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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시

세계의 시와 산문 19 뻐꾸기에 부쳐 / 윌리엄 워즈워스

작성자김상환|작성시간26.06.07|조회수80 목록 댓글 2

뻐꾸기에 부쳐 / 윌리엄 워즈워스

 

오, 유쾌한 새 손[客]이여!

예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내 마음 기쁘다.

오, 뻐꾸기여!

내 너를‘새’라 부르랴,

헤매는‘소리’라 부르랴?

 

풀밭에 누워서

거푸 우는 네 소릴 듣는다.

멀고도 가까운 듯

이 산 저 산 옮아가는구나.

 

골짜기에겐 한갓

햇빛과 꽃 얘기로 들릴 테지만

너는 내게 실어다 준다,

꿈 많은 시절의 얘기를.

 

정말이지 잘 왔구나

봄의 귀염둥이여!

상기도 너는 내게

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수수께끼.

 

학교시절에 귀 기울였던

바로 그 소리,

숲속과 나무와 하늘을

몇 번이고 바라보게 했던

바로 그 울음소리.

 

너를 찾으려

숲속과 풀밭을

얼마나 헤매었던가.

너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소망이요 사랑이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들판에 누워

네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일라치면

황금빛 옛 시절이 돌아온다.

 

오, 축복받은 새여!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다시

꿈같은 선경(仙境)처럼 보이는구나,

네게 어울리는 집인 양! (유종호 역)

 

 

해석과 감상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는 영국이 낳은 불멸의 시인이자, 시인 중의 시인이다. 그가 드리운 무지갯빛 시의 하늘에는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슬픔, 비밀이 숨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 평생을 거닌 레이크디스트릭트의 자연은 그의 정신과 정서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기억과 상상의 시적 토대가 되고 있다. (앙드레 보통의『여행의 기술』에 의하면) 산책자로서 그는 느치처럼 걷는다. 비스듬하게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 딱정벌레의 걸음걸이는 워즈워스가 자연 속에서 양떼를 관찰하거나 영감을 얻기 위해 걷는 특유의 양태이다. 그 결과 완성된 작품으로‘나비에게To a Butterfly’,‘뻐꾸기에게To the Cuckoo’,‘종달새에게To a Skylark’,‘데이지에게To the Daisy’,‘작은 애기똥풀에게To the Small Celandine’등이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기억 속으로 끌어들여 살아있는 현재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그가 추구하는 시법의 요체라면, 여기엔‘시간의 점-흔적(들)’[Spots of time]이 있다. 그의 시집『서곡The Prelude』에 등장하는 이 개념은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의 강렬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무기력해진 현재의 삶에 영적인 활력과 치유를 얻는 내면의 순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에는 저마다의‘시간의 점’이 있다. 워즈워스는 시에서 말한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진 기억의 시간-흔적에는 재생과 부활의 힘이 있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우리가 떨어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운다. 자연은 우리 내부의 정신을 가르치고 고요함과 아름다움으로 감명을 주며 드높은 사색으로 우리를 기른다. 그는 위대하거나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인간을 처음으로 보았고 처음으로 인간과 교감한 시인이다. 그럴진대 회상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내면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걸어간 시의 숲에는 새가 있다. 빛과 소리가 있다.

 

이 시에서 뻐꾸기란 이름의 새는 감탄('오')의 대상이자 더없이 반가운 빈객(主賓)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무렵의 뻐꾸기는 소리가 전부다. 그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쁘고 즐겁다.‘나’에게 뻐꾸기 소리는 사물이라기보다 하나의 목소리이며 수수께끼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경험 이전의 순수한 시간과 자아, 순수한 기억과 생명으로 거듭난다. 과거적 시간에 대한 회감(回感)의 정서가 서정시의 본질이자 서정적 양식이라면, 목소리의 현상으로만 존재하는 뻐꾸기는‘나’의 어린 시절 숲속과 나무와 하늘을 무수히 바라보게 하였지만, 새는 끝내 알 수 없는 존재의 비밀이었다. 보이지 않는 새-빛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으게 되면 우리는 이 땅이 꿈같은 선경(仙境)임을 안다. 내가 또한 알게 된 것은 뻐꾸기 소리가 곧 뻐꾸기란 사실이다. 사물과 마음-소리의 조응이다. 허공에 가득 울려 퍼지는 새의 노래는 내 마음의 한 점, 선면이다. 흔적이다. 태초의 시간이나 성역(聖域)에서 보내온 새의 메시지가 시의 언어라면, 시의 진실과 진리는 사이라는 새. 언제나 새로움의 새인 것을. 그것은 사물과 프로세스를 넘어 하나의 존재 사건이다. 시인은 바로 이 사건을 사유하는 사람이다. 다시 풀밭에 누워 끊어진 듯 이어지는 뻐꾹새 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은 울림으로 화한다. 그 울림에는 시간과 장소와 사물의,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의 하이쿠와 트라이앵글이 있다."꽃 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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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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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동원 | 작성시간 26.06.08 허공에 가득 울려 퍼지는 새의 노래는 내 마음의 한 점, 선면이다. 흔적이다. 태초의 시간이나 성역(聖域)에서 보내온 새의 메시지가 시의 언어라면, 시의 진실과 진리는 사이라는 새. 언제나 새로움의 새인 것을. 그것은 사물과 프로세스를 넘어 하나의 존재 사건이다. 시인은 바로 이 사건을 사유하는 사람이다. 다시 풀밭에 누워 끊어진 듯 이어지는 뻐꾹새 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은 울림으로 화한다. 그 울림에는 시간과 장소와 사물의,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의 하이쿠와 트라이앵글이 있다."꽃 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상환) ㅡ이제 시의 르네상스를 맞는 군요. 오! 시인이여, 뻐꾸기 소리에 눈을 떠라. 새로운 문풍이 불어라. 위대한 시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작성자전기웅 시인 | 작성시간 26.06.08 글을 올리는 김상환 시인님의 평론이나 다시 평론하시는 김동원 회장님의 평론
    두 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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