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한국어처럼 되었고, 한국어가 영어처럼 되었다.
6.25전쟁후 주한 미군(GI)들이 한국에 자리 잡을 때 우리와 그들은 서로를 자기 식으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상징적인 것들을 보면 GI들은 고무신을 iriwa shoes라고 하던가, 지게를 A-frame 이라고 한 것들이 있다. 한국 사람들도 미제 군복 진품을 확인할 때는 ‘small’이란 사이즈 라벨이 기준이었다. 미군들이 쓰던 상품의 이름이 한국인들에게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스카치테프처럼 고유한 상품 이름이 보통명사화한 사례들도 많다.
미군 영어의 한국화 : 특정 브랜드의 일반명사화와 한국화 단어
6.25 전쟁 이후부터 미군 부대(PX)를 통해 유입된 물품들은 당시 한국 사회에 큰 문화적 충격을 주었고, 특정 브랜드나 상품명이 해당 품목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진 경우가 매우 많았다. 이들을 대충 분류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미군 관련 용어가 일상어가 된 사례: 미군 물자와 한국인들의 실생활이 충돌하거나 융합하며 만들어진 단어들이다.
* 한국에서는 GI 담요, GI 전투화, GI 벨트, GI 야상처럼 ‘미군식’ 또는 ‘미제 군용품’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G.I.(government issue)는 원래 미군 병사를 뜻하는 말이다. 군용품이나 군용품 등에 붙는 ‘정부 지급’이란 뜻이다. 보급품이란 비속적인 뜻으로도 연상된다. 남자는 G.I. Joe, 여자는 G.I. Jane이라고 부른다.
* PX 원래는 미군의 군매점(Post Exchange, 병영매점)이고 우리말로는 주보이다. 한국에서는 PX 비누, PX 담배, PX 초콜릿처럼 "미군 부대 물건"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PX는 건군 초창기엔 일본군 용어대로 주보(酒保)라고 불렀다.
* 삐라(pila)는 전단지를 뜻하는 말로, 영어 'Bill'이 일본을 거쳐 '삐라'가 되었고, 이것이 6.25 전쟁 당시 심리전 전단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 깡통(can)은 영어 'Can'과 한국어 '통'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당시 미군들이 먹고 버린 통조림 캔을 한국인들이 재활용하면서 '깡통'이라는 새로운 명사가 탄생했다. 이와 비슥한 말인 캔틴(canteen)은 원래 물통인데 한국에서는 군용 수통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 판초(Poncho)는 미군이 쓰던 우비를 가리키던 단어인데, 이제는 비 올 때 입거나 뒤집어쓰는 형태의 우의 전체를 의미의 일반 명사가 되었다.
* 야상(野上)은 원래 일본어 ‘야전 상의’에서 온 말이지만, 오늘날 한국인이 떠올리는 야상은 대부분 미군 M-51, M-65 계열 재킷의 영향을 받았다.
2. 미군 군수품과 차량관련 생활용어를 보자.
* 레이션(ration) 군용 전투식량으로 한때는 모든 군용 건빵이나 비상식량을 통칭하기도 했다.
* 더플백(duffel bag)은 미군 보급품인 가방이다. 현재는 여행용 원통형 가방 일반을 뜻하기도 한다.
* 운송수단에 대한 것으로는 지프(Jeep)가 있다. 원래는 윌리스(Willys)에서 만든 군용차였으나, 현재는 모든 사륜구동 형태의 소형 SUV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트럭(truck)은 전쟁 이후 급속히 보급된 영어식 표현이다. 트레일러 (trailer)는 견인차량뿐만 아니라 화물 연결차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3. 미군 음식 문화에서 들어온 말도 있다.
* 햄버거(hamberger)는 전쟁 전에도 알려졌지만 대중화되기는 주한미군 이후이다. 핫도그(hotdog)는 부대 주변에서 널리 알려졌다. 샌드위치(sandwich)는 미군 식문화와 함께 일반화되었다. 도넛(doughnuts)은 미군이 즐겨 먹던 간식으로 유명해졌다. 밀크셰이크(milk shake)는 1950~60년대에는 매우 미국적인 음식으로 여겨졌다.
* 그런데 미군들의 음식은 아니었지만 부대 주변에서 탄생한 한국식 음식 이름도 있다. 부대찌개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 소시지 등을 활용해 만’든 음식이다. 부대볶음은 부대찌개와 비슷한 배경에서 생긴 음식이다. ‘존슨 탕은 서울 용산 일대에서 쓰이던 이름으로 ‘꿀꿀이죽’ 또는 UN탕처럼 미군 부대 식재료를 활용한 찌개를 가리켰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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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노원 작성시간 26.06.12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 미군기지가 있던 동두천에 살았던 터라, 심교수님의 이번 글이 더욱 특별하고 가깝게 다가옵니다.
당시 미군부대 물건을 무조건 'PX 물건'이라 부르고 전단지를 '삐라'라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특히 '깡통'이 영어 'Can'과 우리말 '통'의 합성어였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되어 정말 놀랍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에 레이션(비상식량)을 얻어먹던 추억도 스쳐 지나가네요.
제 고향 같던 동두천에서 탄생한 부대찌개는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드는 요리인데,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