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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 자리에 - 평택터미널(시외버스+고속버스) [평택시]

작성자Maximum|작성시간19.01.07|조회수5,162 목록 댓글 20

평택시는 2000년대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평택항, 안중 및 청북지구, 소사벌지구에 이어 고덕국제신도시까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만큼 국가적으로 아낌없이 밀어주는 지역이다.

이러한 개발에는 여러 가지 의견과 논쟁이 오간다.

평택의 개발로 수도권 집중화를 훨씬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수도권 규제로 평택에 올 공장이 천안-아산으로 갔으니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의견도 있다.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평택역은 2009년에 민자역사를 개장하였다.

거대한 백화점이 들어서 평택 상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역 이용객 수도 수직 상승하여 매일 4만 명 이상이 철도를 이용한다.

반면에 평택에 있는 버스터미널들은 오랫동안 비판의 소재가 되어왔다.

민자역사를 짓기 시작한 시점에도 노후화와 좁은 부지로 지역 언론에서 껌처럼 다뤄졌는데,

십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과 점점 반비례되는 터미널의 조화가 어떨지 한번 보고자 한다.




 터미널 방문을 위해 오랜만에 평택을 찾았다.

오자마자 놀랐던 점은 역 앞이 10년 전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 개선되었다는 사실이다.

민자역사 개장 이후 주차장과 택시가 위험하게 어질러져 있었던 광장이,

사람 위주로 깔끔하게 바뀌면서 보기 좋고 이용하기 편한 만남의 광장으로 바뀌었다.

 역 앞 광장의 변화는 평택역 민자역사와 함께 이루어졌다.

2009년에 완공되어 AK플라자가 입점을 하면서 평택 상권은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평택역 앞은 평택시내뿐만 아니라 송탄, 안성을 아우르는 60만 시민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역 앞 주차장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주차공간이 훨씬 확장되어 이용하기 편리해졌다.


 민자역사 개장 다음으로 큰 변화는 무엇보다 신호등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이다.

신호등이 없었을 당시에는 차와 사람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었다.

심지어 민자역사 개장 이후에도 한동안 신호등이 없어 사고가 많은 곳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신호등 설치 이후 사고가 줄고 버스정류장이 개선되어 한결 깔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평택역 앞은 10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러나 기차역과 함께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버스터미널은 변화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고속버스 / 시외버스터미널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준다.

노선이 너무 방대한 서울을 제외하면 이곳은 유일하게 두 터미널이 각각 따로 나뉘어 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인천/수원/안성/이천 등등 따로 터미널을 운영하는 지역이 많았으나,

모두 통합되고 유일하게 남은 곳이 바로 평택이다.


 더군다나 평택고속버스터미널은 평택역 동광장 남쪽(역에서 나왔을 시 오른쪽) 골목에 있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아예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꼭꼭 숨어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랍겠지만 위에 보이는 사진이 고속버스터미널 전경이다.

위치를 보나 규모를 보나 충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한 모습이다.


 고속터미널 앞에서 뒤돌아 본 풍경은 이렇다.

시야에 곧바로 들어오는 저 푸른색 건물이 바로 평택역사다.

거대한 기차역과 마주한 장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비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두 시설물이 완벽한 라이벌 관계라는 걸 고려하면 대비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불과 네 대가 전부다.

심지어 주차공간과 승차장의 구분도 없어서 주차장이 그대로 승차장으로 쓰인다.

더군다나 건물이 도로 반대편에 있는 까닭에 버스를 타려면 도로와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한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불편함을 안 느낄래야 안 느낄 수가 없을 테다.


 주차장과 승차장을 같이 쓰는 탓인지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대기실 의자는 한가로이 실내를 노닐고 사람 없는 매점은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의외로 꾸준하게 보였다.

대부분 여기에서 버스를 앉아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나가서 버스를 타는 듯했다.


 좁은 매표소에는 끝없이 한 명씩 표를 사러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많지는 않아도 사람이 끊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여기서 출발하는 노선은 오직 서울행, 단일 노선뿐인데도 말이다.


