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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농업직 1년 후기와 앞으로의 행보 고민..

작성자달래장아찌|작성시간24.10.20|조회수753 목록 댓글 39

안녕하세요. 작년 지방농업9급 합격 후 근무중인 사람입니다.

내일 월요일 출근해야되는데 잠이 안오고 밤 12시인데 고민이 많아 글을 씁니다. 먼저 어떻게 버티셨는지 선배님들이 너무 존경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사실 저는 공부할때만 해도 합격만하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여기가 내 집이다 생각하고 야근을 밥먹듯이해서라도 버티겠다, 요즘 퇴사하는 젊은 공무원들보다 멘탈강하게 더 독하게 버티겠다는 등등 합격만 하면 어찌되었던간에 무조건 버티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냐면. '내가 어떻게 공부했는데, 공부할동안 내가 힘들고 외롭고 버텼던 과정을 생각하자, 아무리 힘들어도 초심을 잃지말자, 업무를 진행하는데에 있어 힘들때마다 나의 수험기간동안의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신규 때 첫 출근 했던것 같습니다.

 

작년만 해도 신규공무원들이 퇴사한다 이런 뉴스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작년에 신규때 신규공무원들은 업무 강도가 약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첫 출근부터 업무분장표에 나와있는 저의 업무를 보면서 업무를 익혀야만 했습니다. 농업직은 면사무소 중에 가장 바쁜 사람이고 가장 늦게 퇴근할수 밖에 없으니깐요. 전임자는 인수인계서 한글파일로 남기고 가고, 보면서 하라고 하는데 그게 머리속에 당연히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옆에 앉아서 가르쳐줘도 수험생활하다온 공시생이라 그런지 머리속에 안들어 왔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업무들을 한글파일 몇쪽에 다 담기지 않습니다.

 

지금은 사실 진지하게 고민중에 있습니다. 다른직렬을 한번 도전할지, 아니면 다른 진로로 가볼지를요.

왜냐하면 농업직은 6급 팀장달아도 힘든것을 옆에서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산업팀장님도 연차가 되시는 6급이신데도 야근 계속하시고, 민원도 받고 험한말도 듣고, 협박당하시고, 일도 많으시고 힘드십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니, 퇴직할때까지 민원받고 욕듣고 야근할 자신이 없습니다..

 

작년에도 재해가 많았지만, 이번년도 재해도 너무많았습니다.

언론 미디어 뉴스에서는 특정지역만 피해 뉴스나오는데, 사실 농촌지역은 모두 다 입니다. 특정 계절도 12달 매달 재해입니다. 계절재해도 있지만 병충해도 재해니깐요.

지역 면마다, 또 그 속에 리 마다 피해접수가 무지 많습니다. 피해를 입든 안입든 간에 이장님들은 마을에서 욕먹기 싫으니까 마을주민보고 피해접수 하라고 방송을하시니 마을사람들 모두 오십니다. 그렇게 해서 저 혼자 1000명넘는분들의 각종 재해, 병충해, 농기계, 보조지원금등 접수받고 있었는데 접수가 제일어렵습니다.

"대신 써달라, 젊은사람들이 노인네들을 왜 시키냐, 공무원이 이걸써야지 왜 주민들이 이걸 써야하냐, 몇푼 되지도 않는거 드러워서 안받겠다(상위 기관에 민원제기), 이걸 해줘야지 그럴려고 그자리에 앉아있는거아니냐" 등등 싫은 소리 엄청합니다.

못들은척도 해보고 그냥 무시하려고 애를쓰지만 면전에다 욕하시거나, 손이 올라가는 모션을 취하거나, 신청서를 집어던지시는 분들은 너무힘듭니다.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오는게 아니고, 심사거쳐서 돈이 들어가는데 일단 접수는 받을수 밖에없습니다. 못받으신분은 "내가 이 고생해서 여기까지와서 개고생만 시키고 돈도 안주고 이럴거면 부르지마 싸-가지없는" 라고 소리치고 가셔도, 또 다음달 다른 피해 접수때, 다른 보조지원금 신청때 오시고 그 분을 또 상대해야됩니다. 정말 단점이 그렇게 쎈분들은 계속해서 각각 건수대로 접수 신청할때마다 볼수 밖에없습니다...ㅠ

 

그리고 목소리가 커야됩니다. 수십명이 방문했을때 제 목소리가 묻힙니다. 면사무소 내에서 제 목소리만 들릴 정도로 제일 커야됩니다. 신규때 목소리가 작았는데 지금은 조금 발성이 되곤 있지만, 하두 크게 말할려다 보니 가끔 목소리 삑사리나서 쑥스럽습니다. 

 

저번주에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먹는데 저희 테이블에와서 벼멸구 피해 어떻게 되냐고 막 소리를 지르시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 자리에서 토할뻔하고 체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끔씩 헛구역질도 나와서 그럴때는 화장실로갑니다. 헛구역질할때의 소리때문에요.

 

아직도 직업 정체성이 혼동됩니다.

[나는 주민분들이 혜택받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있는데, 왜 내가 쌍욕을 먹고, 손찌검을 당할뻔하고 이런취급을 당해야되는건가..?]

스트레스받고 너무 힘든 탓인지 이빨도 갑자기 두개가 빠졌는데, 이 돈을 받으면서 이렇게 살아가야되는건지. 가족도 챙기고 나도 챙기고 싶은데 못챙기고, 불만석이면서 욕하고가시는 분들을 계속해서 도와줘야되는 이 직업이 과연 맞는건지, 내가 선택한길인데, 내가 사람답게 살고있는건지. 잠자리에 못들정도로 걱정하고 후회하고 고민합니다. 

 

지금은 도복피해가 아직까지 진행중에있고, 벼멸구피해도 하고있습니다. 여름 호우피해 접수가 끝나니 바로 이런 재해들이 계속오는거보면, 1년 12달 매달 재해업무를 하는것 같습니다...

보통 농업직은 이런 전체 농업관련 축산 산림포함 다 합니다. 지방농업직은.. 말그대로 농업을 총괄하여 일을하기 때문에 가축과 산림도 담당합니다.

 

사실 첫 달부터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싶었지만, 1년은 해보고 생각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1년 되어보니 같은 마음이어서 고민이고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되지않나 생각도 됩니다.

일은 늘어나고 고민은 깊어가고 잠은 안오고 해서,, 현직에 계신 선배님들은 어떻게 버티셨는지 존경스러우면서도 당장 앞으로의 제가 걱정되고 고민이라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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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내배는늘뽕냥 | 작성시간 24.11.04 달래장아찌 누구나 힘들어하는 고비가 있습니다. 그 고비를 지혜롭게 잘 버티나 못버티나 차이입니다. 어차피 어딜가든 다 힘듭니다. 오히려 공무원 조직사회가 훨씬 보호막이 있는 느낌입니다.
    2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고민많고 힘들긴합니다. 지금은 출근하면 일에 매진하고 퇴근하면 미래를 위해서 시간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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