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추동 여름 단기사회사업 면접 후기를 적어봅니다.
일단 현재 시점은 6월 11일 목요일로 갑니다. 저는 면접 볼 생각에 들뜬 나머지 (사회사업에 대해 아예 모르는) 제 친한 친구들에게 면접 보러 간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녁에는 당사자 면접을, 다음 날 새벽에는 실무자 면접을 본다고 이야기했더니
한 친구는,
"무슨 면접을 저녁 7시 30분에 봐? 이상한 곳 아니지? 효림아 너 괜찮은 거야?"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이상한 곳도 아니고, 멋진 호숫가마을에 납치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 두 발로 면접 보기 위해 스스로 찾아갔죠.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6월 12일 면접 당일 대전역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기사님께서 갑자기 버스가 고장 나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다행히 큰 문제없이 모든 승객이 새 버스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굽이굽이 여러 마을을 지나 드디어 추동에 도착했습니다.
아뿔싸!
면접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는데, 저는 무려 오후 6시 20분에 도서관에 도착해 버렸습니다.
긴장해서 그런가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저 역시 이렇게까지 일찍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도착해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도서관에 들어갔습니다. "실례합니다." 어라 조용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습니다. 책상 위에 실습생들의 명패, 메뉴판, 지원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기웃기웃거려봤습니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이라니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시간이 많이 남아 책장에 있는 책들을 봤습니다. 평소 소설책을 좋아하지만 이 날만큼은 글이 많은 걸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동화책 몇 권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밖에서 시끌시끌 소리가 들렸고 하나 둘 아이들과 관장님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한 명, 한 명,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시율이, 서율이, 승아와 함께 축구 얘기 나눴습니다. 마침 이 날 대한민국이 축구를 이겼습니다. 아이들은 체코 국기를 종이에 그려 체코에서 태클을 걸 때마다 종이를 찢었다고 했습니다. 귀엽습니다.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7시쯤 흘렀을까요. 아이들이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함께 면접 보는 수민선생님, 성훈선생님과 도서관 옆 공원에서 산책하며 시간 보냈습니다. 사실 저희는 초면이 아니라 구면입니다. 4월 벚꽃과 함께 책숭이 학습여행에 모두 참여했던 참여자들이었습니다. 책숭이 분들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면접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도서관을 들어가니 안내팀 제윤이가 의자에 앉아 땅에 닿지 않는 발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손으로 숫자 2를 만들며) 2학년이에요" 등 제윤이 특유의 중독적인 목소리에 사로잡혀 웃고 있던 중 은성이도 안내팀으로 왔습니다. 그때,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가효림 선생님 들어오세요"
제윤이가 문을 열어줬습니다. 고맙습니다. 맡은 일을 똑똑하게 해내는 모습 멋집니다.
자리에 앉으니 서율이가 메뉴판을 보여줬습니다.
"여기 있는 거 다 가능한 거예요?"
서율이는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네"
음료를 주문하고 면접위원인 은우, 하윤, 민채, 서로, 규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소개까지 마치고 나니 음료가 나왔습니다. 처음에 티코스터 없이 컵을 내려놓으려고 하자 면접위원들의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냅니다. 이런 실수마저도 눈 감아줄 만큼 맛있고 따뜻한 음료였습니다. 제가 첫 면접자인 만큼 서율이가 음료 가지고 오느라 조마조마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고맙습니다. 덕분에 면접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습니다.
면접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뭘 배우고 싶으신지?
- 낯가림이 잘 없다고 하셨는데 낯을 가리는 아이를 만나면 어떻게 하실 건지?
- 긍정적이라고 하셨는데 긍정적인 걸 활동에 어떻게 쓰실 건지?
-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성장하고 싶으신지? (규리 질문: 이 질문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 호숫가마을이 '유토피아'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 저희 연극을 본 적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제가 쓴 지원사를 이렇게나 깊게 생각하고 고심하며 질문을 작성한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놀란 나머지 횡설수설 답을 한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그렇게 일대다 면접을 마치고, 지원자와 면접위원 다 같이 함께했습니다. 이때도 생각지도 못한 공통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아이들이란?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본인을 캐릭터나 혹은 상징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 본인 이름으로 삼행시
-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 돌발상황 > 하윤이의 연기
- 실습 때 무슨 활동을 하고 싶은지
정말 알찬 질문들입니다. 제 답변이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특히 이름 삼행시.. 시작은 좋았으나 가장 아쉬움이 남는 질문이었습니다..) 안내팀, 면접팀, 음료 준비팀 하물며 면접 진행되는 동안 뒤쪽애서 조용히 책 읽으며 기다려준 아이들 모두 감사합니다.
