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경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여주, 양평, 가평, 연천은 아직도 군으로 남아있다.
그 중 가평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으면서도 발전이 덜 되었는데,
'북한강' 덕분에 수도권이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가평군의 중심지인 가평읍은 아무리 둘러봐도 강원도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
읍내 자체가 워낙 좁고 복잡한 탓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주변에서 배어나오는 느낌이 강원도 군 지역들과 흡사하다.
커다란 산들이 사방에 둘러싸인 구조여서 읍·면의 면적도 크고,
산과 계곡, 강이 어우러지는 수려한 풍경까지... 모두 강원도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서울과 가까워 주말에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가평을 관통하는 경춘선이 복선전철화되어 몇 년 후면 전철도 들어오게 된다.
지금도 가평터미널에는 30분 간격으로 청량리를 오가는 광역버스가 다니고 있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가 지척이지만 엄연히 수도권임을 입증하는 곳이다.
가평터미널은 가평읍내 중심에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진 위치에 있다.
애초에 읍내가 형성될 떄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아주 오래된 터미널이지만,
몇 년 전에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생각보다 그리 낡아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역 중심치고는 터미널 규모가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평터미널 승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오히려 건물보다 더 넓어보인다.
비록 터미널 규모는 무척 작지만, 춘천-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5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이다.
터미널 뿐만 아니라 읍내 전체적으로 시간이 멈춰진 듯한 느낌인데,
터미널 주변도 예외가 아닌지라 주변에 3층 이상의 높은 건물을 찾기가 무척 힘들다.
가평터미널의 내부는 사람이 비어있는 법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주말 관광객 수요가 굉장히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비록 읍내 인구가 18,000여명에 불과해 터미널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주말만 되면 남이섬으로 놀러가는 연인들과' MT족'들로 인해 몸살을 앓을 정도다.
교통카드 보급만 되지 않았더라면 저 매표소도 사람들 등쌀에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시외버스까지도 교통카드가 보급된 탓에,
터미널에 사람이 꽉 채워져 있어도 왠만해선 길게 줄이 늘어서는 법이 없다.
경춘가도 라인에 자리잡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교통 입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 수원, 의정부-포천, 천안, 안산, 고양, 오산-송탄-평택 등등 수많은 행선지의 버스들이 운행된다.
산, 계곡, 강을 모두 끼고 있기 때문에 가평의 주말 나들이 수요가 상당한데다,
아직 수도권-춘천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뚫리지 않은 까닭에 춘천가는 대부분의 버스가 가평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수도권임에도 9,000원이 훌쩍 넘는 등 시외버스의 요금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시간표를 바라보면 서울-춘천의 중점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는다는게 느껴진다.
인구가 채 2만명도 안되는 소읍 터미널임에도 불구하고,
인천행이 40~50분 배차로 운행되고 수원행과 부천행이 12회, 화정행과 오산-송탄-평택행 10회, 의정부행 7회,
심지어는 강남(센트럴시티)행 고속버스과 천안행 시외버스도 하루 6회 운행하고 있다.
경춘가도에 있어 수도권과의 연계는 무척 훌륭하지만,
천안을 제외한 비수도권으로는 전혀 연계가 되지 않는다.
가평읍내가 춘천에 생활권을 두는 덕택에 춘천에서 환승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가평군의 폐쇠적인 구조와 배후수요 부족도 한 몫 할 것이다.
아무리 가평이 관광으로 유명한다 한들 먼 지방에서 이곳까지 주말나들이를 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
그 덕분에 가평터미널은 절대적으로 수도권에 모든 것을 의존한다.
서울에서 MT를 위해, 데이트를 위해, 가족여행을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경춘선 열차과 시외버스로도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1330-2,3번 광역버스까지 운행하고 있다.
광역버스, 시외버스가 워낙 발달한 탓인지 가평군 시내버스 시간표는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미 1330번 시리즈가 7개의 지선을 통해 가평관내 구석구석으로 연결해주고 있어,
실질적으로 1330번이 시내버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시내버스 배차간격이 상당히 안 좋다.
