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아이들과의 1000원 모아 점심 먹기~!
아이들과
점심을 같이 해먹습니다.
형우는 볶음밥을 먹자고 하고
태현, 의찬이는 짜파게티를 먹자고 합니다.
의견이 상충합니다.
제게 결정권을 주려 하기에
의견을 듣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의해나가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아이들에게 당장 배가 고프고
먹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형우와 대호에게
정 볶음밥이 먹고 싶다면
친구들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의찬이를 설득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태현이는 짜파게티 먹고파 하는 것을 고집합니다.
쉽사리 의견을 바꿀 것 같진 않습니다.
다른 조는 장을 보러 가고
이미 메뉴를 정해 요리를 시작한 곳도 있습니다.
그래선 안되는데,
마음이 좀 조급해집니다.
아이들에게
얘기합니다.
" 정하기 어려우면 다같이 슈퍼를 가서 메뉴를 한 번 직접 골라볼까?"
동의합니다.
다들 잠바를 입고
가까운 부임 슈퍼로 뛰어갑니다.
아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컵라면.
태현이, 대호, 형우는 짜장컵을 고르고
(태현이는 짜파게티에서 짜장컵으로 선택을 변경합니다.)
저는 육개장, 의찬이는 신라면 작은 것을 고릅니다.
라면을 사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쏜쌀같습니다.
누가 누가 더 빨리 돌아오는지
내기하듯이 빨리 뜁니다.
바닥에 둘러 앉아
라면 포장을 벗깁니다.
형우가 비닐 포장을 쉽게 벗기는 법이라며
밑둥 쪽의 비닐을 살짝 찔러 벗깁니다.
대호는 컵라면을 개봉하는 입구가 세 방향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신기해합니다.
형우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덮을 때 좋으라고 있는 것이라는
부연설명을 해줍니다.
이렇게 친구에게 작은 정보 하나라도
필요한 사람이기에
더욱 친하게 지내나 봅니다.
회계는 태현이 담당,
기록은 의찬이가,
형우는 물담당,
저와 대호는 음식준비 담당(김치 등),
설거지는 태현이와 형우(제가 보조),
뒷정리는 대호가 마무리해줍니다.
아이들 모두 역할에 대한 욕심이 많아
너도나도 하려합니다.
진짜 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자 과도한 경쟁은 사라지고
자연스레 할 사람 위주로 남습니다.
역할 분담이 한결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라면을 본격적으로 먹기 전,
미애 선생님이 청소년방에서
테이블을 가져와서 쓰면 편할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십니다.
덕분에 테이블을 가져와서
아이들과
훨씬 감사하고 편하게 먹었습니다.
라면은 다른 모둠이 물을 받고 난 후
물을 받았더니 정수기 물이 뜨겁지 않습니다.
그래서 면이 덜 익어 약간 딱딱했지만
형우는 그것도 잘 먹을 수 있고
맛있다면서 후룩쩝쩝 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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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으로 만드는 점심활동을
준비하면서 형우의 알 수 없는 고집과
때로는 독선적인 행동 때문에
조금은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동참해주는 대호까지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이 되었고
태현이와 의찬이는
먹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적절히 표현하기보다
눈치를 보는 것 때문에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의찬이가 점심먹을 때 모을 돈이 없다고 하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같이 먹기 싫다고 형우가 말합니다.
형우에게 의찬이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어떻겠냐 물어봅니다.
의찬이가 얼마나 섭섭하거나 서운할지
한 번쯤 생각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결국, 형으로서 의찬이를 위해
1000원을 내는 형우를 세우고 칭찬합니다.
의찬이에게 형우가 형으로서
의찬이를 거들어줬으니
고맙단 인사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말해봅니다.
의찬이가 멋쩍은 웃음과 함께
"형아, 고마워"라고 합니다.
형우가 "고마워는 반말 아냐?"라고 하면서도
서로 간에 즐거운 웃음이 피어납니다.
형우를 짧은 순간에 보았을 때,
장난이 심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의 심정이 어떠할지 한 번 물어보고 의견을 제시하면
그 순간에 당장은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내 곧 타인을 위해
자신을 숙일 줄 아는 아이입니다.
욕심을 한풀 꺾을 줄 알고
자제할 것은 자제하려 합니다.
표면적인 말이나 행동, 반응을 보고
형우를 밉게 생각하기에
형우를 접한 시간과 경험이 참 모자랐음을 느낍니다.
대호는
자기 주장이 약한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오늘 기록을 남길 때 보니
과정과 내용을 아주 충실하게 적을 줄 압니다.
공간이 모자라서 빽빽하게 적을 정도로
기억력도 좋고 글의 서술능력도 뛰어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주체로 세운 후,
이것을 구실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과업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이 1000원씩 돈을 모아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
쉽지만은 않겠지요.
아이들에게 99%를 하도록 하고 부족한 것은 거들어 주되
'늘' 그렇게 할 수 만은 없습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활동이나 본목적에 어긋나게 흘러가고 있을 땐
지금의 상황을
아이들 스스로 되짚고 판단할 수 있도록
거들고자 했습니다.
