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과 안성 사이에는 공도라는 동네가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안성IC를 낀 교통의 요지로서,
세 군데의 택지지구가 있으며 스타필드 개장까지 앞둔 비전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공도읍의 인구는 57,000여 명으로 안성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2015년에 공도읍내 서쪽에 버스터미널이 신설되었다.
원래는 동쪽으로 300m 떨어진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승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통 혼잡이 심각해지자,
근처 공터에 버스터미널을 지어 시내버스 정류장과 분리하면서 새롭게 탄생하였다.
버스 산업이 심각한 침체에 빠진 2010년대에 노상정류장이 버스터미널로 승격된,
전국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특징을 갖고 있다.
흔치 않은 특수한 사례로 만들어진 이곳은 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공도는 인근 주민과 외지인들의 인지도 격차가 극심한 지역이다.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되기 이전에는 전형적인 시골이었던 곳이,
안성IC와 가깝고 평택과 안성 사이에 있다는 이점 덕분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급격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발전 추세가 어떠했냐면, 인구가 최근 20년 동안 무려 다섯 배나 증가하여 안성시내를 추월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안성에서 출발한 버스가 잠깐 들러갔던 이 지역은,
이제는 안성발 시외버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목적지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태생적 배경 때문에 모든 노선은 안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공도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정류장에서 내려서 안성 방향을 바라보면 왼쪽으로는 구 38번 국도, 오른쪽으로는 원조 38번 국도가 보인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정면에는 새로 생긴 공도터미널이 보인다.
터미널 위치는 절묘하게도 옛길과 새길이 갈라지는 입지에 있다.
수요 증가로 새로 만들어진 터미널이라고는 하지만,
안성-평택 중간 경유지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다.

정식 버스터미널 시설은 2015년 2월 26일에 생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정류장이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오랫동안 공도정류장이란 이름으로 불려왔기에 터미널이라는 명칭을 섣불리 바꾸기 어려울 테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류장 대신 터미널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인터넷 검색 트래픽에서 아주 잘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공도터미널은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척 깔끔하고 세련되다.
다만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무척 좁아서 이용하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휠체어 한대면 꽉 찰 정도로 출입문이 좁은 데다,
하필 입구 바로 옆에 매표소가 있어서 줄이 조금만 생겨도 드나드는 길이 막힌다.

대합실 공간도 굉장히 협소하다.
주말 피크시간 또는 출퇴근 시간, 명절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가득찰 텐데,
그때는 사람들이 다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처음 지을 때 공도터미널 이용객이 이렇게 많을 줄 모르고 작게 설계를 했던 것 같은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노상정류장 시절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했다는 뜻이다.

보다시피 출입문과 매표소가 붙어있어 동선이 매우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 모습을 보면 교통 혼잡 해소에만 초점을 두고 이용객 편의에는 신경을 덜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도터미널의 공식 이름이 아직 '공도버스정류장'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안성터미널에 종속된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벽면에 걸린 시간표는 모두 안성터미널 출발시간 기준으로
실제 도착시간은 적힌 시간에서 +15~20분을 더해야 한다.

강남, 동서울, 남부 등등 서울로 가는 노선만 세 개가 있고
그중 동서울을 제외하면 배차 간격이 1시간 이내에서 들어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안성에서 서울로는 유동인구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다.
다만 이 모든 노선이 안성터미널-시민회관-한경대-중앙대-대림동산을 같이 들리기 때문에,
시간표는 공도뿐만 아니라 안성시내, 대덕면, 중앙대, 한경대 수요까지 모두 포함된 값이다.

서울행 뿐만 아니라 여기에 적힌 노선들은 대부분이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노선들은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다.
즉 공도에 들어오는 노선이 많고 시간표도 제법 촘촘하지만,
공도 단독 수요만으로는 아직 이 정도의 시간표가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안성터미널 시간표를 그대로 가져와서 그런지,
안성터미널에만 있고 여기에는 없는 제천, 여주와 같은 행선지도 보인다.
공도 시간표 자체가 안성터미널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는 만큼,
공도에서 실제로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을 기재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곳이 아직은 정식 터미널로 등록되지는 않아서 정확한 수요가 발표되지 않는다.
그래서 안성-공도에 이르는 여섯 정류장 중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노상정류장이 터미널로 승격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건 확실하기에,
안성터미널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승차장은 같은 시기에 지어진 향남터미널과 구조가 비슷하다.
승차홈이 많지는 않지만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확실하며,
특색 있는 물결 지붕이 이어진 것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서울, 인천 등 주요 노선이 출발하는 1번 홈은 건물과 다소 떨어져 있다.
공교롭게도 버스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는데,
인천행이 들어왔을 때에는 기나긴 줄이 줄어들지 않고 보는 채 만 채 멀뚱멀뚱 서있기만 했다.

그러나 동서울행이 들어오자마자 승차홈 뒤까지 선 줄이 마치 언제 기다렸냐는 듯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불과 몇 시간 전 안중에서 겪었던 현상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똑같은 신설 버스터미널에 하필이면 같은 행선지였으니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어찌되었던 안성과 한몸 같은 운명을 타고난 정류장으로 출발했지만,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버스터미널로 승격된 사례는 여기 말고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공도터미널은 나중에 찾아도 항상 밝은 미소를 보여줄 것만 같다.
과연 근처에 스타필드가 이곳에 생기면 그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공도터미널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