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解讀의 해독害毒>
- 시 : 돌샘/이길옥 -
후배 시인이 찾아왔다.
요즘 잘 나가는 중견 시인의 시 한 편을 들고
금으로 새긴 이름표를 단 평론가의 극찬으로
TV에 나오고 신문에도 대문 달았다는데
자기는 가방끈이 짧아 解讀 불가라며
그래도 이런 시를 한 편 쓰고 죽어야지 않겠냐며
시 한 편을 내민다.
잘 썼다.
후배 시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가 봐도 참 잘 썼다.
독자의 관심을 데려다 고개 끄덕이게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않나 싶다.
그래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후배 시인의 심사가 훤히 보인다.
가져온 시를 읽으며
복효근 시인의 시 ‘난해 시 사랑’을 떠올린다.
어려운 낱말을 조립하는 기막힌 기술
엉뚱한 문장을 잘도 끼워맞추는 독보적인 재주
출처 불명의 신조어들을 귀신같이 꿰매는 장인의 솜씨에
접근이 쉽지 않아 문이 열리지 않는 시
후배 시인의 타는 속의 불씨가 내게 옮겨온다.
이런 시를 解讀하려다 害毒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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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開東 이시찬 작성시간 26.06.10 복효근 시인의 '난해 시 사랑'
백 번 공감합니다. 요즘 시들은 독자에게 시험지를 내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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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돌샘이길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0 開東 이시찬 시인님, 댓글 고맙습니다.
이해 불가한 시를 내 스스로 이해했다가 시를 쓰신 분의 의도와 다를까 봐 두렵습니다.
아무리 시가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하나 분명 시인이 지향하는 바 있을 것이기에 짧은 시견으로 자칫 잘못 해석하여 작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읽어서 쉽게 내용 파악이 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는 좋은 시, 마음에 드는 시가 그리운 요즈음입니다.
더위가 차츰 기가 서는 날씨입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
작성자천근 작성시간 26.06.11 공감합니다.
큰 상을 받고 칭찬을 받아도 즐겨 읽히지 않는 시는 한두 개 장작 같은 것.
불도 피우지 못하지요. -
답댓글 작성자돌샘이길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1 천근님, 공감하신 댓글로 함께 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시가 시 다워야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 사로잡을 수 있는데 도통 이해불가의 덫으로 무장하고 있으니 범접하기 무섭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말하면서도 횡설수설, 중구난방이니 비위 틀어집니다.
제발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용 파악이 쉬운 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시를 만나고 싶습니다.
차츰 더워오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