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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직선 _ 행9:1~16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05.10|조회수143 목록 댓글 2

1.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스승 ‘가말리엘’에게 배웠고,(행22:3) 그리스 문명과 문화로 융성한 ‘다소’(Tarsus)에서 나고 자랐으니까요. 사울은 정통 유대인이었고, 그리스 세계에도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사울이 아는 것이 사울의 진리였습니다. 사울의 앎은 교육과 경험으로 이미 증명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행9:9)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둘러’ 비친 후에 또렷하게 보이던 세상이 보이지 않습니다.(행9:3) 빛이 비추었는데, 사울은 볼 수 없습니다.

 

배웠다고 아는 게 아니요,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보는 게 아닙니다. 

 

 

 

카라바지오, <바울의 회심>, 1601년

 

 

2.

 

사울은 사흘 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흑암이 사흘 동안 사울을 덮었습니다. 아니, 흑암이 덮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빛이 비추자, 이전에 보았던 것이 흑암임을 깨달았습니다. 참빛이 사울을 두르자, 가말리엘에게 배운 것과 다소에서 경험한 것이 얼마나 어두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확신이 미망으로 바뀌는 순간, 사울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시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갑니다.

 

사흘은 장례의 시간입니다. 옛 유대인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오진할 수 있다 여겼습니다. 호흡이 멈추고 사흘이 지나야 완전히 죽은 사람이라 판단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실 때, 죽은 지 나흘이 되도록 기다리셨던 이유입니다.(요11:6,17)

 

흑암의 72시간을 보내며 사울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확신에 들떠있던 이전의 사울은 사실 흑암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입니다.(창1:2) 참빛에 둘러싸인 지금, 사울은 자신을 둘렀던 흑암을 직시하고 있는 겁니다. 사울은 맹인으로서 맹인을 인도했던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마15:14)

 

이전의 잘못된 확신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사울은 ‘기도하는 중’입니다.(행9:11)

 

3.

 

어둠은 빛을 포위하고, 빛은 어둠을 찢습니다. 어둠에 둘러싸여도 빛은 갇히지 않습니다. 어둠의 두께가 얼마 만큼인지, 어디쯤에서 어둠이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빛이 가는 길은 직선입니다.

 

빛을 경험하기 전에도 사울은 직선이었습니다. 칼 같은 직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가는 곳에서 사람들은 죽고, 결박당하고, 결박당한 채 죽어야 했습니다. 사울은 차가운 직선이었습니다. 사울을 확신케 했던 것이 빛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빛은 직선이되 따뜻합니다. 칼도 직선이요 빛도 직선이지만, 칼과 빛은 온도가 다릅니다. 칼 같은 확신으로 사람을 죽이고 잡아들이던 사울이, 미망 속에 길 잃은 사람을 위해 ‘큰 근심’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을 감내하며 기도합니다.(롬9:2)

 

잘못된 확신에서 벗어나 기도하는 중,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박해했던 예수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가 사울에게 보였습니다.(행9:16)

 

4.

 

우리가 가야할 길,이 맞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다만, 가는 길에 고난이 있을 것이고, 지금 근심과 고통으로 기도하고 있다면, 길 위에 있는 게 맞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허청거리지 않고 꼿꼿하게 가겠습니다. 빛처럼 가겠습니다. 따뜻한 직선으로 빛처럼 가다보면, 어둠을 품고 있는 빛을 만날 것입니다. 캄캄한 이 세상, 어둠에 포위된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일진대, 제 아무리 두꺼운 흑암이라도 하나님의 빛 속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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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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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5.10 공구상가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립니다.

    확신보다 미망이 복인 줄 알고 조심조심
    훨훨 갑니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예배당을 빌려주기로 결단하신 지음교회 식구들에게 미리 감사 인사 올립니다.

    거기에서 더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짠쭉 | 작성시간 15.05.17 힘내세요~홧팅^^!♥ '' 글에 포함된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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