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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겨울에 남풍이 있는가? 에 대하여

작성자좀머|작성시간07.03.24|조회수133 목록 댓글 3
지중해의 겨울에 불어오는  남풍에 대해 시종 궁금해 하셔서 저도 찾아봤습니다.

첨부하는 구절은 그리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 크레타 출신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묘사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등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 봐도 겨울에 남풍이 부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로 나오는군요. 아마도 늦겨울인 것 같습니다. 봄과 겨울의 환절기간에 남풍이 부는 것을 카잔차키스의 묘사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드문...’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더 그렇구요, 조사해 놓으신 아우스트로(남풍)는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에는 흔치 않고 북풍 사이에 간 혹 불어오는 바람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지역에 대한 기후나 지형 풍광을 알고 싶으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세요. 한 마디로 멋진 책입니다. 주인공 ‘조르바’는 그리스 남성들의 영원한 이상향이지만, 또한 지구에 사는 모든 남성들의 희망적인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잔차키스 역시 평생을 꿈꾸었지만 완벽한 조르바는 되지 못했어요. 크레타에는 카잔차키스의 기념관이 있었지만 폐쇄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아마도 다시 복원 되었을 겁니다.


“그날은 남풍이 몹시 불었다. 아프리카의 불타는 사막에서 지중해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고운 모래 먼지가 꼬이며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목구멍을 통해 가슴으로 불어들어왔다. 이빨 사이가 지걱거리고 눈이 매웠다. 모래 세례를 받지 않은 빵 한 조각 제대로 먹으려면 문이나 창문은 걸어 잠가야 했다.

 

  그런 계절이 가까왔다. 나무에 물이 오를 즈음의 이들 숨이 막히는 나날을, 나는 봄의 불안에 사로잡힌 채 지내야 했다. 나른한 기분, 가슴속의 정서적인 긴장, 내 몸 구석구석의 근질근질한 가려움, 크지만 단순한 행복의 - 혹은 추억의 -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산으로 오르는 자갈길을 골랐다. 3,4천 년이 지나서야 땅 위로 솟아올라, 사랑스러운 크레타의 태양 아래서 다시 한 번 몸을 덥히는 조그만 미노아 도시를 찾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었다. 나는 서너 시간 걷는 피로가 봄이 불러일으킨 내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잿빛 바위, 그 이지적인 무방비 상태, 험하고 황량한 산, 부엉이, 돌 위에 앉아 있는, 밝은 빛에 멀어버린 둥글고 노란 눈. 엄숙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왔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걸었지만 부엉이의 청각은 예민했다. 부엉이는 날아올라 조용히 바위 사이를 날다 이윽고 사라졌다. 대기에서는 백리향(百里香) 냄새가 났다. 노랗게 핀 가시금작화의 첫 꽃이 가시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폐허가 된 소도시가 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만 주문에 걸린 듯이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정오 가까이나 되었을까. 햇빛이 쏟아져 빛으로 바위를 씻어 내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정오는 위험한 시각이다. 정오의 대기는 망령의 함성과 소란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나무 가지가 부러져도, 도마뱀이 달려나가도, 지나는 길 위로 구름이 그림자를 던져도 깜짝깜짝 놀랐다. 밟는 땅마다 무덤이요, 듣는 소리마다 사자(死者)의 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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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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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뿔소 | 작성시간 07.04.02 예, 그렇군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직접 읽은 적이 없는데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동화였던 것도 같고 어린이 만화였던 것도 같고.... 아래는 책 가운데 나오는 귀절 같은데 아주 멋지네요. 읽고나서 얘기 나누어요.
  • 작성자좀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3.25 동화는 아닙니다. 만화로도 나왔을 수는 있겠지만, 영화가 유명하죠. 안소니 퀸의 조르바 역은 아마 누구도 대신할 배우가 없을 정도로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습니다. 카잔차키스는 우리나라에도 폭 넓은 팬을 갖고 있습니다. 크레타가 그리스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 서기도 했던 인물이구요, '그리스 로마신화'로 유명한 이윤기의 카잔차키스 사랑은 못말립니다.
  • 작성자김종숙 | 작성시간 07.03.27 p105'사나운 겨울남풍'은 위의 그리이스인 조르바에 따르면 모래폭풍이 바다를 건너온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겨울하면 선입견에 '춥다'를 떠올리는데 '차가운'이 아닌 '사나운'입니다. 선입견이 이해를 가로막은 것 같습니다. '희랍인 조르바'는 25년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고 무서운 요정 사이렌이 나오고 바닷가가 배경인것만 떠오릅니다. 기억력이 쇠퇴해져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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