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꽃이 오종종 피었다.
"언니. 오늘 토론회 가는 날 아닌가요?" 하고 독서회 동생이
묻는다. 착각하고 집을 나선 모양이다.
"아이구 다음 주에 김미숙 수필가의 특강을 듣는 날인데 몰랐구나.
나선 김에 언니 보러 오너라." 했더니 시원스럽게 온다고 대답한다.
그녀의 애칭은 '무소유'다.
어리다면 어린데 늙은이처럼 무소유라고 하니 어울리지 않는다.
첫 생각과는 달리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무소유다.
나이답지 않게 중심이 딱 잡혀 있고 참 예쁘게 잘 산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그녀는 수다상의 독자다.
내가 사는 방법을 본 받고 싶다면서 따문따문 댓글을 단다.
닮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큰소리 친다.
쌓인 수다 보따리를 풀었다.
고갯방아를 연신 찧으면서 나처럼 살고 싶다고 비행기를 태운다.
특히 자식농사법을 닮고 싶다고 한다.
엄마가 즐겁고 행복하면 자식 농사는 저절로 대풍년이다.
그녀가 점심을 사 준다기에 나서는데 독서회 언니들이 접시를 들고 온다.
도서관 행사를 마친 후 떡잔치를 했는데 내 생각이 나서 들고 왔다며
수북하게 콩송편을 들고 왔다. 어찌나 고맙던지 접시를 일터에 두고 함께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떡배로 채웠단다.
진정한 무소유를 아는 법정스님의 후계자들인 두 행복녀는 수다도 소박하게
떨었다. 명품이야기.돈 버는 이야기는 없다.
오로지 어떻게 사는 것이 참행복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우린 지금처럼 쭉 살기로 했다.
반듯하고 알토란같은 그녀에게 뭐라도 주고 싶었다.
떡과 영양가 만점이라는 콩을 선물로 주어 보내니 내 맘도 뿌듯하다.
퀵이 도착한다.
건물주가 쑥떡이 맛있는 떡집이 있길래 한 상자 보낸다는 전화를 했다.
상자 속엔 동그란 쑥떡이 일렬로 줄 지어 앉아 있다.
먹음직스럽다.
고향 쑥들이 그립고 건물주의 직원 사랑에 목이 메인다.
고맙다는 문자를 넣은 후 주고 싶은 사람을 후다닥 떠올렸다.
이웃사촌 언니들이다.
도토리가 나오는 철엔 도토리묵을 만들어 가져다 주고
찌짐을 부쳐서 가져 오기도 하는 언니에게 수북하게 주었다.
엄마처럼 챙기는 언니에게도 주니 고급떡이라고 좋아한다.
내일 점심 함께 먹자고 한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으려고 여기저기 떡 소문을 냈다.
복지센터에 웃음치료사가 오는 날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폭신하고 달달한 빵을 사 들고 갔다.
올 때 마다 빈 손으로 오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듯 하면서도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진다.
웃음치료사는 사랑이 많다.
친정어머니가 편찮으실때 극진히 간호해 드렸다고 한다.
부모님같은 어르신들이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맘이 그득하다.
웃음치료사를 반기지 않는 어르신도 계셨다.
구순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는 박장대소하니 말괄량이처럼 여겨지는지
못마땅해 하면서 외면했다.
대놓고 나무라기도 했다.
그녀는 심리 자격증 취득자답게 마음을 잘 헤아렸다.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사랑하기도 했다.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 사랑한다고 하니 시나브로 빗장을 열었다.
사업 실패로 말문.마음의 문을 닫은 젊은 환자도 변화를 보인다.
웃음치료사는 그저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속 깊은 말로 감동을 준다.
문을 열어 놓아야 상대방 마음이 들어올 수 있으니 항상 열어 놓으라고 한다.
내가 즐겨 쓰는 마중물.너나들이다.
그녀는 늘 행복한 나를 교과서처럼 예를 든다.
"우리 어르신들. 관리소장님처럼 사시면 행복합니다.
보세요.늘 웃죠. 월급도 짜드리 많지도 않을텐데 드시라고 맛있는 것도
사오지요. 그런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하니 이구동성으로 맞다고 한다.
웃음치료사와 쿵짝이 맞아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드린 후에 내려 왔다.
선물받은 떡을 한 봉지 담아주니 집에 가서 남편한테 자랑한단다.
그녀의 순수함이 참 좋다.
웃음치료사의 강의 속에서 글감을 낚았다고 하니 궁금해 한다.
" 벽을 뚫으면 문이 되지요. 그대로 두면 영원히 벽일 뿐이죠."하니
문학소녀는 다르다고 심하게 놀라는 척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벽을 뚫어야 소통이 된다. 문을 만들어 드나들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벽일 뿐이다.
라디오에선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고 한의사가 말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되면 관계의 동맥경화증이다.
몸이 건강하려면 혈관이 좋아져야 된다고 한다.
마음이 건강하려면 벽을 뚫어야 한다.
오늘 하루도 피돌기는 팽이처럼 팽글팽글 돌았다.
제주도 돌담같은 하루를 갈무리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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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석순 작성시간 15.04.07 옴마야ㅎ관계의 동맥경화라~바람꽃님 정말 문학소녀는 달라도 엄청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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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바람꽃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4.08 ㅎㅎ 언니도 감성이 줄줄 흐르는 문학소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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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망개유은경 작성시간 15.04.10 언니~~~오랫만에 소식전하네요.무소유를 지나가면서 만나서 언니한테 갔다왔다는 얘길 들었어요.늘 같은곳에 늘 같은모습으로 계시니 언제든 들어올수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저는 친정엄마가 허벅지골절로 수술하셔서 저녁엔 퇴근하고 병원가는게 일상이 되었어요.올밤도 머리감겨드리고 얼굴씻겨드리고 로션발라드리고 돌아오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네요.어찌그리 야위셨는지.아프지않고 오래사셨으면하는 바램입니다.조만간 언니보러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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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바람꽃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4.11 아이구 그랬구나. 눈물이 난다. 울엄마도 다리.허리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지. 뱀한테 물려 허벅지가 허리보다 더 굵어져
병원에 오래 계셨고 다리도 수술했는데 아프진 않는데 힘이 없어 넘어진다고 하시더라.
이래저래 심신이 아플 우리 나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게 살자. 그래.보고 싶다.동글동글 망개처럼 예쁜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