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연을 돌아보며

작성자갓쓴이|작성시간23.10.11|조회수148 목록 댓글 3
        
        
        지난 2월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그곳 휴게실에서 
        어깨 인대를 다쳐 수술한 분을 만났다.
        
        y읍 j동 .. 시골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사신다고 했다.
        
        y읍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띄어 
        
        학생시절 두메산골 d동에서 
        농촌봉사를 갔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때의 일을 아주 리얼하게 했더니 
        그분은 내손을 잡으며 무척 반가워했다.
        
        아내 친정이 
        그곳 마을이라는 것이다. 
        
        혹여, 하는 마음에 
        부인의 성함을 물으니, 미순이라 했다.
        
        미순이라 ..? 들어본 듯한 이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때 중학교 2학년으로 기억되었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던 
        단발머리 여학생이다.
        
        그분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했다.
        병실에서 자기를 간호하다가 
        
        오전에 잠시 
        집에 다니러 갔다고 했다.
        
        다음날, 미순이가 병실을 찾아왔다.
        밝은 표정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 에구야, 우째 이런 일이 다 있노.
        
        - 선생님도 많이 늙으셨네요.
        - 허 참, 이제 같이 늙어가네요.
        
        첫눈에 알아봤다. 
        너무 반가웠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손을 잡고는 폴짝폴짝 ..
        
        아이처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어쩔 줄을 모른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귀밑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 모습이다.
        
        퇴원할 때까지 휴게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다.
        
        그리고는 
        나보다 먼저 퇴원을 했다.
        
        3일 후, 마지막 통원 치료를 마치고는 
        병실을 찾아왔다.
        
        시골에서 만든 약밥과 식혜를 건내며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했다.
        
        병원 앞에까지 배웅을 하며 
        서로의 건강을 빌었다.
        
        - 선생님, 이렇게 만나뵈어 고맙습니다.
        - 그래요, 나도 고마워요.
        
        - 치료 잘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 우짜든지 잘 지내요.
        
        차창을 내다보며 내내 손을 흔든다.
        2월의 바람이 아직도 차가웠다.
        
        아까 병실을 나오며 
        내게 준 쪽지를 펴본다.
        
        메모지에 또박또박 곱게 쓴 
        폰번호였다.
        
        지난 여름에는
        청포도 2상자를 받았는데
        
        어제는 첫 수확했다며 햅쌀 2포
        고구마 1포를 보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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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동백05 | 작성시간 23.10.11
    어느 날
    사무실에서
    여자 손님 한 분이 나를 보고 반색을 했어요.

    "여기 있었네,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모르는 사람인데.. 난감했어요..

    어정쩡하게
    할 말을 못찾고 서 있었더니
    자세히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만

    아닌가....
    하며 그 분은 갈때까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보고 또보았네요..

    누군지
    나랑 비슷한 사람이 또 있는 모양입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나랑 닮은 사람 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서로 바라보겠지요.. 그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 작성자동백05 | 작성시간 23.10.11
    인생도
    계절 같지요.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무성히 키워

    가을에
    수확하니

    겨울에
    편히 쉴 수 있지요..

    젊은시절
    많이 베풀고 좋은 일 많이 하셨나 봅니다..

    이제
    나이들어 조금씩 돌아오는 거겠지요

    내게서
    나간것들은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게 인생이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갓쓴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0.11 먼 산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는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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