
한남동 누님댁에 머물며
병세를 점검한 후
요양할 곳을 찾을 것이라고 했었고,
그리고 다 나으면 한 잔 하기로 약속했잖아
지난 여름 마산을 거쳐 김해에 갔을 때
성호가 네 병세를 자세히 알려주며
걱정을 많이 하더구나.
그보다 전에 처음 소식을 듣고
네 형 도량이 한테 전화를 했더니
수술을 하고 요양 중이라고 듣고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어.
그리 심각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었지.
너의 전화 번호를 김선영이 한테 알아내고도
며칠 동안을 미루다가 전화를 했고
수동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너를 만나러 가기로
해놓고도 이 일 저 일로 미루다가
한 달여 시간을 보내고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널 만났었지.
퇴원을 하루, 이틀 앞두고 말이다.
삼육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
재료를 아주 까다롭게 가려서 만든
음식만을 먹고 있다고 했었지.
굽이 갈라진 육류와 비늘 없는 생선은 물론,
바다가 오염 되었다고 하여
대부분의 생선류도 제외된다고 했었고.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거의 매일 산에 오르며 운동도 열심히 했었는데
너무 무리하여 최근엔 쉬고 있다고 했었지.
같은 방에 있던 환우들이 깍아주는
배를 맛있게 먹으며
집에서 만든 송편을 좀 챙겨가지 않은 걸 못내 아쉬워 하기도 했었지.
무량아!
그 날 너는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않을 것 자책하기도 했었지
B형 간염을 잘 관리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의 건강만 믿고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힘든 간을
좋아하는 술로 더 힘들게 했다고...
네 아내와 힘들었던 문제도
아내를 이해하고 용서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었지.
네가 서울로 돌아온 후
순쳔향 병원에 잠시 입원하고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누님댁에 머무는 동안
네가 전화를 안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는 했었단다.
다른 곳에서 소식이 없고
하루나 이틀이 지나 다시 통화를 하면
안심하곤 했었지.
천선우동문이 실로암교회에서 예배드리던 날도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는데...
네가 전화를 받으면
천선우동문을 비롯해 가능한 동문들과 같이 가서
네게 노래를 불러줄 생각으로 기타를 가지고 갔었단다...
그 기타로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노래를 부르고 말았지.
무량아!
수동요양병원에서 너랑 헤어질 때
너를 안아주고 악수를 나누고
서울에서 보자고 한 후,
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는 내게 손을 흔들어주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고나.
난 그 때 너의 모습에서
영화 '빠삐용'에서 드가의 모습을 언뜻 보았어.
외로움이 깃든...
안타까워하는...
무량아!
네가 힘들 때 한 번이라도 더 손을 잡아주지 못한 나를 용서해 다오.
누님댁으로 찾아가지 못한 것도...
아젠 아프지도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지?
무량아!
편히 쉬거라.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시냇가 김강수 (19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6.12.15 그 날, 예배를 전후 해서 여러차례 통화하려 했었는데... 하루가 지나서야 전화가 왔던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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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님(23윤인영) 작성시간 06.12.15 주님곁에서 영원히 안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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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사홍(21기) 작성시간 06.12.16 떠나는 날 겨울비가 슬프게 내리더구만 무량아 아쉬움은 많지만 그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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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yuns(unghee) 작성시간 06.12.17 연말이라서 이러저러하게 바쁜 일들,,,,속에. 한참만에 클릭을 하고나니 한눈에 보이는 ,,,이런~~ 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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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yuns(unghee) 작성시간 06.12.17 선하고 성실한 모습 ..예전의 학생 때 그대로 기억 속에 있는데... 편하게 안식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