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중심지이자 조선왕조의 본고장인 전주.
후백제의 견훤이 도읍으로 삼을 만큼 예로부터 번성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각종 문화유산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호남'이라는 지명은 지금처럼 전라도를 통칭하는 뜻이 아니라,
금강이남-노령이북{즉, 전주를 비롯한 익산, 군산, 논산, 부여, 공주, 김제}과 같은 옛 백제 중심지역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런 '호남'의 정가운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호남평야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곳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곡식들의 집산지였던만큼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던 곳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었을까,
30여년 전 당시에 최고조로 상승가를 달리던 금암동에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이 거대한 규모로 화려하게 들어섰다.
당시 광주고속(= 금호고속)이 사업체를 인수하고 터미널을 지어 운영을 했는데,
첫 개통 때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커다란 터미널로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거의 관리가 되지 않아 노후화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도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설물이 터미널인데도 도시 이미지를 관리하지 못한 꼴이 된 셈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전부지까지 물색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두 터미널의 운영업체인 금호와 전북의 반발로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터미널의 문제가 언제쯤이나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주 구도심의 상징과도 같은 금암광장.
서부신시가지 조성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산업시설과 유동인구가 몰렸던 중심지였다.
바로 그런 금암광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엔 시외버스터미널이,
10분 거리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하고 있으니,
예전 기준으로 보면 정말 접근성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전주천 서쪽으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각종 업무기능과 상업기능이 신도시에 쏠렸고,
그에 따라 금암광장-전주시청을 잇는 구도심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금의 터미널들도 하천을 경계로 신도심과 마주하고는 있지만,
터미널로 연결되는 도로가 지역 중심도로가 아닌 단순한 골목길 수준이라 의외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
더군다나 고속도로와도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는 까닭에,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은 언제나 상당한 정체로 골머리를 앓는다.
도시 구조상 철도보다는 버스에 압도적으로 수요가 몰려들기 때문에,
전국 각지로 연결되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무척 조밀하고 댓수도 엄청나다.
그런데도 진입로는 동네 골목 수준이니 정체가 사그라들지 않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그나마 고속버스터미널은 4차선의 시외버스보다는 사정이 약간 낫다.
하지만 총연장길이가 무척 짧은 도로에 입구가 있어 버스들이 고속터미널로 진입할 때 교차로를 자주 경유한다.
더욱 큰 문제는 터미널 입구에 있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구를 2층에 만들어놓았는데,
그 때문에 터미널로 들어가려면 경사로를 올라가야해 상당히 불편하다.
더욱이 신도심(하천변)쪽에서 진입하려면 고속버스 출입로를 관통해야하므로 혼잡하기까지 하다.
강남(센트럴)행이 5~10분 간격으로 다니고,
그 외에도 동서울, 광주, 대전, 부산, 인천, 성남, 대구 등등 전국 각지의 버스가 모두 모여드는 곳.
하지만 주차장은 그에 비해 너무나 협소하고 비좁기만 하다.
원형의 터미널을 사방으로 빙 둘러싼 거대한 주차장엔 한 평의 여유공간도 없어보인다.
윗 사진 오른쪽의 주유소 쪽 구석에 하차장이 자리잡고 있다.
워낙 조그맣고 조촐해 왠만한 사람들은 눈치채는 것 조차 어렵다.
바로 옆의 도로가 하천변을 따라 이어져서 제방 역할까지 겸하는지라,
하차장은 도로를 따라 그 아래에 일자로 길게 붙어있다.
하차장은 사실상 또다른 버스 박차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지어진 지는 약 30년이 지났는데도 부지는 단 한 번도 넓힌 적이 없으니,
전주고속터미널의 주차시설이 좁은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하차장을 이용하여 아예 대놓고 '짱박기'를 하는 차량들도 종종 있다.
전주고속터미널은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하여 빨간 벽돌건물 시절처럼 낡아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했다기엔 다소 낡아보이는 느낌은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
원형구조의 참신한 디자인, 건물을 따라 원형으로 쭉 둘러진 승차장에 눈길이 가긴 하지만,
건물 자체가 워낙 오래되다보니 리모델링만으로 세련미를 되찾기엔 역부족이다.
어쩌면 리모델링을 한 것 자체가 버스터미널 이전을 막기 위해서 한 것일수도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보수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했던 터미널.