가평 내에서 가장 교류가 많은 가평-청평의 경우엔 시외버스까지 합세해,
가장 수요가 많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운행횟수가 하루 열 번을 넘지 못한다.
오히려 시외버스, 1330번이 모두 들어가지 않는 남이섬행 시내버스 횟수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평터미널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차량이 시외버스 또는 광역버스 차량들이다.
물론 이마저도 중간 경유차량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오히려 1330번의 본거지 역할을 하는 청평의 규모가 훨씬 클 정도다.
터미널 규모도 작고 주차된 버스의 댓수도 상당히 적지만,
승차장만큼은 항상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거의 대부분이 춘천을 오가는 시외버스의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승강장의 구조는 주차하기 유리한 지그재그가 아니라 버스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일자형이다.
작년에 올 때만 해도 시내버스 승강장은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터미널 한 구석에도 시내버스 승강장이 따로 생겼다.
하지만 대성리, 설악 등 몇몇 지역은 아예 가평읍내에서 전혀 연계가 되지 않고,
그나마 운행하는 것들도 죄다 배차간격이 1시간을 넘어간다.
그래서 시외버스와 광역버스가 드나드는 승차장에 비하면 시내버스 승강장은 너무나 한적하다.
처음 터미널을 방문한 사람들은, 터미널이 왜 이런 골목 한가운데 있나 생각할 것이다.
허나 읍내 곳곳을 다녀보면 그나마 이 곳이 적합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읍내 자체가 워낙 발전이 안되다보니 2차선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만 하다.
큰 도로가 아예 없기 때문에 그나마 경춘국도와 가까운 지금의 위치가 그나마 적합하다.
게다가 가평역과도 도보 3분거리에 있어 열차와의 연계도 잘 되니...
터미널만 방문한 사람들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위치 하나만큼은 제대로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좁은 골목 사이에 자리잡은 터미널.
비록 유동인구도 적지만 가평군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터미널.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복잡함이 아닌 한적함이 느껴지는 곳.
수도권이지만 전혀 수도권답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곳.
가평터미널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존재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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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날쌘돌이 작성시간 08.12.03 ^^제3야수교에서 운전병교육을 받던(94년)때에도 터미널은 이 자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어제 버스여행을 하면서 수원-춘천간 이용한 진흥고속을 타고 잠시 1분정도 들렸지요. 사진으로 다시보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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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부산태진아 작성시간 08.12.03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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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진시내 작성시간 08.12.03 의정부 방면 요금표에 '자작리'도 표기되어 있는 걸 보니 예전엔 자작리(아마도 6군단앞인 것 같습니다.)에도 직행버스가 정차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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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YONGCEL 작성시간 08.12.04 남이섬, 방하리 시간표는 종이로 붙여서 고친 게 표가 나는데요. 몇년전에 비하면 거의 배로 늘어난거죠.. (남이섬은 수요가 많아서라지만, 방하리가 왜 4회에서 8회로 늘어났는지는 미스테리입니다.. -_-) 그리고 저 군내버스들을 타보시면 아시겠지만, 몇몇 노선들은 운행횟수를 더 줄여도 뭐라 말 못할 정도로 첩첩산골로 들어가죠...(경기도 같지가 않은 마을들..) Maximum님이 서두에 말씀하셨듯이 지형적으로 강원도와 흡사하여 인구 밀도가 떨어지다보니 군내버스 운행횟수도 강원도급이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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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YONGCEL 작성시간 08.12.04 그리고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도 시행 이전에는 요금인상시기의 차이로 인해 약간 다른 결과일 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같이 운행하는 '청평-가평', '청평-현리', '청평-설악', '설악-유명산입구' 구간은 시내버스(군내버스)가 시외버스보다 대략 100원정도씩 요금이 더 비쌌었죠. (좌석>군내>직행 의 요금순) 직행표를 끊었다가 시내버스나 좌석버스가 먼저 와서 타려면 추가금을 내야했던 웃기는 추억이.. 서울이나 가평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1330번들이 너무너무 저렴하지만, 그 손해를 (단거리를 타더라도 좌석요금 다 내야하는) 가평군민들이 어느 정도는 대신 메꿔주고 있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