의견이 합의되지 않고 충돌이 일어날 때
아이들을 어떻게 거들어야 활동의 목적에 부합하게
흘러갈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오늘 시도해보았던 것은
의견이 맞지 않는 아이들끼리
의논해서 정해보라고 했습니다.
형우의 주도적인 설득과정에도
결국 태현이는 거부하였고
그래서 슈퍼에 가서 골라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었죠.
그리고 오늘따라 그 진행과정에
어떻게 하면 지역과의 소통을 통한
자연주의 사회사업방법으로 풀어낼지,
오늘따라 고민이 많이 들더군요.
라면을 사는 사소한 순간에도
계산을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그 계산을 부임슈퍼 아주머님과
직접 얘기를 하며 계산하는 것을 거듭니다.
아이들이 왜 지금 라면을 사는 것인지 설명해드리고
어디서 왔는지를 밝힙니다.
슈퍼를 한 번 들리더라도
자신을 알리고 또 알리고
인사드리고 나갈 때도 또 인사를 드리면서
관계를 확장시켜보고자 합니다.
철암세상 철암사람, 내손으로 그리기 1막 1장.
오늘은 선택활동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짝궁활동 이후로 어느새 나의 짝궁이 된
의철이와 태현이.
도서관에서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고
자신들이 하는 게임이야기부터
겨울철 놀이 이야기, 친척 이야기까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해주는 아이들입니다.
쿡쿡방에서
율동연습이 끝나고 아가방으로 모입니다.
기존의 신청자인
예원이, 효준이, 진구 이렇게 세 명의 유치원생들은
어린이집이 아직 방학이 아니라서 그런지
요즘들어 보기가 힘듭니다.
그런 와중에
어제부터 저와 같이 활동을 하는
은지, 영선이가 같이 하고파합니다.
동찬 선생님께 우선 여쭤보고
나한테 물어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저는 유치원 친구들이 많이 오지 않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지만
이미 선택활동 인원을 공지하였기 때문에
동찬 선생님의 일이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찬 선생님은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여쭤보십니다.
저는 좋습니다.
남자아이들만 하는 활동보다
어색할 수 있는 아이들의 연령에서
자연스레 남녀 아이들이
즐겁게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길 바랍니다.
태현이와 의철이도
철암의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집단을 형성하는
여자아이들은 꺼리는 눈치인데
영선이와 은지가
참여하는 것은 동의합니다.
영선이와 은지는 준비물이 없었기에
같이 나가는 길에 은지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철암시장 내 쌀집 가게에 들려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같이 인사하고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말씀드리고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나옵니다.
원래 오늘 계획은 의철이네 할머니 댁 옥상을 그리고
황지연못을 그리러 가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빠듯합니다.
어쩌면 못 갈 것도 같습니다.
철암시장의 은지네 할아버지 할머니 가게에 들리고
의철이네 할머니댁으로 가고 있는데
황지연못으로 가는 것이 걱정이 되신
은지 할머니가 은지 손을 붙잡고
집으로 데려가려 하십니다.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은지가 정말 하고파 했고
첫 활동시간인데 할머니가 안전이 걱정되셔서
은지 손을 꼭 붙잡고 데려가려 하셔서
행여나 은지가 하고파 하는 것을 하지 못해
상처받진 않을까 그 순간 참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께 아까 전에 인사도 드렸는데
막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차분히 할머니의 의중을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러면 다음 번에
걱정 안하실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하고
나중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간에서 영선이는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지러 가겠다고 장미 아파트로 향합니다.
저와 의철이, 태현이 이렇게 세 명이서
의철이네 할머니댁으로 갑니다.
의철이가 중간에 "짝꿍활동 같아요"라고 하며 즐거워합니다.
선생님과의 사랑을 주고 받는 관계를
가치있게 생각하고
그것이 아이가 사랑을 주고 받는 대인관계를
중히 여길 줄 아는 인격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의철이의 '바탕'이 자라는 소리라고나 할까요.
의철이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허락을 받습니다.
의철이에게 직접 허락을 받는 것은 어떨지 물어봅니다.
"할머니, 옥상에서 그림 그리려고 하는데 써도 되죠?"
"그걸 뭘 허락까지 받니, 그래도 되지~"
"감사합니다. 할머니"
중간에 은지, 영선이가 합류합니다.
은지는 할머니를 설득하여
결국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를 설득한 것도 대단하지만
활동을 얼마나 하고팠는지
그 마음이 전해져
괜시리 마음이 짠해집니다.
은지는 할아버지 허락은 못 받고 눈치를 보다 와서인지
준비물은 결국 없이 왔지만,
의철이가 스케치북을 한 장 찢어주고
태현이가 색연필을 빌려주고
제가 연필을 빌려주어
도서관을 그립니다.