그런데 이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다보니 금호, 전북 측에서 다급하게 리모델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꽤나 높다.
그래서 완벽한 형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낡아보이는 느낌이 드는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원형의 건물을 따라 쭉 이어진 승차공간.
하지만 2층의 입구가 있는 부분은 도로와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에 승차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2층의 입구와 매표소가 있는 공간은 이렇게 상업시설들로 들어차있다.
하지만 원형구조라는 것이 박차공간을 만들기엔 유리하고 상업시설을 유치하기엔 불리하다.
전주의 경우는 고속버스가 발달하여 시외버스터미널보다 고속버스터미널의 수요가 더 많은데,
수많은 수요를 만족시켜줄만큼 다양하고 많은 수의 가게가 들어와있지는 않다.
좁은 부지에 최대한 많은 버스를 들어올 수 있게 한 탓에,
입구, 매표소가 2층에 있고 승차장, 대합실(맞이방)이 1층에 있는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멋모르고 1층으로 들어온 사람이 표를 구입하거나,
이용객을 배웅해준 사람이 다시 빠져나가려면 빙 둘러진 나선형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버스를 탈 시엔 이 길을 따라서 내려와야 한다.
빙 둘러진 기나긴 오르막길의 끝에는 이렇게 회사별로 각각 만들어놓은 쉼터가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의 운영권이 금호에 있기 때문에 금호의 사무실이 제일 넓으며,
이외에도 중앙, 동양, 천일 등등 다양한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다.
1층에 비하면 2층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공간과 상업시설이 모두 아래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는 1층의 여유공간이 부족한 탓에 혼잡함을 피하려고 2층에서 일부러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도 역시 리모델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리모델링한 느낌이 나지는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시 규모에 비해, 버스터미널 수요에 비해,
터미널의 규모가 너무 협소하고 이용하기에도 불편하게 설계된 것 같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 옆에 놓여진 '고객대기실'.
그나마 리모델링 하기 전엔 유리창도 없었고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항이라고 불릴만큼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큰 규모인 광주에 비하면,
같은 금호에서 운영하는 전주고속터미널은 너무나 낙후되고 비좁다.
외부로 연결되어있는 입·출구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자리잡고 있다.
원형인지라 매표소의 길이도 길고 사각형에 비해 혼잡도도 덜 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과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꽤나 혼잡하다.
표를 사려는 사람만 해도 그 숫자가 엄청나다.
그나마 시외버스터미널이 따로 분리되어 있기에 망정이지,
광주나 인천처럼 통합터미널이 운영된다면 혼잡도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것이다.
후보지를 물색중인 신터미널도 계획상으론 고속과 시외터미널이 각각 따로 나뉘어 있는데,
극악의 혼잡을 예방할 수는 있어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주-서울{강남(센트럴)}로 연결되는 노선은 대략 5~20분 간격이다.
하지만 이는 금호·동양·중앙·천일 네 회사에서만 운행하는 편수이고,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동서울행과 남부(시외버스터미널)행까지 합한다면,
실제 전주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 배차간격은 광주와 맞먹는 수준이다.
도시 규모가 비슷한 청주도 비스무리한 배차지만, 서울로 통하는 대중교통이 '버스'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전주는 서울, 수원으로 연결되는 '열차'라는 대체수단이 있는데도 이렇게 조밀한 이유가 무엇일까?
호남고속도로의 경우는 전주IC만 들어가면 전주-반포까지 완벽한 직선코스로 운행한다.
하지만 열차는 익산을 통해 서쪽으로 한 번 돌고, 서대전, 조치원을 통해 동쪽으로 한 번 더 도는데다가,
'호남선'이 익산을 지나는 탓에 '전라선' 열차만 운행하기 때문에 속도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버스터미널의 경우는 구도심 중심가에 위치해 전주 어디에서도 접근하기 편하지만,
전주역의 경우는 시내 동쪽 끝 외곽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 점도 한 몫 한다.
이동경로, 접근성에서 모두 버스가 압도하기 때문에 버스로의 쏠림 현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록 열차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있는 수원으로는 아직 고속버스가 뚫리지 않았지만,
기타 수도권 지역으로도 고속버스가 상당히 뚫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과 성남으로는 50~60분 간격, 고양 9회, 심지어는 광명과 상봉으로도 연결노선이 있을만큼 연계가 뛰어나다.
