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야! 이제 가자.」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그 곳은 항일의 본고장이다.」
일본기업인으로 위장한 현우의 셋째 형은 30여명의 청년을 모집했다. 일본 헌병과 경찰의 감시와 검문이 살벌했으나 일본 군수공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를 들어 한꺼번에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나가사키로 향하는 배에 오른 현우와 그 일행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 연안이었다. 나가사키에서 상해로 가는 배를 타야했다. 1933년의 조국은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세력이 대세를 쥐어가고 있었다. 중국 연안일대 항일전선에서 활약하는 조선의용대는 그 기세를 확장하려고 중국 각지와 소련 접경지역과 조국에서 청년들을 모집해 조선의용군 항일근거지로 집중시켰다.15살에서 20살 안쪽 연령들이었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기도 하고 황해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산동성 연안에 이르기도 했다. 망명한 사람도 줄을 이었다. 이렇게 일제 식민치하에서 견디지 못하고 조국을 등지고 중원을 향해 발길을 돌린 사람이 20세기 30년대 말에는 만주와 화북지역에 20만에 이르렀다. 이들 속에는 일제의 개척단 모집에 속기도 하고 강제로 연행되어 벼농사를 지으러 간 사람도 있었지만 나라 잃은 설움과 일제의 핍박에 원한을 품고 복수의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미천한 장사와 날품팔이로 그날그날을 연명해 갔다. 정처 없이 떠도는 유리걸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전재진이 집필중인 책의 본문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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