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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의 와인이야기> 007의 와인

작성자Jung_In|작성시간11.07.05|조회수200 목록 댓글 8


 

넘치는 자신감,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 끊임없는 여성편력, 조금은 동물적이기 까지한 남성적 매력, 언제 어디서나 잃지 않는 뛰어난 매너, 그리고 놀라운 식도락적 감각과 문화적 박식함.

 

암호명 007의 James Bond를 수식할 수 있는 수식어 들이다. 또 하나 나에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제임스 본드의 와인들이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영국 작가인 ‘이안 플레밍(Ian Fleming)’에 의해 탄생된 James Bond.


그 첫번째 영화 시리즈인 닥터 노(Dr. No, 1953)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후, 그가 입고, 타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매력적인 남성상을 갈구하는 미국의 남성들에게는 자아실현과 사랑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숙독해야만 하는 교과서적 지침이 되었다. 실제로 영화 이후, 닥터 노와 본드의 대결에서 거론되어지는 돔 페리뇽(Dom Perignon) 은 그 소비가 치솟았고, 이후에 자사상품의 출연을 위한 관련업체의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원작인 플레밍의 책에 의하면, 본드는 그의 상사인 M과 달리 레드와인보다 샴페인을 선호한다. 특히, 고급샴페인의 대명사와 같은 돔 페리뇽은 가장 많은 출연 횟수를 자랑하고 있다. 타탕제 블랑 드 블랑(Taittinger Blanc de Blanc)은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러시아에서 온 사랑(From Russia With Love)’에서도 본드가 즐겨 마시는 샴페인으로 두 차례에 걸쳐 등장한다. 1973년도 발표된 영화 ‘Live and Let Die’ 이후부터는 ‘볼링저(Bollinger)’ 샴페인이 전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후 볼링저를 마시는 본드의 모습을 적어도 8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시대적 분위기로 최근 개봉작 ‘Die Another Day’ 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비판의 소리와 함께 조기종영된 곳이 많다고 들었지만, 이번 영화에도 그의 심볼과 같은 공식 와인인 ‘Bollinger Champagne’ 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본드는 그 외에도 최상급의 보드카 마티니와 같은 다른 종류의 음료도 즐긴다.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할 때 항상 말하는 ‘잘 흔들되 젓지는 않는 (shaken, not stirred)’ 는 지금도 유명한 대사로 회자되고있다.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 – 돔 페리뇽

오늘날 샴페인의 생산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17세기 프랑스 수도사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은 샴페인으로 유명한 모엣 샹동(Moët et Chandon)사의 탑 라벨이다. 1920년도에 탄생한 이 샴페인은 여느 명품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미국현지가격 100불을 호가하는 고가이다.


영화에서의 첫 등장은 ‘Moonraker’ 에서 제임스 본드가 46년산을 두병 마시면서 부터이다. 이 돔 페리뇽 (Dom Perignon) 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는 숀 코네리라는 평이다. 영화 '닥터 노' 에서 제임스 본드가 1955년산 돔 페리뇽 병으로 자신을 내리치려 하자, 닥터 노는 ‘그 좋은 와인을 그냥 그렇게 버리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다’ 고 말한다. 이에, 본드는 ‘나는 53년산을 더 좋아한다’며 답한다. 이 53년과 55년의 빈티지는 ‘Thunderball’ 과 ‘Goldfinger’ 에서 각각 다시 등장한다. 이 두 빈티지와 더불어 ‘you only live twice’ 에서의 59년 산 역시 훌륭한 빈티지이다. 참고로 마릴린 몬로 역시 1953년산 돔 페리뇽 의 팬이었다고 전해진다.


영화에서의 본드의 샴페인 선택이 모두 훌륭했었던 것은 아니다.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에서의 57년산 돔 페리뇽은 형편없는 빈티지였다. 이후 작품들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신중한 선택의 노력이 여실히 나타나는데, ‘The Man with the Golden Gun’ 에서의 1962년산과 64년산이 훌륭한 예다. ‘The Spy Who Loved Me’에서 제임스 본드는 ‘누구든지 돔 페리뇽 52년산을 마실 줄 아는 이는 악당일리 없다’ 라고 말한다. 1952년 역시 최고의 샴페인이 만들어진 해이다. (*1)


제임스 본드의 음식과 와인에 대한 박식함은 단순히 그의 멋진 신사적 이미지 형성 요소로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위협받는 그의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1971)에서 본드는 ‘Ch. Mouton Rotchild 1955’ 를 테이스팅 하며 이 유명한 특급 보르도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두 명의 웨이터가 위장한 암살자들인 것을 알아차린다.


‘러시아에서 온 사랑 (from Russia with Love)에서는 그가 터키산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낯선 영국정보요원이 그의 생선요리와 함께 ‘끼안티(Chianti)….., 붉은 종류로’ 라고 주문한 것을 늦게 알아차리고, 그가 이중 첩보원인 것을 파악하게 된다. (* 2)

이러한 제임스 본드의 탁월한 식도락주의가 단순히 아름다운 본드걸들을 유혹하거나, 한계가 없는 그의 은행계좌를 과시하려는 의도만으로 본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의 이러한 미식가적인 성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을 혼자서 여행할 때, 좋은 와인과 함께 하는 그의 식사는 언제나 하루의 휴식이며, 기대할 만한 좋은 일이다. 또한, 급하고 위험하게 흐르는 하루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안락의 시간인 것이다.’

007, 그가 창조하는 식문화는 더 이상 그를 꾸미는 사치스런 악세사리가 아니다. 과시적이고 겉도는 제스처로 인물을 꾸미는 일련의 영화들과 견주어 볼 때, 주인공의 세련된 취향과 문화적 감각을 완벽에 가까운 전문가의 수준으로 연출해 낸 007 창조자들의 감각있는 식도락적 취향에 찬사를 보낸다.

 


 

글 :태은지 LA VIE D'OR (라비도르) 2004년 2월호

 

 

 

(ET) * 1.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 내는 스파클링 와인이랍니다. 스페인에 DO법이 존재해 농산물등의 원산지를 표기하여 보호하는 것과 같이, 프랑스에도 AOC 란 법이 있어서 샴페인이란 이름은 법으로 보호가 됩니다. 그러니까, 샴페인을 주문할때 굳이 프랑스산 이란 얘기는 할 필요가 없겠죠? 즉, 샹파뉴에서 나지 않는 샴페인이란 존재하지 않거든요. 

 

 

* 2.  끼안티는 이태리 투스카니 지방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화이트 끼안띠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본드와 같은 교육을 받은 MI 6 요원이라면, '끼안띠 레드로 주세요..',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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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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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ed kim | 작성시간 11.07.06 7년전 황금빛 인생에서 기고한 글이 저희 카페에서 진짜 황금빛, 아니 와인 빛으로 살아나고 있음!! 007 영화의 숨은 와인 이야기를 이제사 나도 쬐끔 알겠네!!
  • 작성자jose | 작성시간 11.07.07 성당멤버들과 즐겁게 와인마셨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와인모임 있으면 마드리드로 달려가겠습니다
    연락주세요. 686 182 035
  • 작성자빨강머리 | 작성시간 11.07.10 화려한 액션씬들을 보느라 관심조차 갖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알고 보니 이런 세심한 장치들이 있네요. 그나저나 이런건 어떻게 다 아세요?
  • 작성자Jung_I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7.16 제가 그냥 관심이 좀 있어서요 ^^;;
  • 작성자세실리아 | 작성시간 11.08.01 그냥 흥미로 보았던 영화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와인을 좋와 하지만 이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신 분은 좋으 시겠어요, 감사이 잘 읽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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