대전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데,
비록 대전이 철도가 앞서는 지역이라고는 해도 대전-전주간 이동경로에서 워낙 차이가 나다보니,
이 역시도 빙빙 돌아가는 철도보다는 버스가 모든 면에서 크게 앞지른다.
비록 일반고속 뿐이긴 하지만 무려 30분의 배차간격을 유지할 정도로 연계가 잘 되어있다.
철도 연결이 아예 되지 않는 영남권, 전남권(순천, 여수 제외)도 마찬가지다.
호남의 또다른 양대산맥인 광주는 무려 20~30분 간격으로 연결되며,
시외버스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부산의 경우도 배차간격이 1시간이다.
다만 영남권과는 교류가 많지 않은 까닭에 대구, 울산까지만 겨우 뚫려있을 뿐이다.
그래도 인구가 채 100만이 되지 않는 도시치고 이렇게 고속버스가 발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전국 각 지역별로 요금, 소요시간, 배차간격을 물론 거리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연계망을 보면 볼수록 시설에 관한 미련이 더욱더 심해지는데,
이렇게까지 연계망이 발달하고 노선 수 또한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고속버스터미널은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간다.
비록 고속터미널을 운영하는 금호의 방해 덕분에 이설을 못한다 하여도...
너무나도 좁아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주차공간,
원형의 구조에 매표소와 대합실의 분리로 이용하기 불편한 구조,
지은지 30년이 다 되어가 노후화는 물론 안전문제까지 거론되는 건물,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에 위치한 탓에 언제나 혼돈 상태인 주변 도로...
단순히 리모델링만으로 끝날만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설되고나면 수십년간 이용했던 그간의 추억이 한순간에 사라지기에 아쉬움도 더하고,
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기에 이전 직후엔 한동안 크나큰 혼란이 올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리모델링만으로는 버스터미널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이용객이나 버스기사 분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더 나아가서는 도시의 발전과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이전은 꼭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모든 먼지를 털고 멋진 모습으로 꽃피울 날이 올 수 있을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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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치유(治癒) 작성시간 08.11.28 맥시멈님의 전주터미널 기행은 언제일까 꽤나 오래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그 빛을 보는군요..(감격) 한창 고속터미널 앞 공사중일 때 찾아가신 모양이네요. 저 앞에는 고속버스들이 보통 주유하는 주유소가 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는 버스와 하차장에 대려는 버스, 그 앞에 줄지어있는 택시, 승용차 등등해서 주말에는 정말 장사진을 이룹니다.(이럴때만큼은 바로 앞에 커다란 길이 뚫려있는 대전같은 곳이 정말 부럽습니다) 표 파는곳도 심할때는 문 밖에까지 줄을 서 있는 경우도 있구요. 전주가 점차 서쪽으로 팽창하고 있는데 터미널은 그대로니 너무나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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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자코2 작성시간 08.11.28 택시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중나온 승용차들 골칫거리입니다. 버스진입로 근처에 죄다 몰려있지요. 교통혼잡의 일등 공신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승용차들 대문에 버스들이 신호받고서도 좌회전을 못하더군요. 이동동선을 바꾸기도 곤란하고 여튼 대책 마련하기가 참 복잡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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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Maximu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11.28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3분 이내로 즉각 들어오는 고속버스 차량들, 터미널 승객들을 맞이하러 나온 차량들이 뒤엉키는데다 신호까지도 확실하게 갖춰지지 않아 굉장히 혼잡하더군요. 뭐 그래도 시외버스터미널보다는 상황이 나았습니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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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HUNG NAM EXPRESS』 작성시간 08.11.29 비좁은 공간, 호객행위가 심한 택시들, 불필요하고 복잡한 동선은 전주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그지좋지 못한인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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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빛고을 작성시간 08.11.30 좋은 기행문 잘 봤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고속터미널의 낙후성을 지적하시면서 '금호의 방해때문에,,,'라고 하셨는데 몇년전에 전주시에서 고속+시외버스터미널 통합이설계획을 추진할 때까지만 해도 금호는 이설을 원했었지만 시외터미널 사업자인 전북고속이 반대해서 무산되고 두 터미널을 모두 리모델링 하는 선에서 절충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사실 작년말부터 시작되어서 올해 마무리된 리모델링도 어찌보면 두 터미널의 통합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지역여론을 무마하는 선에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는 것이 제 사견입니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꼭 통합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