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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나눔

2015. 11/25 군산 외항 밤바다를 보고서 쓰다

작성자향토(전북)|작성시간20.01.14|조회수246 목록 댓글 2




 

오늘날 군산의 바다 / 수봉  배달메

 

 

낮에도 자느라 눈이 자주 붓던 우리의 바다가 언제부턴가 저리 서서 밤새도록 출렁인다

이젠 군산의 바다도 가난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처럼 방바닥에 등 붙여볼 날이 없다

이미 20세기 초에

밤에도 서서 출렁거려야 함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측은하여 해달 별들이 흐느끼는 때도 있건만

가난으로 어머니가 우실 때 담뱃대 빨며 곰곰이 생각에만 잠기시던 우리들 아버지처럼

우리의 바다도 오직 생각에만 잠긴 채, 결코 울지 않고 그저 파도만 친다

 

탓하지도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터 닦은 채, 내쫓지 않고 오는 것마다 불철주야 모두 품어준다

홍수 때면 토사구팽 당한 폐수와 오물이 산더미처럼 몰려와도 모두 사위처럼 맞이한다

제 마당인양 수백 척의 배들이 횟집 조리사가 생선의 포를 뜨듯 마구 돌아다녀도

그들에게조차 절대 탓하는 법이 없다

 

살점 뜯기면서도 젖부리 물리며 7, 8명의 자식들을 키웠던 우리들의 어머니들처럼

평생토록 뜯기면서

새우를 키우고, 고래를 키우며, 산호초와 미역, 다시말 키운다, 모래와 섬들도 가꾼다

우리 조상들이 수한壽限을 채우지 못하고 떠난 걸 알면서도

폐수와 오물을 몸소 다 마시며, 생명체 무생명체 모두를 기른다

가시는 자신이 드시고 고기만 발라 먹이던 보름달 미소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손발톱이 문드러지고 오장육부가 썩어가면서도 군산의 바다는 훤하게 우리를 먹인다.

 

 2015. 11/25  군산  외항 밤바다를 보고서 쓰다

* 위에서,

발라 먹이다: ‘가시를 제거하고 고기를 먹이다’ 의 뜻(주로, 군산의 어른들이 쓰는 말)



 *상기 시는 본인 수봉 배달메의 자작시로서 2년전 모 고등학교 3학년 국어시험에 나왔던 시입니다

상기 시는 바다를 소재로 한 시이지만, 우리 옛 부부들(부모님들)의 생활상이 그려진 시로

우리 바다의 삶도 인간의 삶과 같음을 시사했지요.

그러니 우리의 부모님처럼 여러 어려운 삶을 겪으면서도 우리에게 먹이를 주어 우리를 기르는 바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겠으며, 또한 그러한 바다에게 함부로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요.

그럼, 음악도 나오니, 음악과 함께 아래 군산 밤 바다를 감상하세요~~~

 

아래는 군산의 여명(20 여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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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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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네잎클로버(전주) | 작성시간 20.01.15 올려주신 글 보며 생각합니다
    시간은 어느새 살과 같이 가버리고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도 나이 들어가고 있네요

    20년전의 군산과 오랜만에 듣는
    좋은 노래도 감사히 잘 듣고
    보고 갑니다.

    향토님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향토(전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1.16 빵긋! 그랬군요
    반갑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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