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방문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2008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밟은 뒤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으니,
정확히 10년 5개월 만의 재회였다.
강산은 변했고 세대도 하나 올라간 상황에서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곤지암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었다.
10년 전 그 자리에 서서 테이프를 되감고 추억을 곱씹어 보는 여정,
바로 그 중심에 곤지암터미널이 있었다.

광주에서 114번 좌석버스를 타고 곤지암으로 왔다.
마침 좌석버스에 충전 단자가 있어 깜빡깜빡 꺼져가는 핸드폰을 잠시 충전하고,
동료와 이야기꽃을 나누다가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부랴부랴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터미널을 향해 걸으면서 조용한 읍내를 천천히 구경하였다.

그렇게 7분 정도를 걸었을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광경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렇다. 바로 곤지암터미널에 도착한 것이다.
하나도 바뀐 게 없이 그 당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더욱 반가웠다.

바뀐 게 있다면 지역 이름이 실촌읍에서 곤지암읍으로 바뀐 것 하나,
그리고 터미널에 들어오는 버스 종류와 사람들이 바뀐 것뿐이다.
보통 10년이 지나면 건물 안의 상점은 완전히 갈아엎어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대부분의 상점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도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버스정류장도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사람은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흔치 않았던 외국인이 지금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대림동, 안산 원곡동만큼은 아니지만 동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을 짐작게 하는 광경이다.

버스의 경우에도 차량만 바뀌었을 뿐 노선 패턴은 비슷하다.
광주, 이쳔, 여주시내버스는 KD가 오래 전부터 독점해오고 있는데,
번호 없이 '공영버스'란 이름으로 행선지 위주 배차를 해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수시로 행선지가 바뀌는 옛날식 시내버스가 곤지암의 주 손님이자 고객이다.

사실 이곳은 제대로 된 버스터미널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수십 년 전 간이터미널의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여 희소성이 있다.
오래 전에는 이곳에 근처로 가는 시외버스가 집결했던 곳이며,
현재도 주변으로 가는 시내버스 집결지라는 점에서 터미널로서의 역할이 남아있다.

곤지암에 들어오는 노선은 크게 두 가지 계통으로 나뉜다.
도척면 방향 / 만선리(양평 가는 길) 방향 노선이다.
인구가 적은 면 단위 시골임에도 평균 30분 이내 배차를 유지하는게 개인적으로 참 신기하다.
GPS의 발달로 현재는 공영버스도 번호가 생겼지만,
이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행선지가 번호보다 우위인 것 같다.
곤지암에 들어오는 시외버스는 거의 사라지고 유일하게 딱 하나만 남았다.
유일한 노선은 의정부-이천 간 시외버스로 하루 5회가 전부이다.
이 노선을 제외하면 이곳에 오는 모든 노선은 시내버스이다.

만선리 방향으로도 도척면 이상으로 횟수가 많다.
여기는 같은 곤지암읍으로 딱히 유명한 시설이 없음에도,
이렇게 잦은 횟수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이중 하루 10번은 시 경계를 넘어 양평까지 운행된다.

위 시간표에 없는 시내버스 노선도 이곳을 들어오기는 한다.
1113-1번(강변역), 500-1번(잠실역), 500-2번(코엑스), 300번(분당), 114번(광주) 등
곤지암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시내버스 모두 터미널 안에서 승객을 태운다.
다만 광주, 성남, 서울 방면에 한정해서 정차를 할뿐,
동원대, 이천 방면은 건물 너머 경충대로에서 정차한다.
둘을 잇는 좁은 샛길이 건물 중간에 있어 이리로 드나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샛길 구조가 참 신기하다.
밖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수준으로 숨어있기 때문이다.
둘을 오가는 샛길은 건물 왼편 '미소야 간판 밑'에 있는데, 사진으로도 잘 안 보일 것이다.
건물 바로 앞에는 이천 방면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원래라면 여기서 버스를 타야했지만, 이미 114번을 타고 왔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새로 뚫린 경강선을 한번 타보기로 했다.
광주-이천-여주 일대에서 유일하게 버스터미널과 가깝기도 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쾌적하다는 일행의 말에 귀가 솔깃하여 경험해보고 싶었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성업중인 경강선 전철.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장 크게 바뀐 곤지암의 모습일 테다.
터미널에 오면서 과거로 잠시 돌아갔다가 쌩쌩 달리는 전철을 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
잠시 추억의 테이프를 되돌리는 즐거운 경험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