 평택-서울 고속버스는 100km 거리제한 때문에 전환시외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고속버스 사이트에서 예매가 가능하고 시스템상 고속버스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주중과 주말 시간표가 약간 다르지만 언제든 평균 배차간격은 20분이다.

주말 첫차 시간대에 30분, 평일 출퇴근 시간에 15분 간격인 점 외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시간표에 적힌 배차 간격은 천안/신창행 전철과 맞먹을 정도다.

실제로 평택고속버스터미널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783명으로,

화정, 서수원, 안중, 경기광주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단일 노선만으로 이 정도의 수요가 나온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너무나 작고 열약한 시설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전철 및 시외버스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시외버스터미널을 살펴보려 한다.

오른쪽으로 나와 대로를 따라 2~3분만 더 걸어가면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평택역 앞 상권의 남쪽 끄트머리이기도 하면서,

평택시내의 끝을 알리는 롯데캐슬이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시외버스터미널 앞 삼거리에서 평택역 방향을 바라보면 이렇게 생겼다.

전형적인 구도심 구시가지의 모습으로 고층 건물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평택, 안성 모두를 아우르는 절묘한 위치이기 때문에,

겉모습은 읍내여도 유동인구는 대도시 상권이 부럽지 않다.


 게다가 소사벌지구가 기존 도심을 감싸는 형식으로 개발되다 보니,

평택시내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구분이 없는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시외버스터미널은 바로 이렇게 절묘한 구조의 기묘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워낙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개장 당시와 비교해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이곳은 평택역과 바로 붙어있어서 환승객을 끌어오기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평택역에 내려 이곳에서 안성 방면 시내버스를 타는 환승객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터미널 대합실은 사시사철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특히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는 더욱더 사람이 몰려 굉장히 복잡하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주변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에 시설은 군 시절 그대로라는 점이다.

시외버스터미널 개장 시기는 1980년 8월 27일로, 이 당시 주소는 평택군 평택읍이었다.

읍 시절부터 인구 5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같은 시설에서 운영하니,

사람은 사람대로 터져나가고 버스는 버스대로 빠져나가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몇 번의 리모델링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다.


 시간표를 살펴보면 노후화와 규모 문제가 더 피부로 다가온다.

앞서 고속버스 시간표에서도 서울 가는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시외버스도 다르지 않다. 서울남부행 10~20분, 동서울행 30분 간격으로

각각 행선지만 조금 다를 뿐 고속버스와 배차 간격이 다르지 않다.

여기에 기차와 전철을 더하면 서울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엄청나다는 것을 뜻한다.

고속버스 배차 간격의 조밀함과 점유율은 전혀 별개라는 뜻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인천공항 37회(20~30분 간격), 성남 22회(40~50분 간격), 인천 20회, 안산 13회, 부천 10회(주말 12회), 동탄-김포공항-고양 9회, 의정부 3회 등 수도권으로 가는 노선들 횟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는 평택에서 수도권을 오가는 수요가 많다는 뜻인데,

대부분의 노선이 이곳 말고도 다른 곳을 거쳐가는 완행이 대부분임을 고려하면

거주민 외에도 대학생, 직장인 등의 비즈니스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역으로는 청주 18회, 충주 7회, 원주 6회, 강릉 6회, 제천 5회, 춘천 3회 등이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부 경부선 철도가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부선이 지나는 곳으로도 시외버스가 있긴 하다.

하지만 천안 16회, 대전 5회, 구미-동대구 3회가 전부이며, 부산이나 수원 노선은 찾아볼 수 없다.

천안행마저도 전주행이 중간 경유하기 때문에 들러리에 불과하다.

광역시가 아닌 청주나 성남보다 훨씬 큰 도시인 대전, 대구, 부산 노선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평택에서 경부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압도적이라는 뜻일 테다.

실제로 수원행의 경우 2005년 전철 개통 이전까지는 30분 간격으로 매우 자주 있었으나,

전철이 개통하고 수원-천안 완행이 완전히 망해서 자취를 감춘 사례가 있다.

서울이야 워낙 수요가 많아서 점유율이 낮아도 15~20분 배차로 충분히 커버가 되겠지만,

나머지 경부선 연선 지역은 사정이 달라서 버스가 아예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다.


