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뒤늦게 탈증인을 결정했을때 수 많은 불면의 밤 중에 적어놓았던 산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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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
이제 고백하겠습니다.
돌아갈 길이 너무 멀었습니다.
수 없이 버리면서 걸어온 길, 버린 것들을 다시 줍기엔 어깨가 아픕니다.
간간히 스치는 바람, 흔들리는 잡초들속에서 제 마음도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심지를 더 깊게 박기 위한 아픔이라고
여겼습니다. 오랜 착각은 허무한 의지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고백하겠습니다.
갈곳이 없었습니다.
오직 그곳으로만 가려했던 날들, 그곳이 사라진다 해도 갈 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기루라 해도 그곳으로 간다고 소리쳐야 했습니다.
살아온 세월에 축축히 뭍혀온 내 젊음은 이제 석양에 시들고 있습니다.
석양의 끝에 연기처럼 사라질 허무가 있다 해도 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고백하겠습니다.
부끄러워 거울을 못 볼 지경이었습니다.
아닌 척, 안 그런 척, 모르는 척, 지난 날들의 가면이 제 얼굴에 씌여져 있었습니다.
아무도 갖지 못한 꿈을 제 것인양 우쭐하였습니다.
거짓 웃음과 거짓 충성과 거짓 사랑으로 타인을 설득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에 저의 가면으로 뜨거운 화상을 입혔습니다.
그 어떤 희생과 단절과 아픔이 있다 해도
저에겐 모든 걸 버린다 해도 반짝거릴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석양을 뒤로 하면 언젠가 새벽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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