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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하고 이상한, 그래서 거룩한 계약 _ 창15:1~21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2.11.17|조회수120 목록 댓글 9

계약은 쌍방 간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엔 두 개의 도장을 찍습니다. 하나님과 아브람이 계약을 체결코자 합니다. 부동산양도계약입니다.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를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인의 우르에서 이끌어낸 여호와니라 그가 이르되 주 여호와여 내가 이 「땅」을 소유로 받을 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창15:7~8)”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땅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시자, 아브람이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요청합니다. 하나님께서 응하시며, 계약서를 가져오라 하십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위하여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가져올지니라 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가져다가 그 중간을 쪼개고..(창15:9~10)”

 

옛사람들은 계약을 맺을 때 짐승을 이용했습니다. 짐승의 몸을 반으로 쪼개고는, 계약을 맺는 쌍방이 함께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가는 것으로 계약서의 서명을 대신했습니다. 누구라도 계약을 어기면 쪼갠 고기처럼, 자기 몸이 쪼개져 죽어도 된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지요.

 

이제 서명할 차례입니다. 아브람과 하나님이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감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면, 아브람은 하나님에게 땅을 받을 것입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에게 땅을 양도 받는 조건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었습니다(창15:6). 이상한 계약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에게 ‘믿음’을 지불하고,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땅’을 내주십니다.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 거래입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에게 주는 것은 사실상 없고,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너무 큰 것을 주십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옵션 조항이 있습니다.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사백년 동안 그들을 섬기”겠고 “네 자손은 4대 만에 이 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껄끄러운 옵션이 첨부됩니다(창15:13~16). 아브람의 ‘믿음’이 400년 동안 지속되는지 보시겠다는 것입니다. 4대에 이르도록 아브람의 ‘믿음’이 전승되는지 보시겠다는 것입니다. 4대 400년은 그 시간 자체가 장구할 뿐만 아니라, 노예로 살아야하는 고단한 시간입니다.

 

아브람은 하나님께서 추가하신 옵션 조항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브람 자신만의 것이라면 모르거니와 자손들의 일을, 그것도 4대손의 일을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어느 아비가 땅을 얻기 위해 자손들을 선뜻 노예로 내줄 수 있겠습니까? 아브람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습니다. ‘해 질 때’에 추가된 옵션 조항 때문에 ‘해가 져서 어두울 때’가 되도록 아브람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습니다(창15:12,17).

 

그러나 이 계약은 성사되어야 합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에게 ‘믿음’을 지급하고,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땅’을 양도하는 계약은 성사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과 그 자손들에게 꼭 ‘땅’을 주고 싶습니다.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 연기 나는 화로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더라(창15:17)” 횃불은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쪼갠 고기 사이로 하나님만 지나가십니다. 하나님께서 이 계약을 전적으로 책임지시겠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아브람과 그 자손들이 계약을 어겨 ‘믿음’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몸이 쪼개진 짐승처럼 둘로 쪼개져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계약을 어겨 ‘땅’을 주시지 않아도, 하나님의 몸이 쪼개진 짐승처럼 둘로 쪼개져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갑이면서 동시에 을이 되셔서 계약서에 서명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시겠다는 것입니다.

 

아브람의 ‘믿음’은 전수되지 않을 것입니다. 4대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믿음’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땅에 계실 때에도 모세의 ‘법’에 매인 사람들은 아브람의 ‘믿음’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몸이 십자가에서 쪼개져야 했습니다. 우리의 ‘믿음’없음을 하나님께서 책임지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고단한 시간을 통과할 때 변색되고 심지어 사라져버리지만, ‘땅’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양도됩니다. 사람은 하나님에게 ‘믿음’을 끝까지 지급하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사람대신 자신의 몸을 쪼개시고, 사람에게 ‘땅’을 양도하십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땅’을 살게 됩니다. 이것이 ‘구원’입니다(창12:1). 구원은 전적으로 ‘선물’입니다.

 

오직 ‘믿음’만을 지급하는 불평등한 계약, 옵션에 망설여져 서명하지 못했음에도 그 ‘땅’을 양도받는 이상한 계약을 여러분에게 중개(仲介)하려 합니다. 우리에겐 겨자씨만한 ‘믿음’도 없어 하나님께서 주실 ‘땅’을 받을 자격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의 의무불이행을 책임져 주십니다. ‘불평등하고 이상한 계약’을 우리를 위해 기꺼이 맺으십니다. 판매자가 소비자를 대신해서 값을 치르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내주는 거룩한 불공정 거래를 통해, 우리는 구원의 ‘땅’을 양도받게 될 것입니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수14:12)”

 

 

 

첨부파일 121118_민들레주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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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굿세라 | 작성시간 12.12.01 아브람이 쪼개지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불길한 느낌의 솔개가 새의 사체에 앉아 하나님과 아브람사이의 언약에 작은 상처를 내는 것같고...해질 때 잠든 아브람에게 흑암과 두려움이 임합니다. 아브람이 미리 뭔가 불길한 일이 있을 것을 느끼기라도 하듯이요...그러고 나서 하나님이 바로 객이 되리라 하시고...이후 17절 횃불이 쪼갠 고기사이로 지나가시며 이 언약이 마무리가 되지요...
    저는 소설을 많이 읽어 그런가, 아님 범죄 미국드라마 애청자 였어서 그런가 자꾸 위의 느낌으로 해석이 됩니다.
    그런데 성경책 아래 주석이나 IVP성경주석을 보아도 뚜렷한 근거가 없고 지금까지 좀 명확하지 않게 이부분을 대하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4 3.창세기와 레위기의 저자를 모세로 인정한다면, 레위기의 제사법으로 창세기를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4.흐름을 보건대, 구집사님의 질문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11절을 불길한 전조로 결정하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성경에 나오지 않네요. 11절을 불길한 전조 혹은 예언의 복선으로 보기보다는, 제사 드리던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로 읽고 싶습니다.
  • 작성자굿세라 | 작성시간 12.12.01 한번 이렇게 생각이 되니 의혹만 커져서...ㅋㅋ 시원한 해석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4 5.창세기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시원한 해석은 불가능합니다. ㅜㅜ 특히 아브라함 이야기는, 기원전 2000년경의 상황들이고, 모세는 기원전 13세기 사람이어서, 모세와 아브라함 사이에도 시간적인 간격이 멀뿐만 아니라, 고대사에서 유대인의 선조들은 한미한 족속이었기때문에, 근거 자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6.좋은 대답을 찾도록 더 노력할께요. 좋은 질문 감사~ 오늘 인도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평안했습니다. ^*^
  • 작성자굿세라 | 작성시간 12.12.04 아! 레위기말씀이 있군요! 속이 다 시원합니다^^괜히 요 흐름만보고 .. 오비이락이라고 솔개까지 지나가버려서 이런 상상을 하게되었네요. 성경을 더 큰눈으로 읽고싶은 열망이 더 커집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앞으로도 궁금한사항 종종 질문할게요!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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