의철이는 할머니댁 옥상에서 보이는 바구니와 자그마한 나무들을,
태현이는 전봇대와 울타리를,
영선이와 은지는 어린이 도서관을,
저는 장독대를 그립니다.
태현이는 울타리의 무늬를
자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섬세함과
자신이 생각할 때 중요하지 않은 그림은
과감히 그림에서 생략할 줄 아는 생략의 미를 알고 있습니다.
도서관 건물 밖에 숨어가며
도망을 다니는 진이를 발견하자
태현이는 그림을 그리던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진이형 바보~"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 보여줍니다.
진지한 줄만 알았더니 유머 감각도 상당합니다.
의철이는
자그마한 나무 하나와 바구니의 색깔까지
실제와 흡사하게 고려하여 색을 칠합니다.
나무의 중간 중간 검게 되어있는 부분까지
색연필로 표현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그림에 대한 성의가 돋보입니다.
의철이는 표현을 뚜렷하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은지는
도서관을 모두 담아내고자 열중합니다.
의철이네 할머니 댁에서 보이는 단면이 도서관의 전부는 아니지만
하나도 안 놓치고 표현하고자 연필을 덧칠한 것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만큼
정성껏 그립니다.
거기다 그리는 폼은 똑바로 서서
도서관을 향해 연필을 겨냥하고 재어가며 그리는 폼이
마치 한 명의 화가나 건축가 같습니다.
영선이는 다른 친구들이 다 그리고
추워하는 바람에 그림의 나머지를
제 핸드폰 카메라에 찍은 사진을 토대로
도서관에 돌아와 마저 그립니다.
영선이의 그림은
도서관의 작은 창문과 창문틀 하나 하나까지 표현합니다.
좀만 더 성장하면,
사실주의 화가가 되어도 모자랄 것이 없어보입니다.
자세한 묘사능력이 놀랍습니다.
돌아와서 기록을 남기며
대표를 정하고
역할을 정합니다.
대표는 가위바위보를 통해 정한다고 하는군요.
예상을 깨고 은지가 선정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해줄 은지가 기대됩니다.
감사하는 것, 도움을 받은 것에 더욱 민감한 아이들이
되게 하고 싶어
질문을 유도하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장소를 허락해주신 분이 누굴까?"
태현이가 의철이 할머니랍니다.
은지도 동의하고 기록은 의철이가 적습니다.
어쩌면 참 잘 된 모둠인 것도 같습니다.
기존의 철암 남자아이, 여자아이들이라면
3,4학년 정도 되었을 때
서로를 꺼리거나 기피하고 조금은 망설였을텐데
은지와 영선이가 방학이면 찾아오는 친구들이라
다행히 잘 어울리는 것도 같습니다.
영선이가 오빠들에게 조금 대들긴 하지만,
의철이와 태현이도 오빠답게
무작정 신경질내거나 때리지 않고
잘 받아주는 모습이 넉넉합니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한 손에 놓고
아이들을 구실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한 손에 올려놓은 채 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훌쩍 갑니다.
내일 또한 아이들을 세우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 어르신들과
어떻게 소통해갈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혼자만 자라지 않고 같이 크는 공생적 성장,
각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연습하고 노력하는 다양성의 존중,
활동을 통해 의견차를 좁혀가고 토론하며
상대를 인정해나가는 아이들의 노력,
그리고 지역과의 소통을 통한 살아있는 관계 형성...
이것이
제가 요즘 느끼는
광활의 하루인 것 같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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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동찬 작성시간 08.01.03 주상이 글이 참 부드러워요. 체화한 것을 적으니 읽기 쉬우나 뜻이 깊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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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동찬 작성시간 08.01.03 설득하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과정. '민주적 의사 결정 학습 프로그램'이 이런걸까요? 연습용 프로그램이 아니고, 실제 상황에서 의견을 내고, 여러 근거를 들어 설득하거나 부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참 귀합니다. 그리 하도록 잘 거들어 준 주상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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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주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01.03 컵라면을 사고 남은 500원, 무엇을 할지 물어보니 아이들이 낱개로 8개가 들어있는 껌을 사잡니다. 쥬시후레쉬 껌을 사서 5명이 나눠 가지고 남은 3개는 어떡할지 물어보니 광구형, 동찬 선생님, 그리고 청소년방의 책상을 쓸 수 있게 조언해주신 미애 선생님한테 드리잡니다.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화두만 던져주면 자연스레 민주적 의사결정과 나눔의 미학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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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덕연 작성시간 08.01.03 민주적 의사 결정 학습 프로그램... 어떤 사람은 이렇게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서 전문 프로그램으로 꾸미고 지원신청하고 돈 받아서 심하면 사람 대상화하고 우민화합니다. 생활은 버려두고 '따로' 연습용.훈련용 프로그램 만듭니다. 생활을 프로그램으로 대체합니다. 생활 따로 프로그램 따로이니 사는 게 복잡해집니다. 이제 그런 '따로' 서비스는 줄이고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혹은 일상에 통합하여, 점점 더 단순하게 만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