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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무슨 뜻인가?

작성자조성래|작성시간15.06.09|조회수1,397 목록 댓글 8

오늘도 저의 반야심경 해설 작업의 일부를 찢어 옮깁니다.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실체가 없는 것[]은 몸의 물질현상[]과 다르지 않다. 몸의 물질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 몸의 물질현상[]이다. 몸의 물질현상[]이 실체가 없는 것이듯이 느낌[], 인식[], 업 지음[], 식별[]도 또한 실체가 없는 것들이다.)


 위의 구절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말해놓은 것인데, 그 요지를 말하면 ‘오온은 없는 것들’이란 말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있다. ‘오온은 없는 것들’이란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오온은 없는 것들인데, 우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원래 있던 오온이 없어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오온이 있긴 있는데, 그 실체가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런 의문 때문에 많이 헷갈릴 수 있다. 구마라습이 번역한 반야심경을 보면, 이 의문이 깔끔하게 해소된다. 구마라습 번역을 보면,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뜻으로 번역돼 있다.

 

 “사리자여, 물질현상인 몸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바도 없다.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고, 식별작용(의식)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다. 왜 그런가?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은 몸의 물질현상과 다르지 않으며, 몸의 물질현상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몸의 물질현상이기 때문이다. 느낌, 인식, 업 지음, 식별(의식)도 또한 이와 같다.”

 

 이 구마라습 번역본에는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는 밑줄 친 부분이 들어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을 유심히 보면, 오온이 더 이상 작동(作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바도 없다.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고, 식별작용(의식)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다.”

이 말은 관찰수행을 통해 무아(無我)의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나’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다 소멸되었고, 그렇게 됨으로써 원래 있던 오온의 작동이 멈춰,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현대 양자물리학 이론을 들먹이며,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물질은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완전히 엉뚱한 데로 빠지게 된다. 또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무비 스님처럼 ‘현상인 색과 본질인 공에 대한 체험적 결과를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그럼 한국 불교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무비 스님의 번역, 해설을 통해 알아보자.

 

   色卽是空(색즉시공) 空卽是色(공즉시색)에 대한 무비 스님의 번역과 해설

 

 무비 스님은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라고 번역한 뒤, “사리자여, 이 몸을 위시한 모든 현상계는 텅 빈 공(空)과 다르지 않다. 텅 빈 공 또한 이 몸, 이 현상계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 몸, 이 현상계는 그대로 텅 빈 공이고, 텅 빈 공 그대로 이 몸, 이 현상계인 것이다”라고 풀이한 뒤에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이것은 현상인 색과 존재의 본질인 공과의 관계를 사상적으로 표현한 대목입니다. 철학적 차원에서 볼 때 유한한 현상인 색과 무한의 본질인 공은 별개가 아닌 것입니다. ........색이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와 몸 밖의 현상계 일체를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를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의 몸이든, 바깥 현상계이든, 이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거짓 화합하여 잠깐 있는 듯이 보이는 까닭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몸은 본질상으로 볼 때 텅 비어서 없는 것입니다”라고 해설하고 있는데, 이런 해설은 한국 불교의 해석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서, 감히 ‘구라 해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이글은 다음카페 <위빠사나금정선원> 조성래 원장의 글입니다. 이 글을 카톡으로 주변의 귀한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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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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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1.19 반야 반야심경에서 空(공)은 산스크리트어 쑤니아타의 번역어로서, 안이 텅 빈 상태의, 제로(zero)상태의, 없는, 존재하지 않은 등의 뜻으로, ‘無(무)’, ‘空(공)’, 空無(공무)’, ‘空虛(공허)’, ‘空寂(공적)’, ‘空閑(공한)’, ‘空性(공성)’ 등으로 한역돼 있다. ??nya만으로 空의 뜻이 되지만, 그 뒤에 상태, 성질을 나타내는 접미사 t?가 붙어, ‘공의 상태가 된’, ‘없는 상태가 된’이라는 뜻을 이룹니다.
  •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11 이 원고는 아직 좀 어려워서 더 연구하여 쉽게 와 닿을 수 있도록 글을 다시 작성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16 6월 15일에 글을 완성하여 카페에 올려 놓았으니, 그것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15.06.16 감사합니다
    공부할께요?
  •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1.19 오늘 이 원고 다시 손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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