 호남선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호남선 연선으로는 광주 7회, 전주 16회가 전부이다.

전주 16회가 많아 보이겠지만 이는 천안과 노선을 합친 것으로,

평택 단독 운행이었다면 잘해야 광주 수준의 배차 간격이었을 것이다.

즉, 평택은 기차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지역으로서,

평택시외버스터미널은 주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역 위주로 노선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위 시간표에 적힌 안성 / 온양 / 안중 / 남서울대 / 일죽 방면은 시내버스 시간표로,

시내버스가 이곳을 종점으로 같이 쓸 만큼 시외버스 의존도가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이곳은 안성, 안중, 온양 방면 승객들이 전철 혹은 기차로 갈아타는 지점이자,

철도가 한 번에 연결되지 않은 지역으로의 환승 거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터미널 공간이 무척 좁음에도 시내버스가 종점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노선 수에 비해 이곳이 종점인 시외버스 노선이 적다는 뜻이며,

그 말은 오산, 송탄, 안성, 안중 등을 거치는 완행 노선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실 구석 락커 위에는 경유지와 함께 플랫폼 번호가 적혀있다.

하지만 실제 플랫폼 번호가 여기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자, 이제 조금은 눈치를 채실 것이다. 왜 의미가 없는지를 말이다.

물론 진짜로 승차홈 구분이 없는 것은 아니라 위치에 맞게 버스가 들어오기는 하나,

워낙 오래전에 지어진 데다 제대로 된 승차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뚜렷하게 홈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차장은 대합실 이상으로 좁아서 버스 한 대 정도의 사람들도 수용하기가 벅찬데,

버스가 여러 대 겹치는 시간대가 자주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키는 일이 매일 발생한다.

너비도 좁아서 버스가 다 들어오지 못해 시내버스는 아예 주차장 한복판에서 사람을 태운다.

아예 주차장에 선으로 구분하여 정류장으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항시 버스가 드나드는 공간을 가로질러야 해서 버스를 타는 일이 매우 위험하다.


 이런 문제로 이미 20여 년 전부터 새로 터미널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터미널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시외버스, 고속버스는 각각 따로국밥 운영을 하고 있다.

터미널 문제는 이용객 대다수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평택시민에게는 민감한 문제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면 절대다수는 변화에 소극적이라고 봐야겠다.

운영사 입장에서도 각자 운영하는 게 편하고 수익 창출에도 유리하며,

이용객 입장에서도 평택역과 붙어있는 편리함을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요가 늘면 수요에 맞게 시설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라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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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Maximu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1.08 서울이 워낙 넓어서 목적지에 따라 고르는 맛이 있죠. SRT는 평택-지방노선에 영향을 줄뿐 서울 방면은 큰 영향이 없을 걸로 봅니다.
  • 작성자날쌘돌이 | 작성시간 19.01.08 92년도 친구랑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평택터미널에 내려 친구집에 가서
    오토바이를 타고 천안터미널까지 간적이
    있습니다.
    1번국도가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공사
    했던걸로 기억나는데 그 위험한길을
    갔었죠.
    수원은 역전 건너편 구터미널이었고
    천안터미널은 90년이나91년쯤 신터미널로
    이전했으니 평택만 그대로 남았네요.

    언급하신대로 수원~평택~천안 노선이
    동서울~천안노선과 더불어 용남고속의
    밥줄이라고 할만큼 황금노선이였습니다.
    배차간격은 기억안나지만
    주말에는 항상 줄서서 탈정도였거든요.

  • 답댓글 작성자Maximu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1.08 수원-천안 시외버스가 밥줄이었는데도 전철이 개통하고 훅 간 것을 보면 새삼 전철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1번 국도가 2차선이었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네요. ㅎㅎ 물론 지금도 세류역-병점역, 평택역-성환역 구간에 2차선이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 작성자안중 | 작성시간 19.01.08 평택터미널 이전 문제는 평택시 숙제이지요....아직까지 해결 안되고있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Maximu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1.08 지역 주민이시라면 더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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