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의 아침
김영삼 작사/김동진 작곡(1952)
1.
동이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후 외투입고 투구쓰면 맘이 새로워
거뜬히 총을 메고 나서는 아침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에 서광을 비추고자 행군이라네
2.
잠간 쉴때 담배피며 구름을 본 후 베낭메고 구두끈을 굳이 메고서
힘있게 일어서면 열려진 앞길 주먹을 두주먹을 힘껏쥐고서
맑은 하늘 정기 도는 이 강산위에 오랑케 내쫓고자 강행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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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쟁의 한 복판인 1952년에 작곡된 이 군가를 부르다 보면, 특히 ‘행군의 아침’의 비장한 결의와 ‘제2훈련소의 노래’에 담긴 계백 장군과 관창의 정기는, 그 시절 훈련병들이 짊어져야 했던 시대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새벽이면 연병장을 울리던 ‘행군의 아침’은 젊은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애국가였다. 그러나 정작 그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젯밤 홑이불 가림막 뒤에서 나누었던 아내의 체온과 부모님의 눈물이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을 지키기 위해 떠나야 하는 자식이, 하룻밤 사이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야 했던 그 기이하고도 서글픈 역설이었다. 그래도 "투구 쓰고 맘이 새로워", "주먹을 힘껏 쥐고서" 같은 표현들은 죽음을 앞두고도 다시 일어서야 했던 청년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오리라는 야무진 희망을 다지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는 물,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던가. 어느덧 씨받이와 충혼의 이중주를 기억하는 세대는 역사의 무대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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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노원 작성시간 26.06.17 new
심교수 올려주신 귀한 글과 음악 덕분에 한참 동안 깊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이 '행군의 아침'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원족(소풍)을 가며 동무들과 신나게 부르던 추억의 노래입니다. 그저 발걸음 맞추기 좋은 경쾌한 노래인 줄만 알았지, 이것이 치열한 전쟁의 한복판(1952년)에 작곡된 비장한 군가였다니 진정 오늘에서야 그 깊은 속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을 지키기 위해, 어젯밤 홑이불 가림막 뒤에서 눈물어린 합방을 치르고 떠나야 했던 청년들의 서글픈 역설이라는 대목에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소풍길의 흥겨운 노래였으나, 우리 선조들에게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삶과 대(代)를 잇기 위해 주먹을 쥐며 부르던 피맺힌 다짐이었음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