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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

사진으로 배우는 한자: 몸 신(身)

작성자沙月|작성시간14.06.06|조회수500 목록 댓글 3

임신한 여성을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얼마 전에 세상 사람들에게 "꼭 한 점 소장하고 싶은 화가의 그림이 있다면?"이라는 내용의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빈센트 판 고흐의 그림을 제치고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뽑혔습니다. 클림트는 "처녀들의 어떤 모습보다도 임산부가 옆으로 선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라 했습니다. 처녀와의 비교가 조금 신경을 거슬리지만 사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인의 옆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클림트는 임산부의 옆모습을 그린 그림을 제법 많이 그렸습니다. "희망1"과 "희망2", 그리고 "적대 세력의 대립" 등에 보입니다. 얼마전 서울에서 클림트와 쉴레의 그림 전시회를 관람하러 간다고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는데 이 그림도 전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 그림이 바로 그의 작품 "희망1"이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하지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미치 침머만이라는 여인인데 클림트의 두 번째 아이를 가진 모습입니다. 여러가지 상징이 그림 속에 있는데 여기서는 그림을 "읽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림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치겠습니다.



한자 「몸 신」(身)자는 바로 임신한 여인을 옆에서 그린 모습입니다. 바로 아래 한자 신(身)자의 옛 자형을 보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몸 신」(身)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의 배가 볼록한 모습은 애기를 가진 몸을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사람 인(人)자에다 배만 강조하여 표현한 글자입니다. 이 글자는 금문대전에 와서 볼록한 배 안에 점을 하나 표시하여 놓았습니다. 이 점은 바로 아기를 나타내는 부호입니다. 이 아기를 나타내는 점은 소전에 가서는 가로획으로 또 바뀝니다. 금문부터 보이던 팔다리를 나타내던 아래 위의 가로 획은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팔다리를 표현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곧 아기를 나타내던 점으로 표현한 부분이 나중에는 획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상형문자에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리키기 위한 부호를 일러 지사부호라고 합니다. 지사부호가 들어 있는 글자는 예외없이 모두 지사자(指事字)로 분류를 합니다.


한편 「아이밸 잉」(孕)자와 「쌀 포」(包)자도 옛 자형은 모두 아기를 가진 배를 그린 모습으로 몸 신(身)자와 비슷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아이밸 잉」(孕)자자를 보면 저는 요즘 여성병원에서 찍어주는 초음파 사진을 많이 생각합니다.


자궁 안에 아기가 누워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한자로 다음과 같이 표현을 하였습니다.


「아이밸 잉」(孕)자의 갑골문-금문대전


배를 강조한 사람의 몸에 지사부호를 점이 아닌 아들 자(子)자로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조금 다릅니다. 이 글자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엄마 뱃속의 아이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거꾸로 있다는 사실은 몰랐나 봅니다. 아마 몸 신자가 아이를 가졌다는 뜻보다는 신체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바람에 몸이라는 뜻으로만 쓰이게 되자 대체자로 쓰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쌀 포」(包)자도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배를 표현한 것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애기가 실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옛날 문자를 만든 사람들은 아마 위의 모습을 상상하며 「쌀 포」(包)자를 만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쌀 포」(包)자의 옛 자형입니다.


「쌀 포」(包)자의 금문대전-소전


「쌀 포」(包)자는 「태의 포」(胞)자의 원형이었습니다. 태의는 태(胎)를 싸고 있는 껍질이라는 뜻입니다. 한 배에서 나온 사람을 동포(同胞)라고 하는데 지금은 광의의 뜻으로 한 겨레를 보통 동포라고 하지요. 「쌀 포」(包)자가 태를 감싸고 있는 껍질이라는 뜻을 강조하여 「싸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자 원래의 뜻을 보존하기 위하여 육달월(月)을 덧붙여 「胞」라고 쓰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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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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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apas | 작성시간 14.06.06 한자 자체가 인문학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한자엔 중국인들의 사유와 세계관이 역사적으로 반영되어 있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沙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6.06 그건 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되어 있겠지요. 다만 한자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남의 문화라고 하기에도 뭣한 언어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을 할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서구권 언어에도 이름이 갖는 의미 등이 다 있지만 우리는 그냥 고유명사라고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피터는 베드로라 읽히고 아람어로 게파라 하는데 반석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그냥 피터 아니면 베드로라고만 인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작성자김성희 | 작성시간 14.06.07 선생님 한자공부에 클림트 그림까지~
    '희망1' 이라는 그림을 보니 세대에 세대를 거쳐가는 것이 인생인것 같습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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