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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 자 골 ◈

2026 6 12 종자골에 언니 오빠 조카 납시다

작성자chanmi|작성시간26.06.14|조회수40 목록 댓글 1

 

상추 씨앗을 뿌렸는데 다음날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 상추 씨가 흘러내렸나보다. 밭 가운데는 상추 싹이 돋지 않고 가장자리와 밭 아래쪽에 상추 싹이 듬성듬성 돋았다. 올해는 상추도 못 먹게 되는게 아니냐고 궁시렁거렸더니, 남편은 다시 상추 씨앗을 뿌렸다. 상추 씨앗을 뿌리는 시기보다 늦어져서 싹이 돋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상추 모종을 사다가 한쪽에 심었다.

 

상추는 씨앗을 뿌려 길러 먹어야 제맛이다. 상추가 어릴 때 솎아서 주먹쌈으로 먹으면 없던 입맛도 살아난다. 큰아이를 임신해서 입덧으로 밥을 먹지 못하던 때였다. 문득 솎아낸 상추쌈이 먹고 싶어졌다. 마침 알고 지내던 비슷한 또래의 아기엄마에게 하소연했더니, 자기네 베란다 앞쪽 작은 땅이 있어 상추씨를 뿌렸고 상추싹이 돋아났다는 것이었다. 달려갔다. 알뜰하게 솎아보니 너무 어려서 딱 한 주먹! 집으로 가져와 간장 조금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었다. 어린 상추의 풋냄새는 느글느글하던 뱃속을 가라앉혔다.

 

보들보들한 상추를 솎아내 한 쌈 크게 싸서 먹는 그 맛!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상추를 기르는 사람이나 맛볼 수 있는 맛이지. 매년 이맘때면 남편과 마주앉아 하던 말이다. 다행히 두 번째로 뿌린 상추 씨앗은 발아를 해서 잘 자라났고 모종 상추는 쑥쑥 자라나 한 포기가 내 두 손을 펼친 크기로 자라났다. 마침 금요일은 우리가 한가한 날이었다. 이때다 싶어 형제자매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금요일에 시간 되시면 종자골에 놀러오세요 상추가 한창입니다.

 

좋아좋아 고맙지 고맙지 언니와 오빠의 카톡이 올라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여든 여덟의 큰언니와 일흔아홉의 작은오빠와 일흔 여섯의 셋째언니께서 오시겠다니! 카톡을 보내놓고 한나절은 아무런 답이 없어 혼자 쓸쓸해하던 참이었다. 에구 종자골에 오실 수 없는 나이가 되셨네 어쩌누 어쩌누 혼자서 한탄을 하던 중이었다.

 

한창이던 끈끈이 대나무풀꽃은 지는 중이었지만 금계국은 한창이고 접시꽃이 피기 시작했고 루드베키아도 싱그럽게 피어나고 백합도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려놓고 있었다. 채송화 역시도 작은 꽃봉오리를 내일이면 활짝 펼 기세였다. 손님을 맞이하기에 적격이었다.

 

남편과 나는 아침 일찍 종자골에 도착하였다. 손님이 오시니 빗자루로 길이라도 말끔하게 쓸어내고 탁자와 의자도 청소하였다. 남편은 주변 풀들을 잘라내었다. 상추는 아침에 뜯어야 쓴맛이 덜하고 맛있다고 말씀하신 큰언니 말씀대로 점심에 먹을 상추와 언니와 오빠와 조카가 가져갈 상추까지 뜯어놓았다.

 

이왕이면 조카들도 참석해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바쁜 세상 아닌가. 큰언니의 비서노릇을 게을리 하지 않는 착한 조카가 큰언니와 셋째언니를 모시고 왔다. 익산에 둘째언니도 오셨으면 완벽하게 좋지만 멀어도 너무 너무 멀다. 또 아르헨티나 언니는 얼마나 오고 싶을 것인가. 늘 아쉽다.

 

상추가 싱싱하고 보드라우니 삼겹살 맛이야 말이 필요 없다. 맛있다 맛있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예전처럼 불판에 고기를 굽기 바쁘게 사라지지 않는다. 속도가 느려졌다. 어쩔 것인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느려지는 일인걸. 나이가 어리다고 해봐야 오십대 후반전을 달리는 조카가 그래도 제일 맛있게 게 눈 감추듯 먹어서 보기 좋다. 젊음은 이래저래 부럽다.

 

고스톱판을 빼 놓을 수 없다. 큰언니와 작은 오빠와 셋째언니와 남편의 고스톱판은 노래방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 보다 흥겨운 소리가 난다. 고스톱을 참 재미있어 하신다. 나는 에어컨 바람도 싫지만 단풍나무 그늘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결이 좋아 그곳에 눈을 감고 앉아본다. 조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본다. 언니와 오빠와 남편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울려 퍼진다. 이보다 좋은 소리는 없지 싶다. 감사한 날이다.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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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왕창 | 작성시간 26.06.14 항상 그리던 모습이 종자골에 펼쳐져 아롱지기 만들어지듯 눈가의 주름도 이마의 주름도 잊은듯 미소가 주름을 다림질하듯 펼쳐져 옛그림을 그려 놓았네요.
    한 폭이 두 폭 되듯 함께 할 수 있게 하여 준다면 나래를 펴 볼만 하였을 것을 기회를 주신다면 기회를 엿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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