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_ 최하림(1939-2010)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들을 본다
아무 생각 없이, 고통스럽게
지나가버린 시간들
다시 잡으려 해도 소용없는
시간 속으로 나는 되돌아갈 수 없으며
잃어버린 시간들을 다시 찾을 수도 없다
변해버린 사람과 깨어진 사랑
속에서 나는 걸음을 옮겨야 한다
남루한 저고리를 걸치고 모자를 쓰고
물푸레나무 우거진 길로, 물 속으로,
이슬비 내리는 둑에서 나는 보아야 한다
세상이란 좋은 것이다
서로 잘 어깨동무하고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산다
비 내리는 둑에서
나뭇잎들은 푸르고
산山 색은 살아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슬픔 기쁨
으로 밤을 걸어가고 가끔 불켜진
창을 올려다보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날이 깊어간다 모든 것이 변하고
모든 기억이 희미해지고 모든
사랑이 딱딱한 사물로 변해간다
내 손에서 따스했던 네 손이 사라진다
이제 나는 잃어버리게 될 시간들
을 생각하고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물푸레나무가
우거져 있다 시간들이 우거져 있다
[1991년 발표 시집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에 수록]
《Time》
The Alan Parsons Project 1980년 발표곡입니다.
https://youtu.be/zhRzORqNa0E?si=oY0Rg_g_xSHSMU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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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카페 지기 작성시간 26.06.09 젊은 시절에는 여행이 세상을 보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유명한 곳을 찾아가고.
남들이 찍은 사진 속 풍경을 직접 확인하고. 조금 더 멀리 가는 것이 좋은 여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여행은 세상을 보는 일이 아니라 결국 나를 만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머나먼 이국의 광장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노신사의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무엇이 저분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왔을까.
얼마나 많은 이별과 만남을 품고 살아왔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시간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속 낡은 해바라리 그림도 그랬습니다.
화려한 색은 이미 바래고 선명함도 사라졌는데 이상하게 더 따뜻했습니다.
새것은 눈길을 끌지만 오래된 것은 마음을 끕니다.
오래된 것은 시간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젊은 날의 아름다움보다 세월을 견뎌낸 얼굴이 더 깊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원래 빈티지한 물건을 좋아합니다.
새 가구보다 오래된 나무가 좋고.
반짝이는 장식보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물건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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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페 지기 작성시간 26.06.10 new
사랑은
어느것으로 표현해도
부족하지만
풍만한 기쁨도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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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루히嵝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0 new
젊은 시절엔 정말 시간이 영원할 것 같았지요.
치약이 조금 남았을 때 느끼는 기분일까요? ㅎ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
답댓글 작성자카페 지기 작성시간 26.06.10 new
루히嵝怬 ㅋㅋ
치약 가위로 짜르고
쓰고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