(면접 중간에 하윤이가 웃었는데 뒤쪽에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었다고 합니다.)
당사자 면접은 이제 끝! 같이 나가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승아와 제윤이가 맛있는 보리수를 따서 나눠줬습니다. (제가 여름에 할머니 댁 가면 보리수 열매를 그렇게 좋아해 따다 먹는 건 어찌 알고) 심지어 서율이는 팔을 뻗어 더 맛있는 보리수를 따서 나눠줬습니다.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상콤하고 달콤한 보리수 열매 맛있었습니다.
면접 보기 전 갔던 공원을 아이들과 함께 왔습니다. 같이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니 즐거웠습니다. 저는 우연히 서로랑 걷는 속도가 비슷해서 서로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서로는 야구도 좋아하고 연극도 잘하는 멋진 아이였습니다. 제가 실제로 아이들의 연극을 보러 갔었다고 얘기하니 서로는 "그래서 선생님 어디선가 본 거 같았어요." 라며 저를 기억해 줬습니다. 그때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하였는데 스쳐간 인연도 기억해 준 서로에게 고맙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인사 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배고프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요?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관장님께서 들으시고 수제 견과류요거트 준비해 주셨습니다. 달콤하니 정말 맛있어 그릇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수민 선생님, 성훈 선생님과 이야기도 하고 면접 후기도 간단히 적던 중 밤 12시쯤 잠이 밀려와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 3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평소 기상시간과 달라 좀 힘들었습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수민 선생님은
"선생님 조금 더 주무세요. 제가 깨워드릴게요."라고 말씀해 줬습니다.
성훈 선생님은
" 잠 깰 때는 음악이 최고죠. 노래라도 틀어드릴까요?"라는 말씀 해 줬고요.
각자의 방식으로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 배려해 줘서 고맙습니다. 심지어 닭과 검은등작새?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도 열심히 울며 저를 깨워줬습니다.
따뜻한 차와 튼튼한 다리 준비 완료! 4시에 마당에 모여 명상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와 정말 새벽에 걸으니 공기부터가 다릅니다. 풍경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조용히 걸었습니다. 열심히 걷고 명상공원에 도착하자 관장님께서 직접 키우신 민트로 우려낸 따뜻한 차를 주셨습니다. 새벽 일출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렇게 잠시, 파스텔로 칠한 듯한 일출의 풍경을 눈으로 다시 한번 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풍경이기에 더 소중합니다.
관장님께서의 말씀이 적막을 깨고 들어왔습니다.
"추동 실습하게 되면 궁금한 것들이 있나요? 하고 싶은 활동이라던지..."
"저는 아이들이 이미 많은 걸 해왔다는 걸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보다 새로운 경험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요•••"
"가효림 선생님의 참신한 아이디어도 좋아요. 다만 사회사업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걸 돕는 사람이에요. 책 속에 나온 아이들은 지금 대학생이에요. 어제 면접 본 아이들은 말씀해 준 활동 함께할 수 있겠습니다."
아차. 간과했습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걸어오며 정글 같은 멋진 풍경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짐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곳곳에 남겨줬습니다. 한 땀 한 땀 꾸민 명패도, "면접 힘내세요" 메시지가 적힌 종이도, 따뜻한 차 등등 모두 말이죠. 그래서 더 신기하고 이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1박 2일의 면접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좋은 결과를 기다려 볼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면접 전 날 목요일 오후, 근무 중 한 어르신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무려 다섯 잎의 클로버를 보여주셨습니다. 면접 보기 전 날 봤으니 부적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부적이 잘 통할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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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효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동걸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벌써 봄날 책숭이 여행이 지나고 여름이 왔습니다. 여름의 호숫가마을 도서관도 봄날 만큼 정겹고 이쁩니다.
두 발로 열심히 걸어갈 제 여정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걸 선생님의 발걸음도 응원하겠습니다. -
작성자최선웅 작성시간 26.06.15 저는 교회를 다녀서요.
부적의 효과는 믿지 않고 또 잘 모르지만,
가효림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 기대와 준비를 하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
답댓글 작성자효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관장님 기대하던 호숫가마을도서관에서 면접을 볼 수 있음에 영광이었습니다. 저도 부적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부적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한 아이들과의 만남 자체가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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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수현 작성시간 26.06.17 동화 한 편을 읽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의 다채로운 매력과 귀한 마음이 효림 선생님이 배고프시지 않게 마법을 걸었나봐요~
이번 여름 추억 배움 사랑 기쁨 감사가 효림 선생님께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추사팀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효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수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아이들이 정말 마법을 부린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네 이번 여름 추동에서 추억 배움 사랑 기쁨 감사 모두 잘 누려볼게요. 응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을 '동화' 라고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들어본 표현이라 더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